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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0
임레 케르테스 지음, 유진일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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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다. 그런데 만약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 그 말은 우리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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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관계에서 싹튼 사랑이든, 사랑한 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은 없었다. 계산기로 두들겨 플러스 마이너스 ‘0‘이 되는 감정의 교환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숫자 놀음은 수학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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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사진 속에서 발견하는 순간을 사랑죠. 사람들에게 잊힌 것들이요. 감상적인 소리일 수도 있지만 제가 그것들을 구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어요."

잊힌다는 생각은 끔찍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단순히 내가 개인적으로 잊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잊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 인생의 총합이 결국 무(無)라는 것, 기쁨과 실망, 아픔과 즐거움과 상실을 경험하고 세상에 작은 흔적을 남기지만 우리가 사라지면 마치 우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흔적이 지워진다는것이다. 그 적막함을 잠시 들여다보면 인생의 총합은 결국 제로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지속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중요하지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패턴 없이 펼쳐지고 삶은 그저 거칠고 무작위적인 불가해한 사건, 멜로디 없는 흩어진 악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알게 되거나 관찰하거나 상상한 무언가를 기록해서 간직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당신의 삶이 당신 이전의 삶들에 반영된 것을 보고 이후의 삶에도 반영되는 것을 상상할수 있다면 질서와 조화를 발견하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이 형태와 목적을 지닌 더 큰 이야기, 감지할 수 있는 친숙한 과거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미래의 일부란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실에 매달린 깡통에 속삭이고 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다음 깡통과 실에 메시지를 속삭인다. 책을 쓰는 것은 도서관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로 순전한 저항 행위다. 기억의 지속성을 믿는다는 선언이다. -p 120

세네갈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예의 있게 표현할 때 그 혹은 그 녀의 도서관이 불탔다고 말한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한 표현임을 깨달았다.
우리 정신과 영혼에는 각자의 경험과 감정이 새겨진 책들이 들어 있다. 각 개인의 의식은 스스로 분류하여 내면에 저장한 기억들의 컬렉션,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개인 도서관이다. 다른 누구와도 완전히 공유할 수 없는, 우리가 죽으면 불타 사라지는 무엇이다. 하지만 그 내면의 컬렉션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의 페이지나 낭송되는 이야기로 한 사람 혹은 더 큰 세상과 공유할 수 있다면 당신의 가슴속에 있던 그 무언가는 생명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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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처음 저자의 마음속에 스며든 순간부터 인쇄기에서 책이 찍혀 나오는 순간까지 쭉 살아 있는 생명체. 누군가가 들고 앉아 경탄하는 동안, 그리고 그 뒤에도,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삶. 일단 단어와 생각들이 담기면 책은 더 이상 종이와 잉크와 접착제가 아니다. 책은 인간과 비슷한 활기를 띤다. 시인 밀턴은 책의 이런 성질을 "생명력"이라고 불렀다. 내 안에 과연 살인자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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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택권이 점점 좁아져서 나중에는 내가 살고싶은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대로 살 수밖에 없게 돼. 그렇게 안되려면 자기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는 길밖에 없어. 그러니까 너도 좋아하는 걸 한번 곰곰이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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