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두막 밖에 앉아 있을 때, 조르바는 포도주 한잔을 깨끗이 비우소 나서 고개을 돌려 나에게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말이오. 보스양반, 이 빨간 물은 도대체 뭐요?
_ 말해 줄 수 있겠소? 늙은 그루터기에서도 싹이 나오고 거기에 시큼한 물체가 열려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햇빛에 잘 구워지며 꿀처럼 단내가 나는 거요. 그걸 우리가 포도라고 부르잖아요. 그걸 따다가 발로 밟아 즙을 내서 나무통에 담아요. 그 즙이 통 안에서 저절로 끓어오르다가 11월 3일 술주정뱅이 성인인 서(聖) 게오르기우스* 축제일에 통을 열어 따르면 펑펑 포도주가 나오지 뭡니까! 이 무슨 기적이란 말이오? 이걸 마시면, 이 빨간음료를 마시면 말이오, 우리의 영혼은 더 이상 구역질 나는 이가죽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부풀어 올라요. 그러면 우린 하느님께 결투를 신청하는 간 큰 짓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오, 보스 양반? 어디 말해 볼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