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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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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제각각의 삶을 생각했다면 오늘은 그와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르지만 거기서 거기인, 하나같이 비루하고 욕망으로 가득한 인생을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나 비슷하고, 다르네요. 


이 흥미로운 소설은 몇 년 전 책에서 만난 어느 개발도상국의 화려한 도시, 그 빛 밑에 숨은 그늘진 동네, 냄새나고 지독하게 가난하고 건강하지 않은 깡마른 아이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 아이는 아주 가느다란 팔다리를 가졌고, 머리에 비해 몸이 너무 얇았고, 다만 눈빛만은 형형했습니다. 애처롭기도 하고 당돌하기도 한 아이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그 아이의 삶에 지금까지보다는 더 많은 행운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빌게 되었습니다. 


"바로 여기." 이번에 짚은 곳은 당신의 두 눈 사이다. "다른 놈들이 너한테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때문이야."(51쪽)

그야말로 '떠오르는' 중인 그런 곳에서 가진 것이라곤 눈빛뿐인 사람이 있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고(그러나 한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고), 고수에게 배우고(도덕 같은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고수), 폭력 사용을 마다하지 않고, 관료와 친구가 되고, 전쟁 기술자들을 후원하는 수밖에요. 그러다 꼬여버린 삶이 형형한 눈빛의 아이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글쎄요. 저는 그런 사람을 많은 소설에서, 영화에서, 기사와 뉴스에서 봤습니다. 


어쩜 이렇게도 닮았는지요. 


모두가 뒤섞여 사는 이곳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나라는 존재는 그저 온갖 우연과 맞아 떨어지거나 어긋난 찰나로 결정됩니다. 언젠가 "내 지금을 내 그 모든 선택이 만들었다"고 적은 적이 있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생각의 문을 무한히 확장해서 좀 더 먼 곳까지 뻗도록 내버려둔다면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말아요. 그러니 병으로 가난 속에 죽어간 부모님과 누나, 일찍부터 삶이라는 정체 모를 것을 찾아 다닌 사람들이 크게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성석제나 에밀 졸라, 필립 로스, 김은국 같은 작가들이 줄줄이 떠오른 이유기도 해요. 그리고 그것은 제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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