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평점 :
이 책은 <인텔리전트 라이프> ‘박물관의 저자들’ 코너에 실린 원고들을 모은 것이다. 24명의 저자들은 회화 작품, 조각상, 문학 작품의 초고나 퇴고 원고, 인형 등 물리적으로 크고 작품수가 많거나 유명하지는 않지만 각기 다른 특색의 박물관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고 미래를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책은 과거, 현재, 미래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든 시간이 개인의 일상에서 소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간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비록 박물관에서 마주한 과거가 유쾌하지 않더라도 그 때가 있었기에 특정 작품이나 물건, 장소가 소중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박물관 관련 사진이 없어 작가의 시선과 생각에 따라 박물관을 떠올릴 수 있다. 뉴욕의 '로어 이스트사이드 주택 박물관'을 방문한 로디 도일이 전하는 묘사는 생생하다. "건물의 일생은 벽 속에, 벗어진 페인트 뒤에, 벗어진 페인트 속에 있다. 손으로 벽을 살짝 문질러보고 싶은 유혹, 그 방치와 세월을 벗겨내고 박편들이 일어나 떨어진 것을 지켜보고 싶은 유혹이 일렁인다."(25쪽)
'끌리는 박물관'은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 실망하거나, 이러한 전시 공간이 '케케묵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다시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잡아끄는 책이다.
미술비평가가 아닌 작가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줬거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박물관을 다시 찾아가 사유한 것들을 담아냈다. 오데사 주립 문학 박물관, 자그레브 실연 박물관 등 큰 명성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매력이 가득한 공간들이다. 역사, 문화, 예술 이야기뿐 아니라 작가의 인생역정도 함께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