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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마즈다 아들리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2월
평점 :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앞표지 그림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도로가 에워싼 가운데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도로 위에는 차들이 질주한다. 고층빌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도시 중심가의 모습이다.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는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말에 독자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렇지 않다" 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독자들은 무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앞선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자 마즈다 아들리는 스트레스 및 우울증 분야 전문 정신과 의사다. 그런 그가 전공과 무관한 도시에 관한 책을 썼다.
그는 어릴 적부터 독일의 쾰른과 본, 이란의 테헤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등 세계적인 대도시들을 옮겨 다니면서 살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도시에 살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그 결과 이 책이 나왔다.
차례는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399쪽에 이르는 분량의 두꺼운 책이다. 각 챕터의 제목을 살펴보자.
챕터 1. 도시의 스트레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모두의 것,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챕터 2. 도시의 사람들: 사회적 스트레스, 공존을 가로막는 장벽
챕터 3. 도시의 고충: 더 빠르게, 더 변화하게, 더 다양하게
챕터 4. 도시의 교통: 무엇을 이용해 도시를 누빌 것인가?
챕터 5. 도시의 위험: 무엇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가?
챕터 6. 도시의 아이들: 아이들이 살기 좋다면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도시다
챕터 7. 도시의 건강: 우리는 마음껏 숨쉬고 싶다
챕터 8. 도시의 고독: 군중에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
챕터 9. 도시의 이방인: 다양성은 도시 발전에 날개를 달아준다
챕터 10. 도시의 재구성: 스마트폰 안에 도시 데이터를 축적하다
챕터 11. 도시의 사회자본: 도시 생활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최우선 조건
챕터 12. 도시의 활용: 어떻게 해야 도시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스트레스로 넘쳐나는 도시, 그럼에도 왜 떠나지 못하는 걸까?'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자칭 도시애호가인 저자는 대도시를 사랑한다. 그가 살아본 큰 도시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세계는 도시화되는 중이다. 그래서 도시를 부정할 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를 유익한 장소로 만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각 챕터별 제목은 도시하면 떠오르는 연관검색어로 정한 듯하다. 그런데 챕터 8까지는 도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묶어서 제시하고 있다. 스트레스, 장벽, 고충, 교통, 위험, 아이들, 건강, 고독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챕터 7. 도시의 건강에서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부분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도 중국과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
적색경보를 통해 알려진 베이징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 보건기구가 정한 최대 기준치인 1세제곱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을 훨씬 초과했다. 미세먼지 수치가 무려 30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면서 학교와 유치원은 임시휴교에 들어갔고, 자가용 이용이 제한되었다.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한지 태양광이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할 정도였고, 사람들은 숨을 쉬기 위해 창문을 닫아야 했다.
(179쪽)
미세먼지를 비롯한 도시의 환경오염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무엇일까? 저자는 건강한 삶을 위해 도시를 피해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한다. 시골보다 도시가 의사, 병원, 심리치료사, 약국, 광범위한 보건교육이 촘촘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도시민들이 시골주민들에 비해 종합적으로 훨씬 건강한 상태를 누린다고 했다.
저자의 말처럼 시골에 살던 사람도 병이 들면 도시의 큰 병원을 찾아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챕터 9부터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다양성, 데이터, 사회자본, 활용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누릴 수 있는 이점도 많다.
챕터 12. 도시의 활용에서 고독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 즐기기가 나온다.
어떤 도시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철저히 지켜진다. 예를 들면 빈의 카페에서는 요즘에도 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 앉아 있는 손님들 중 3분의 1가량은 혼자서 신문과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쓰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혼자 있기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행위다. 1873년 빈에서 태어나 20대까지 이곳에 머문 오스트리아의 작가 겸 수필가 알프레드 폴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카페에 간다." 라고 말했다.
(333,334쪽)
시골에서 카페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어느 새 카페는 동네 사랑방이 되어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사람들은 그저 도시에 사는 것을 넘어 도시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라는 말로 끝맺는다. 도시는 복잡한 창조물이며, 복잡한 시스템이 늘 그렇듯 그 안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질서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도시에서의 삶이 주는 장, 단점이 있는 반면에 시골에서의 삶이 주는 장, 단점도 있다. 가장 최선의 삶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주중에는 도시에서 주말에는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도시민들은 도시에서의 삶에서 만족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 도시에 대해서 다각도로 알아보는 기회가 된다. 도시에서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