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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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던 집안이었다.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계셨던 부모님은 당시 거금을 들여서 세계명작동화전집을 구입하셨다. 전집은 총 50권이었다. 누구든 제목을 들먹이면 아는 체할 만큼 왠만한 동화는 다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학원도 없었기에 부담없이 하교하자마자 세계명작동화전집에서 한 권씩 꺼내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가 만나자마자 첫 눈에 반해서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어린 소녀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그리고 아직도 왕이 건재한 나라가 존재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에 미지의 나라를 동경하곤 했다. 그렇다고 그 소녀가 그 나라에서 공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랬던 소녀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어도 어릴 적 세계명작동화를 읽으면서 지녔던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라는 책의 제목을 대하자마자 충동적으로 이끌렸다.

부제목이 '명작동화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세계사'다. 명작동화의 일부 스토리는 작자미상으로 문자가 없었던 아주 오랜 옛날부터 구전되어 왔다. 세대를 이어오면서 시대에 따라 그 스토리가 각색되었지만, 그 스토리가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명작동화를 읽으면서 세계사적인 사건과 연결지을 수 있다.

동화 속 주인공 백설공주, 빨간 머리 앤, 소공녀, 빨간 구두, 제제, 마르코 등등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물론 독자에 따라서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은 채 그러려니하면서 책을 읽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본인이 알고 있었던 동화를 뒤집어 그 이면을 들춰보는 재미가 있다.

저자 박신영 작가는 자칭 역덕, 그러니까 역사덕후다. 그래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세계문학전집을 읽으면서 철없는 소녀의 환상에 젖어 있지 않았다.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백마 탄 왕자는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라는 책을 쓰게 만들었다.

저자의 소개 아래 기가 막힌 반전의 세계사 사례로 백마 탄 왕자를 꼽고 있다. 어릴 적 소녀가 보았던 멋진 왕자는 알고 보니 백수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왕자와 백수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한 국가를 다스리는 존엄한 왕이신 아버지의 뒤를 잇는 준비된 왕이다. 그런 왕자가 놀고 먹는 백수의 신세라니 너무 한심해서 선뜻 믿기지 않는다. 여기에 중세유럽의 소국들이 등장한다.

지금의 독일어권 지역에 300여 개의 작은 나라들이 있었다. 영토가 작은 나라는 왕자들이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 영토를 분할하면 나라의 힘이 약해진다. 그런 이유로 부왕은 첫째 왕자에게 왕위를 물러준다. 나머지 왕자들은 궁궐을 벗어나 각자 알아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왕자의 떠돌이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다 이웃나라 공주와 결혼이라도 하면 이웃나라의 왕이 될 수도 있다. 어떤가? 백마 탄 왕자가 고국을 떠나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녀야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답이 되지 않는가?

첫 번째 수많은 왕자들의 공통된 사연이었던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에서 보듯 작가는 세계명작동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이 생겨난 연유를 세계사적인 배경이나 사건을 연결지어서 풀어나간다. 그런데 작가의 풀이가 제법 설득력이 있다. 그게 아니라고 반박할 그럴싸한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시나브로 세계사적인 지식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작가는 가상의 스토리를 두고 세계사적인 팩트체크를 하는 셈이다.

스토리가 만들어질 그 당시로 되돌아가보자. 어느 누구도 백마 탄 왕자의 떠돌이 생활이 공주와의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 그 옛날의 작가는 가상의 스토리로 꾸며서 에둘러 표현했을 것이다. 언젠가 자신이 쓴 스토리의 진실이 밝혀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면서 말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대한민국의 박선영 작가가 그 일을 해냈다. 어릴 적부터 세계명작동화를 읽으면서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었던 작가의 호기심이 어린 소녀가 지녔던 동화속 환상을 여지없이 허물어뜨렸다. 하지만 어릴 적 동화를 읽었던 독자라면 작가의 해석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을 술술 넘길 것이다.

동화속 환상이 사라져도 좋다. 대신 그 자리를 세계사적인 사실로 가득 채울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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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최고를 이끌어낼 것인가 -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
팀 어윈 지음, 허성심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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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최고를 이끌어낼 것인가' 는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에 관한 책이다. 그렇다면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 그것은 무엇일까?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이쯤에서 나는 리더가 아니라서 혹은 나는 절대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이 책을 덮어버리진 말자.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려 있다' 라는 말이 있다. 저자가 던진 '왜 어떤 말은 최고를 이끌어내고 어떤 말은 최악을 만들어내는가' 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 팀 어원은 조직심리학과 임상심리학 두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전 세계 대표적인 기업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는 리더쉽에 관한 책들을 출간한 바 있다.

프롤로그에 들어가기 전 아래의 한 문장이 나온다.

긍정은 우리가 영향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신념을 심어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려는 바가 아닐까? 긍정이 신념을 심어줄 수 있다니 그 심리적 효과가 엄청나다.

프롤로그에서 칙필레 최고운영책임자 팀 타소풀로스가 '삶에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 을 준 멘토로 저자인 팀 어윈 박사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는 팀 어윈이 정의한 대로 리더쉽을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힘'이라고 한다. 결국 이 책은 시종일관 리더쉽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다.

차례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2장은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범한 방법, 3장은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특별한 원칙이다.

1장에서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은 무엇인지 살펴볼까?

칭찬은 피상적인 것이다. 찬탄과 감탄을 연발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깊은 지지와 긍정을 보내지 않는다. 그런데 긍정은 우리 뇌에 상당히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전기 활동으로 작동하는 뇌는 지지와 긍정을 받을 경우 더욱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더욱 생산적으로 일한다. 반면에 비난은 은유적 표현을 빌리자면 뇌를 먹통으로 만든다.​
(45,46쪽)

긍정은 칭찬관 별개다. 칭찬은 듣기 좋은 말로 끝날 수도 있지만 긍정은 말에서 나아가 행동을 이끌어낸다. 리더로서 구성원을 대하면서 지지와 긍정을 보낼 때라야 구성원의 내적 동기를 높여서 조직이 원하는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니 이것을 리더의 특별하고 비범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장에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범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CEO들이 추천하는 다섯 가지의 효과적인 긍정 방법이 있다. 첫째, 행동 이면에 가려져 있는 역량을 긍정하라. 둘째, CEO들은 직원들이 올린 성과가 왜 중요한지 그 맥락을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긍정은 시의적절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피드백보다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피드백을 줄 때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긍정이 필요하다.

"당신이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긍정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시도때도 없이 상대를 긍정한다고 해서 효과적이진 않다.

경험이 많은 리더들은 상대방이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인지, 문제가 되는 사람인지 판단한다. 전자라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까지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지만, 후자라면 합리적 수준의 지원만으로 파괴된 내면을 바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즉 리더는 문제가 있는 사람까지 포용하면서 계속 끌고갈 필요는 없다.

3장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특별한 원칙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지막 부모와 교사에게 전하는 특별한 조언을 보면 부모인 필자도 뜨금한다. 저자는 부모들에게 왜 자녀에게 소리를 지르는지 묻는다. 부모의 소리 지르는 행위는 아이에게 자립심과 자기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의 꿈과 연결지어 피드백을 제공해주면 된다. 비난 대신 아이가 원하는 것과 아이의 실제 행동 사이의 불일치를 지적한다. 예를 들면 "OO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지. 네가 꼭 목표를 성취하면 좋겠구나. 응원하마. 하지만 물리학에서 C를 받으면 그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된단다." 라고 말한다면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비난을 멈추고 공정하라' 라고 한다. 내가 성장시키고 싶은 가족, 친구, 동료, 직원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인생의 말을 해주고 그들을 긍정하는 노력을 기울여보자는 것, 그것 하나만 기억하자면서 글을 끝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과 주변에서 사례를 찾아서 적절한 예시를 들고 있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대로 조직의 리더가 아니어도 인간관계에서 주도권을 갖는 한 리더이다. 이 책은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인간관계의 조언을 알려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주위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 영향이 긍정적이라면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 책이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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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마즈다 아들리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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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앞표지 그림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도로가 에워싼 가운데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도로 위에는 차들이 질주한다. 고층빌딩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차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도시 중심가의 모습이다.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는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말에 독자들은 의심할 여지없이 "그렇지 않다" 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상적인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독자들은 무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앞선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저자 마즈다 아들리는 스트레스 및 우울증 분야 전문 정신과 의사다. 그런 그가 전공과 무관한 도시에 관한 책을 썼다.

그는 어릴 적부터 독일의 쾰른과 본, 이란의 테헤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등 세계적인 대도시들을 옮겨 다니면서 살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도시에 살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그 결과 이 책이 나왔다.

차례는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399쪽에 이르는 분량의 두꺼운 책이다. 각 챕터의 제목을 살펴보자.

챕터 1. 도시의 스트레스: 아무도 원하지 않는 모두의 것,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챕터 2. 도시의 사람들: 사회적 스트레스, 공존을 가로막는 장벽
챕터 3. 도시의 고충: 더 빠르게, 더 변화하게, 더 다양하게
챕터 4. 도시의 교통: 무엇을 이용해 도시를 누빌 것인가?
챕터 5. 도시의 위험: 무엇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가?
챕터 6. 도시의 아이들: 아이들이 살기 좋다면 모든 사람에게도 좋은 도시다
챕터 7. 도시의 건강: 우리는 마음껏 숨쉬고 싶다
챕터 8. 도시의 고독: 군중에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
챕터 9. 도시의 이방인: 다양성은 도시 발전에 날개를 달아준다
챕터 10. 도시의 재구성: 스마트폰 안에 도시 데이터를 축적하다
챕터 11. 도시의 사회자본: 도시 생활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최우선 조건
챕터 12. 도시의 활용: 어떻게 해야 도시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스트레스로 넘쳐나는 도시, 그럼에도 왜 떠나지 못하는 걸까?'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자칭 도시애호가인 저자는 대도시를 사랑한다. 그가 살아본 큰 도시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세계는 도시화되는 중이다. 그래서 도시를 부정할 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를 유익한 장소로 만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각 챕터별 제목은 도시하면 떠오르는 연관검색어로 정한 듯하다. 그런데 챕터 8까지는 도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묶어서 제시하고 있다. 스트레스, 장벽, 고충, 교통, 위험, 아이들, 건강, 고독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감내해야 하는 항목들이다.

챕터 7. 도시의 건강에서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부분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도 중국과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

적색경보를 통해 알려진 베이징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 보건기구가 정한 최대 기준치인 1세제곱미터당 25마이크로그램을 훨씬 초과했다. 미세먼지 수치가 무려 300마이크로그램을 넘어서면서 학교와 유치원은 임시휴교에 들어갔고, 자가용 이용이 제한되었다.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한지 태양광이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할 정도였고, 사람들은 숨을 쉬기 위해 창문을 닫아야 했다.​
(179쪽)

미세먼지를 비롯한 도시의 환경오염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무엇일까? 저자는 건강한 삶을 위해 도시를 피해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성급한 결론이라고 말한다. 시골보다 도시가 의사, 병원, 심리치료사, 약국, 광범위한 보건교육이 촘촘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도시민들이 시골주민들에 비해 종합적으로 훨씬 건강한 상태를 누린다고 했다.

저자의 말처럼 시골에 살던 사람도 병이 들면 도시의 큰 병원을 찾아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챕터 9부터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다양성, 데이터, 사회자본, 활용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누릴 수 있는 이점도 많다.

챕터 12. 도시의 활용에서 고독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 즐기기가 나온다.

어떤 도시에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철저히 지켜진다. 예를 들면 빈의 카페에서는 요즘에도 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에 앉아 있는 손님들 중 3분의 1가량은 혼자서 신문과 책을 읽거나 무언가를 쓰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혼자 있기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문화적 행위다. 1873년 빈에서 태어나 20대까지 이곳에 머문 오스트리아의 작가 겸 수필가 알프레드 폴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은 카페에 간다." 라고 말했다.​
(333,334쪽)

시골에서 카페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어느 새 카페는 동네 사랑방이 되어 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사람들은 그저 도시에 사는 것을 넘어 도시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라는 말로 끝맺는다. 도시는 복잡한 창조물이며, 복잡한 시스템이 늘 그렇듯 그 안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질서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도시에서의 삶이 주는 장, 단점이 있는 반면에 시골에서의 삶이 주는 장, 단점도 있다. 가장 최선의 삶은 도시와 시골을 오가면서 주중에는 도시에서 주말에는 시골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도시민들은 도시에서의 삶에서 만족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인 도시에 대해서 다각도로 알아보는 기회가 된다. 도시에서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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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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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끝내는 연말에 미래의 창에서 '트렌드 인사이트 2030'이 나왔다. 그동안 제목에 '트렌드'가 들어가는 책들을 여러 권 읽었던 독자라면 또 "트렌드야?" 라면서 지레 식상해 할 수도 있다. 과연 '트렌드 인사이트 2030'은 기존의 트렌드 책들과의 차별화를 갖고 있을까?

'트렌드 인사이트 2030'은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에서 보듯 2030년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올해가 2019년이니까 11년 뒤의 세상을 예측하고 있다.

책의 뒤표지에 미래를 연결하는 60개의 키워드 중 일부가 나온다. 디자인이 흡사 태양계의 행성들을 보는 듯하다. 태양을 중심으로 일정한 궤도에 따라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는 행성들이다. 각각의 행성마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만유인력으로 연결되어 있다.

저자 로렌스 새뮤얼은 미국 출신의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문화역사학자다. 그의 직함을 보면 공통적으로 문화가 들어있다. 문화를 전공한 저자가 어떤 식견으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할지 기대된다.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지금 당신의 손에 10년 후 미래가 있다' 라고 공언한다. 이 책은 문화, 경제, 정치, 사회, 과학, 기술 트렌드를 6개의 장으로 구성했고, 각 장마다 세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10개의 세부적인 트렌드가 키워드로 제시되어 있다. 총 60개의 트렌드 키워드가 나온다.

또한 미래의 트렌드뿐 아니라 이러한 흐름이 가져올 10개의 구체적인 현상과 기회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실제 비즈니스에서 전략적으로 응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트렌드 인사이트 2030'을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60개의 트렌드를 독자가 속한 업계, 회사, 브랜드에 맞게 적절히 응용하는 것이다. 각 키워드 말미에 시사점과 활용법이 있어서 수월하다.

목차는 앞서 저자가 얘기한 대로 일목요연하게 각 분야별 10개의 키워드가 나열되어 있다.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총 60개의 키워드를 살펴본다.

키워드는 한글과 영어가 나란히 표기되어 있다. 저자가 미국 출신인 만큼 영어가 원문이다. 우리말로 번역할 단어가 없는 키워드는 영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예를 들면 2장 경제 16.마이크로브랜딩 Microbranding, 20.아날로기즘 Analogism, 3장 정치 22.포퓰리즘 Populism 등이 그렇다.

독자의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이미 알고 있는 키워드도 있는 반면 생소한 키워드도 있을 것이다. 생소한 키워드가 많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문에서 키워드의 사전적인 뜻을 알려주진 않아도 독자들이 본문을 읽으면 키워드가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키워드마다 마지막에 시사점과 활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문화, 경제, 정치, 사회, 과학, 기술 각 분야 중에서 독자의 관심, 전공, 업무에 따라서 이해하는 수준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사점과 활용법은 필요에 따라서 독자의 취향에 맞게 취사 선택하면 어떨까?

저자는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하면서 각 분야별로 나눠서 키워드를 세분화시켰다. 그런데 각각의 키워드가 별개의 독립성을 갖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차라리 분야를 총망라해서 서로 연관된 키워드를 묶어서 우선순위에 따라 제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반면에 각 분야별로 제시된 키워드가 세분화되어 있어서 하나씩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마지막 참고문헌에서 보듯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서 이 책을 썼다. 그래서 문화 전공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를 연구하는 미래학이 있다. 하지만 미래학은 학문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다. 현실에 기반을 둔 미래를 연구하기에 트렌드 키워드에 따라서 지금 한창 변화로 나아가는 징후가 보이기도 한다.

비즈니스를 시작할 계획이거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본인의 업무 분야와 관련한 팁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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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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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는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를 알려주는 책이다.

책의 앞표지 제목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편안한 옷차림의 여자가 소파에 앉아서 왼손엔 술병을, 오른손엔 리모컨을 들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이게 평상시 집안에서의 내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라면 그는 '팬츠드렁크'를 즐기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책의 본문을 펼쳐서 읽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내 일상을 점검하고 싶다면 애써 말리지 않겠다.

책의 뒤표지에 '오늘 밤, 나는 팬츠드렁크로 행복해진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팬츠드렁크'의 뜻이 무엇일까? 물론 책의 앞표지 그림을 보면서 눈치 빠른 독자라면 대충 짐작했을 것이다.

'팬츠드렁크하다'는 3가지의 뜻이 있다. 1)어디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가장 편한 옷차림으로 혼자 술을 마시다.
2)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다.
3)지금, 가장 트렌디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다.

주한 핀란드 대사 에로 수오미넨은 한국의 혼술 문화가 핀란드의 팬츠드렁크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긴장을 풀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혼술과 팬츠드렁크로 대표하는 두 나라의 문화가 닮아 있다. 과연 그럴까?

저자 미스카 란타넨은 핀란드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이다. 25년간 기자로 살아오며 7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들 중 하나로 꼽히는 핀란드의 문화와 행복 비결을 담은 '팬츠드렁크'를 펴냈다.

책의 겉표지를 넘겼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문장이 '오늘도 많이 힘들었죠?' 이다. 이 물음을 본 독자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필자가 보기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리라 생각한다.

저자의 물음에 대한 답은 뒤에 나온다. 바로 '팬츠드렁크'하라는 것이다. 본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저자가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끝났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차례를 살펴보면 총 4잔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장'이나 '부'가 아닌 '잔'으로 본문의 내용을 구분하고 있다.

한 잔은 <팬츠드렁크, 있는 그대로의 나로 되돌아가는 시간>이다. 두 잔은 <취미와 함께 해서 더 즐거운 팬츠드렁크>이다. 세 잔은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팬츠드렁크>이다. 네 잔은 <팬츠드렁크, 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지금은 팬츠드렁크를 즐길 시간' 이라고 말한다. 집밖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제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다. 그때부터 팬츠드렁크를 즐길 수 있다.

행복 지수가 높은 북유럽 국가들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가 있다. 각 나라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용어가 다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라곰'이라는 개념이 있다. '라곰'은 모든 것이 적당한 상태, 즉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 잡힌 상태를 말한다.

덴마크는 '휘게'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덴마크인은 아늑한 분위기와 삶의 여유, 현재의 순간을 즐긴다.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방 안에서 어릉대는 촛불 아래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일이 휘게다.

핀란드는 '칼사리캔니', 즉 '팬츠드렁크'가 있다. 속옷을 뜻하는 '칼사리'와 취한 상태를 뜻하는 '캔니'의 합성어다. 영어로 '칼사리캔니'는 '팬츠드렁크'가 된다.
'팬츠드렁크'는 어떤 환경이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전 세계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딱히 준비할 것도 없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

팬츠드렁크는 자기답게 쉴 수 있는 완전한 휴식 방법이다.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연출된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

한 챕터가 끝나는 말미에 '나의 팬츠드렁크'를 실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핀란드인들이 익명으로 각자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팬츠드렁크를 들려준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팬츠드렁크가 생겨난 연유가 뭘까? 길고 춥고 어두운 겨울과 서로 멀찌감치 떨어진 집들에서 보듯 핀란드의 기후, 지형에서 비롯되었다.

팬츠드렁크의 궁극적 목표는 몸과 마음의 휴식, 그리고 현재의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팬츠드렁크를 즐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야 하고, 둘째는 계획된 방식으로 저녁 시간을 보내야 한다. 팬츠드렁크한답시고 그냥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 필자는 책에서 일러주는 대로 팬츠드렁크를 즐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편안한 옷차림에 냉장고엔 시원한 캔맥주가 있고, 내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 그런데 굳이 술을 마셔야 하는가? 물론 술 없이도 팬츠드렁크를 즐길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비결에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인 팬츠드렁크가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우리의 혼술 문화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핀란드 사람들이 퇴근한 뒤 저녁시간에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해진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저녁이 있는 삶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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