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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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어를 좋아한다. 아직도 가끔 흥얼거리는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노래 때문인지, 아니면 모천 회귀성 물고기라는 특이함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맛이 좋아서인지... 어쨌건 연어라는 이름에서는 왠지 모를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힘들은 내가 여태 가지지 못한 힘이었다.

연어는 내가 대학생 때 처음 읽었던 책이다. 연어의 입장에서 쓰인 동화 같은 소설이었는데 연어에 대해서, 환경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낚싯대가 아닌 사진기를 들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어들의 대화 때문에 한동안 낚싯대를 팽게치고 사진에 빠져 있기도 했었다. 10년이 지나도 가끔 생각나는 책, 다시 읽어보고 싶었지만 저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더 중요한(?) 책들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점차 기억에서 사라졌었다. 그런 와중에 사촌 동생 집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오랫동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용은 단순하다.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 은빛연어는 다른 연어들과 상당히 다르게 묘사된다. 일단 생김새부터 다르다. 일반 연어들은 어두운색인데 반해 주인공은 은빛이라 여러 위험에 쉽사리 노출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수백 마리의 연어 무리가 그를 보호해준다. 결국 그를 지키기 위해 그의 누나가 대신 희생되지만, 참사랑을 실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사회에서도 '나와 다른, 일반적이지 않은 타인을 진심으로 감싸고 보호해주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빛연어는 생김새만 다른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다르다. 모두가 단순하게 "집단 목적"에만 관심을 가질 때 그는 자신과 주변 환경을 돌아보았다. 위험을 무릅쓰고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어 물 밖의 세상을 바라보기도 했고, 강물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쉬운 길을 놓아두고 위험한 폭포로 거슬러 오르기도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굳이 왜 그래? 왜 쉬운 길 놔두고 어렵게 가려고 해? 왜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려고 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런 존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부터 이런 존재로 성장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어에게는 연어만의 길이 있듯이 우리에게도 우리의 길이 있다는 것을, 개개인의 존재가 가치 있고 존중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표지 상단에 조그마한 글씨로 쓰여 있는 것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어렸을 적 동화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은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많은 분이 삶의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


"그러니까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이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안다는 뜻이다. 다만,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을 얕보는 지상의 인간들만이 그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강은 그것을 언제나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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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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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사기병"의 후기를 남기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비슷한 시기에 지인분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포스팅을 했었는데, 왠지 모르게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나의 기억으로는 이 책 역시 죽음에 관한 책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로 도서관에 들러 몇 권의 책과 함께 대출 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이 출판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서 갔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교훈을 주었을까? 작가인 미치 앨봄은 이 책을 모리 교수님과 함께한 마지막 논문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세상 그 어떤 논문도 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함께 나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모리 교수님은 어느 날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단순히 나이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았던 교수님은 병원을 찾게 되고, 정밀 검사를 통해 루게릭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모리 교수님. 점점 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 시기에 미디어를 통해 은사님의 소식을 접한 미치 앨붐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에 파묻혀 여유가 없는 생활,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지 알지 못한다. 그저 자신의 이름으로 기재된 신문의 사설을 확인하는 순간만이 자신의 존재 의미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매주 화요일, 모리 교수님을 찾고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화요일의 사람들. 그들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 용서, 문화, 의미, 믿음, 돈, 가족... 그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것은 없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죽음을 다가온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평생 살 수 있을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리 교수님은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면서 인생을 낭비하거나,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놓치는 일이 많은 것에 안타까워했다. 교수님이 칭하는 사람들에는 작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교수님의 지혜와 교훈은 그들의 관계를 넘어서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책을 덮으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정말 감사한 것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보다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소명 의식을 확고히 한 점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두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진정으로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남은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인생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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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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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쓴 미치 앨봄의 3번째 작품인 "단 하루만 더"는 가족의 소중함, 특히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환경은 다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 더해졌고 예전보다 자주 연락을 드리고 있는 걸 보면 참 고마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모쪼록 많은 분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를 느끼기를 바라며 서평을 써본다.

모든 가족 이야기는 유령 이야기다.

책 머리말에 나오는 글인데, 이 글을 접하자마자 슬픈 마음이 들었다. 유령이라고 해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주인공 칙 역시 자신에게 제일 소중한 어머니를 잃었다. 그리고 그 시점을 계기로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현재는 나락에서 벗어난 칙은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 어떻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 준다.

칙은 야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한 알코올 중독자이다. 그의 방탕한 생활 때문에 결혼생활은 끝났고, 심지어 딸의 결혼식에 초대조차 받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비참했던 자신의 삶을 끝내기 위해 자살을 결심하게 되고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으로 향한다. 물론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말이다. 결국 술이 또 문제였다. 고속도로에서 길을 잘못 들어섰고 역주행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큰 사고였지만 목숨을 부지한 칙은 남은 생명을 마저 끝내기 위해 건물의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자살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 칙. 정신을 차리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집안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계신다. 분명히 돌아가신 어머니, 자신이 무덤에 흙까지 뿌려 드렸는데... 혹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어머니가 유령이라 할지라도 그는 어머니를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하루 동안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 과거를 회상하며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용기를 얻는다.

책을 덮고 나서 '신이 모든 곳에 갈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떠올랐다. 언제나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삶의 본보기가 되어주시는 분. 지치고 힘들 때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주시는 분. 그런 사람이 바로 어머니다. 나는 절대 칙처럼 유령이 된 엄마에게까지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는 않다.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런 행복한 삶 속에 엄마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음 주에 환갑을 맞이하는 엄마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갈 예정인데,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따뜻하게 한 번 안아 드려야겠다. 조금 쑥쓰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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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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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할아버지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도적단에게 쫓기던 중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마땅히 존경하고 자부심을 가질만한 가족력이다. 하지만 나는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는 이름을 남길만큼 위대한 분은 아니었고, 할아버지는 전쟁 후유증 때문에 전쟁망령 같이 느껴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독립과 이념,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한 댓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남겨진 가족들은 하루하루를 허기와 외로움으로 보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 주인공인 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버들은 동네 친구인 홍주, 송화와 함께 사진 결혼으로 하와이로 떠난다. 그곳에 가면 끼니 걱정없이 지내면서 공부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가혹하고 냉혹한 현실은 성난 파도와도 같았다.

버들의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셨고, 큰오빠는 일본순경에 항의하다 돌아가셨다. 그래서 강경하게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남편 태완이 몹시 걱정되었다. 그나마 조선이나 중국으로 건너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완은 중국에 가기로 결심한다. 후손들에게 독립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는 굳은 의지 때문이었다.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었겠지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결국에는 부상과 지병을 안고 돌아올 그의 미래를 예상했다면 버들의 손을 잡았어야 했다. 하와이로 돌아 온 후 그의 자식들과 소원하게 지낼 수밖에 없었던 건 그의 잘못이다. 가족들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어찌보면 조국의 독립보다 남편과 아버지의 존재였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홍주와 송화도 버들 못지 않게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아간다. 결혼한지 몇 달만에 과부가 되고, 아들마저 빼앗긴 후 세 번이나 결혼을 한 홍주나 무당의 자손으로 태어나 무병이 도져 친딸을 놓고 조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송화의 삶도 참으로 가련하다. 누구 하나라도 잘 되었으면 싶었으나 그리 행복한 결말은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의 아들처럼 여겨졌던 버들의 큰아들은 일본의 진주만 습격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하고, 버들의 딸 진주는 사실 송화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무거운 결말에 다가선다. 그러나 버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농장에 가득할 카네이션을 기다리는 그녀는 여전히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자신이 하와이로 향하며 희망을 꿈 꿨던 그때처럼 말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읽으면서 십 년 전쯤 읽었던 "별들의 들판"이 생각났다. 가족과 조국을 위해 타지로 나간 우리의 선조들. 그들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존경스러워졌다. 하와이로 향했던 분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렵게 번 돈을 기부하고 성금으로 모금하면서 학교를 세우고 한마음으로 독립운동에 동참 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결코 밝지 않다. 그러나, 힘겨운 삶의 연속일지라도 그속에서 그들의 삶을 보았고, 역사를 보았고, 또한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인생 역시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앞으로는 잘될 거라는 확신이 든다. 밝고 희망찬 미래를 꿈꾸게 한다. 모쪼록 이 책을 접하는 모든 분들이 희망으로 가득찬 오늘을 보내길 간절히 바란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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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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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유튜버 자청님이 추천한 책 중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정리하는 뇌". 도서관에 예약 을 걸어 놓은 지 한 달이 지나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 번 읽었던 "타이탄의 도구"에 비해 분량이 많고 뇌과학과 관련된 내용이라 쉽지 않은 책이었다.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나의 뇌는 책을 읽는 중간중간 몽상 모드로 들어가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책을 펼쳐놓고 명상을 하는 것인지 모를 수준으로 만들었지만 기어이 완독해 냈다. 아직 내용을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박제를 해놓고 내용을 곱씹으며 익히기 위해 짧게나마 서평을 남겨 놓는다.

중앙관리자 모드는 한 가지 과제를 수행할 때 정신이 산만해지지 않게 막는 것이다. 다른 것이 우리의 의식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제한해서 우리가 방해받지 않고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몽상 모드는 중앙관리자 모드와 정반대로 작용한다. 어느 한 모드가 작동 중이면, 다른 모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책에 의하면 멀티테스킹 능력은 뇌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을 뿐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흔히 멀티 능력이 좋은 사람을 가르켜 일을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더 성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 한 가지 일을 하면 다른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아내의 경우에는 멀티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예를 들어 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때 옆에서 아내가 말을 걸면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무의식적으로 답변만 하는 경우가 많다. 아내는 내가 이야기를 다 듣고 이해했다 생각하고 재확인을 하지만 나는 처음 듣는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일하면서도 나와 대화를 나누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아내의 멀티 능력을 부러웠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의 뇌는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느라 아내의 말을 잘 못 들어도 질타를 받지 않도록 이 책에서 강조하는 대목을 보여주어야겠다. ^^

기억이 잘 되는 경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첫째 특이하고 독특할 것, 둘째 강력한 감정적 요소가 들어 있을 것, 이 두 가지다.

우리의 뇌, 특히 해마는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데 대부분의 기억이 해마에 기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 대로 특이하고 톡특하거나 강력한 감정적 요소가 들어 있다면 해마 속에 저장되어 장기간 기억을 할 수 있다. 달리 이야기하면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것 있다면 그 순간을 특이하고 감정적으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결혼생활과 육아가 아무리 지루하고 반복적 일의 연속이라 할지라도 매 순간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즐거워한다면 행복한 기억으로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의 첫 옹알이, 첫 뒤집기, 첫 걸음마, 그리고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렀을 때의 기억은 평생 남는다. 처음이라는 특별함 때문이다. 이제는 가족들과 하는 모든 순간을 처음 겪는 것처럼 느끼도록 노력해 보아야겠다.

정리 원칙 1. 라벨을 붙이지 않은 물품보다는 라벨을 잘못 붙인 물품이나 보관 장소가 더 나쁘다.

정리 원칙 2. 이미 기준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활용하라.

정리 원칙 3.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갖고 있지 마라.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모든 것을 미라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모든 것은 연관이 있고 그 중심에 미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정리 원칙 역시 미라와 상당히 연관이 있어서 남겨 놓는다.

우선 물건이 많으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건 생각, 욕심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많고 욕심이 많으면 마음이 혼란스럽고 안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물건이든 생각이든 불필요한 것은 비우고 간소화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무조건 버리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정리 원칙 2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준이 존재한다면(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면)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물건을 사용하더라도 애착을 가지고 오래 쓰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습관을 제대로 갖춘 후에 정리 원칙 3에서처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과감하게 처분하는 것이 좋다.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 후에 처리해야 한다. 옷이나 신발을 리폼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배출하고, 분리수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실천으로 재활용을 넘어 순환 경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정리하는 뇌"는 분량만큼이나 도움이 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수명 관리, 신경의 소통(시속 480km), 뇌의 무게(1.4kg, 체중의 2%), 수면 필요 시간, 미루기(과제 완수 시간 * 주의 산만 * 지연 / 자신감 * 과제의 가치), 시간 정리 등등 정말 유용한 내용이 가득했다. 다음에 책을 구매한 후에 필사와 학습을 꾸준히 하면서 습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책의 마지막에 문구를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정리는 우리 모두를 삶의 다음 단계로 이끌어준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낡은 습관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청소가 필요한 영역들을 의식적으로 자세히 살펴 확인한 후에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청소를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행동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중략.

경험에 비추어보면 내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보통은 그보다 더 좋은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주었다. 낡은 것을 없애면 무언가 훨씬 멋진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준다는 신념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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