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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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보여주는 삶에 대한 자세가 있다.

그의 삶에서 오랜 기간을 차지했던 사람이 있다.

트라우마를 안겨 준 사람. 그는 소아성애자로부터 몇 년에 걸친 학대를 경험한다.

처음에는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고, 이후 한동안은 자신이 아닌 동생이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며,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을 위해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택한 것이라는 안도감을 느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자신이 알았던 것과는 달리 동생 역시 피해자였고, 당시 집은 부유하지는 않았으나 어렵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어머니는 방관자였고 새아버지는 일이 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트라우마의 극복이 개인에게 달린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저자는 필요이상의 고통을 받았었다. 

분노와 불안을 극복하지 못해 심리치료까지 받은 끝에 가해자에 대한 연민에까지 이른다. 더이상 원망과 분노에 자신을 맡기는 것을 불허한 저자. 그가 한가지 알게 된 것은 인생의 한 장면에 이르면 모두가 맞닥뜨릴 수 있는 고난이 있는데, 그때엔 혼자 감당하기보다 타인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아픔을 고백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그가 자연 특히 지금 여기라는 공간을 중요시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서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 숫자만으로 가치평가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 선주민(원주민 아니라 선주민!)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순간이 아닌 전체적인 이어짐을 본다는 것.

가까이서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묘사하기 어려운 자연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무언가를 잊기위한 노력처럼 보였다가 나중에는 저절로 그러하게 된 저자의 삶.

세상엔 이런 삶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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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문, 작가는 무엇으로 쓰는가
최재봉 지음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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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문 #작가는무엇으로쓰는가 #탐문_작가는무엇으로쓰는가 #비채 #최재봉 #최재봉_평론집 #비채서포터즈2기 #서평단

"모든 작가는 독자에서 출발한다.

글을 쓰기 전에 읽는 일이 먼저다. 읽는 일이 쌓이고 쌓인 끝에 쓰는 일로 몸을 바꾼다. 양질 전환의 법칙은 여기에도 해당된다.

독자로 출발해 작가가 된 뒤에도 독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제까지고 따라다닌다.

모든 작가는 곧 독자이기도 하다."

이 말이 책을 읽는내내 따라다녔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을, 문장이 좋아서 페이지를 훑는 시선을, 종이에 담은 문장이 좋아서 문득 든 고개 끝에 걸리는 풍경을.

평론집은 딱딱한 문체일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결국 글은 누가 쓰느냐에 달렸구나 싶다.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이 작품에 이런 문장이 있었구나! 이 작가가 이런 말을 했었구나! 이 말은 모순되는 것 같은데, 모아놓으니 묘하게 통일성이 있네!

음. 줄을 긋다가. 너무 긋는 것 같은데. 체크만 하고 갈까.

하다가 책에 미안해서 눈으로 그은 밑줄이 한 가득.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

관심이 없어도 책은 쓸 수 있지만, 사랑 없이는 쓸 수 없는 책.

왜 그러냐구요? 읽어보면 아마 동의할걸요!!

탐문이란 제목에 어울릴 정도로 많은 작가와 문장이 들어있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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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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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에 여우'호狐'자가 들어가는 여코야마 지방 탄광에서는 여우신을 모셨다.

이 신은 곡식을 관장한다는 여우신 이나리와는 조금 달랐다. 하얀 여우님과 검은 여우님의 두 신을 모셨기 때문이다.

전자는 풍요의 신. 탄광에서는 석탄 채굴량 증가로 연결.

후자는 흉작의 신. 갱내에서의 모든 사고를 의미.

이런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지금도 광부로 일하는 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탄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기척이 들려서 뒤를 돌아보았단다.

검은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여인이 함께 일하게 해달라고 말을 건다.

가면을 벗자 탄광에 어울리지 않는 하얀 얼굴이 드러난다.

남자는 고민을 하다가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자, 허락한다.

원래부터 생산량이 많았는데, 이후로는 더 늘어난다.

광부들 사이에서 소문이 돈다.

다른 인부들과 교류도 없이 혼자서 일하는 녀석이 있는데, 한동안 수확량이 전과 비교해 훨씬 늘었는데, 어느날인가부터 말 수가 적어지더니 얼굴이 파리해지더라.

가만, 그녀석과 비슷한 일이 전에도 있었는데...

내가 알기로 4번째인가?

남자는 하연 피부의 여인의 옷을 벗기던 중에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검은 점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온다.

"나를 데리고 나가 줘." 남자는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그 여인은 항상 갱도 안에서만 만날 수 있었거든.

여인의 정체는...

그리고 현재.

사람이 죽었다.

목격자는 말한다. 보았다고. 검은 얼굴 속에 눈에 띄는 하연 두 눈을.

아이는 말한다. 들었다고. 짐승 울음소리...어디서 들었대?

"땅속에서 들었다고 그랬어요."

잇따른 죽음....

검은 여우의 전설을 배경으로 벌어진 살인사건. 검은 여우의 신은 존재하는가? 과연 범인의 정체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탄광촌에 흘러들어온 건국대학 출신의 엘리트 하야타. 그가 풀어내는 사건의 진상!!

미쓰다 신조! 그의 작품에 붙는 수식어. 호러와 미스터리의 융합.

<검은 얼굴의 여우>였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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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해방 - 소용돌이치는 인생의 한가운데에서 마음의 고요를 얻는 법
곽정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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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해방 #곽정은 #외로움 #웅진지식하우스 #웅답하라7기 #에세이


홀로 서 있는 사람.

내면이 단단한 사람.

할 말이 많은, 그래서 더 입을 열지 않는.

속으로 삭였다가 어쩔 수 없어 토해내는.

그런 이미지.

저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도 흔들렸음을 알게 된다.

남에게 기대어 살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게 되기까지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고 타인에게 상처받고

타인이 타인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기까지

가시에 찔리고 찔리고도 통증을 못느끼는 듯 

자학했던 날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그의 선언이 애처로운 이유.

왜일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마음 해방은 체념인 것일까. 인정인 것일까.

날선 그녀가 아닌 모습은 낯설다.



내려놓음. 아. 이게 맞을 듯.

쉽지 않음을 고백하는 그녀의 이야기.




[미션1] 질문 "여러분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나요?"

_ 제3의 눈. 누군가가 늘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단속한다. 정작 타인은 나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음을 알면서도. 벗어나고 싶다.  놓는 연습을 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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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록산 게이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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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록산게이 #문학동네 #기록

헝거 _ 록산 게이

독서의 목적 중에는 ‘새로운 정보‘를 얻는 것도 있다.
이 책에서 접한 것은 감히 ‘정보‘라고 칭할 정도로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다.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펼쳐진다.


본인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서술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경험과 생각을 쏟아낸다(‘아니 에르노’의 작품들을 읽기 전에 이 책이 있었다.).
제3자가 써내려간 것처럼.

소설이 아니라 실제 작가의 지난 삶. 그때그때 느꼈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숙연‘해진다. 차라리 소설로, 혹은 영화로 접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감정 이입 없이 허구로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미투‘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존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이 책에서 따온 것이 아닐가 여겨질 정도로. ˝생존자˝라는 표현이 피부에 와닿는다.

살아남기 위해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인 ‘음식‘에 의존해 이성이 본인에게 더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한없이 섭취해 외형적 변화를 통해 도피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자기 방어 방법으로 날을 세우고, 한없이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스스로를 사랑하지도 않고(못하고) 사랑받을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낯선 이에게 의존하며 상처받고, 가족으로부터 멀어진 채로 살았던 지난 날들.


글쓰기를 통해 무언가를 회복하게 되기까지의 삶.

대중 앞에 서기까지 겪어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을 읽어있자면 슬픔이 밀려오는데도, 그럼에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위트 때문일 것이다.

감히 이 책 한권을 읽은 것만으로 그녀(혹은 그녀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다만 모른다 혹은 몰랐다는 핑게를 대지는 않겠다. 더 많은 책들을 통해 알아보려는 노력을 놓지는 않겠다.

그게 이 책을 읽은 소회이다(소감보다 적절한 말을 찾다가 ‘소회‘라고 적었다).

덧) 2018년 사이행성에서 출간했던 책이 문학동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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