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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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파산하여 기업이 인수합병한다.
거대한 기업인지 국가인지 알 수 없는 '타운'이라는 이상한 도시국가가 탄생한다.
타운은 정보가 통제되고 자유가 박탈당한 비밀스럽고 폐쇄적인 계급사회이다.
의사결정과정도 베일에 가려져 아무도 알지못한다.
소통은 없고 결정사항을 발표만 할뿐이다.

타운의 주민이 될 수도 없고 떠나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 일부가 '사하맨션'으로 숨어들었다.
사하맨션은 삶의 환경이 그야말로 열악하다.
그러나 이웃끼리 친밀한 유대감을 갖고 살며, 공식적인 운영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그곳에서 각각의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각편의 주인공은 다른편의 조연으로 등장한다. 우리네 인생이 그러하듯이...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읽고나면 많은 의문과 생각에 잠긴다.
곳곳에 무언가 함축된 비유와 상징이 있는 듯하기에. 추측은 난무하지만 작가는 친절히 설명하진 않는다. 책을 덮고도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진경은 #봄동꽃다발 을 누구에게 주려고 했던 걸까?
진경과 우미, 진경과 사라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무엇인가?
진경, 우미, 도경, 수, 만, 이아... 이름만으로는 성을 가늠할 수 없다.중성적인 이름에 작가의 의도가 있었는가?
마지막 나비는 #나비 인가 #나방 인가?

p.283
당신을 보기 전에는, 막연한 책임감? 죄책감?
그런데 지금은 나도 같아요. 당신이 안쓰러워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죠.
신념은, 그 자체로는 힘이 없더라고요.

p.291
노력없이 얻은 것으로 살아왔다. 잘 살았다. 그렇게
가 살아오는 동안, 키가 크고 근육이 단단해지고 힘이 세지는 동안, 마음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성장의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늙었다. 늙고 나약해졌다. 우미는 갇히는 것도 두려웠지만 사실은 내쫓기는 것이 더 두려웠다.

p.325
인도를 따라 심긴 벚나무 가지가 자연스럽게 늘어지며 초록 잎들이 터널을 만들었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잎들은 초록색으로도, 연두색으로도, 때로는 흰색이나 황금색으로도 보였다. 빛나는 벚나무 터널을 지나는 어린 연인. 꽃이 지고 열매가 떨어진 여름의 벚나무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봄이 아련한 줄 몰랐고 여름이 반짝이는 줄 몰랐다. 가을이 따사로운 줄 몰랐고 겨울이 은은한 줄 몰랐다. 아무것도 몰랐다. 이렇게는, 살았다고 할 수 없겠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겠지. 진경은 혼자 중얼거렸다.

p.329
''그치. 맞아. 그래서 뵈는 게 없는 사람 말은 믿는 게 아니야. 거기 없었어. 따라가도 없었어. 그러니까 항상 진짜가 어디 있을지 생각해야 해."

p.364
제자리로 돌아가야지. 돌아가서 자기 몫을 다해야지. 다들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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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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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니...
무슨 뜻일까? 내가 아는 그 가재?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숲 속 깊은 곳,
야생 동물이 야생 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
주인공 카야가 사는 곳이다.

소설은
1969년 현재와 1952년 과거가 교차되어 펼쳐진다.
1952년에서 시작되는 과거는 진행되어 현재와 만나고 이야기는 흘러 2009년에서 멈춘다.

1969년 10월 늪에서 발견된 체이스 앤드루스의 사체에서 현재는 시작한다.
또 다른 장면은
1952년 8월 습지에 살고 있는 여섯살 된 카야가 집을 떠나는 엄마를 발견하는 것에서 과거는 시작된다.

아버지의 음주와 노름과 가정폭력때문에 엄마부터 시작해서 가족이 하나둘 모두 떠나버린다.
모두 떠난 습지에서 열살짜리 카야는 외롭게 고립되어 혼자 살아간다.
그녀는 거의 대부분을 야생에서 배운다.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이 소설은 1부 습지와 2부 늪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 습지는 테이트와의 세계이고,
2부 늪는 체이스앤드루스와의 세계이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르고 새가 날아오르는 공간이다.
어린 카야와 테이트의 첫사랑이 그러하다.
늪은 끈적끈적하고 수렁으로 꾸불꾸불 기어든다. 어둡고 물은 고여있고 시커멓다.
성장한 카야와 체이스 앤드루스와의 사랑의 끝이 그러하다.

이 책은 우리를 카야가 사는 1960년 전후의 노스캐롤라이나 습지로 훌쩍 데리고 간다. 그 시대, 그 곳의 사람들과 풍경이 정밀하고 생생하게 펼쳐진다. 묘사가 생생하여 읽는 내내 감탄했는데 저자가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했다한다.

설레는 소년소녀의 성장과정과 러브스토리, 미스테리한 사망사건과 놀라운 반전이 담긴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문제도 다루고 있으며 1960년 전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알 수 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해 책에서 잠시 손떼기가 망설여졌다.
끝까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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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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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 유명한 [삼총사]와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의 에세이 이다.
그는 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명인데
이 책은 메디시스 집과 몽테크리스토성에 거주하던 시절, 즉 명성과 성공이 최정상이었던 시기에 쓴 것으로 주로 동물들과 하인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엮었다.
몽테크리스토성은 600여 명의 하객을 초청해 생일잔치겸 집들이를 할 정도의 규모로 그곳에 사는 동물들도 다양하고 많았다.

개 프리차드, 파노르, 튀르크, 카로, 탐보, 양, 플로르,카틸리나
원숭이 포티쉬, 레마누아, 데가르상 아가씨
앵무새 뷔바, 파파 에브라르
고양이 미주프
꿩 뤼퀼뤼스
독수리 디오게네스
닭 세자르, 말보루프
갈매기 드니아줌마, 드니아저씨
백로 샤를 퀸트
공작새 등이 등장하는 데 이들에게 모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는 그 중에서 개 프리차드에게 가장 애정이 갔던 것 같다.
프리차드는 스코틀랜드 사냥개 포인터이다.
'신나게 뛰어다니다 돌로 변한 개처럼 멈춰선다'고 표현했는데, 그 모습이 상상이 됐다. 뒤마가 천방지축 프리차드에 대해 투덜거리면서도 흐뭇해함이 엿보였다. 프리차드가 죽었을 때도 애통해하며 정원에 묘지와 묘비명을 만들어준다.

독자와 자유롭게 대화 나누듯 글을 썼는데 다소 장황하고 수다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수다스런 그가 고독과 동물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p.16
나는 고독을 아주 좋아한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고독은 안주인이 아니라 애인이다. 일을 하는 사람, 특히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고독이다. 사회는 육체를 달래주고, 사랑은 마음을 채워주고, 고독은 영혼의 종교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고독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천국의 고독, 다시 말해 동물로 가득 차 있는 고독을 좋아한다.
나는 짐승은 싫어하지만 동물은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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