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식탁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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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둘러싼 사회구조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 님의 #정치적인식탁

당연한듯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젠더, 인종, 직업, 장애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착취문제를 역사 속에서, 예술 작품을 통해 다루고 있다.

21세기 어린이들이 여전히 동요 <어른이 되면>을 부르고,
''내가 커서 어른되면 어떻게 될까
아빠처럼 넥타이 메고 있을까
엄마처럼 행주치마 입고 있을까
...'' .
.
대통령후보가 젊은 시절 돼지흥분제를 이용해 친구의 성폭력을 도우려 했던 일화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책에 쓰는 한국사회이다.

인간의 '먹는 행위'에는 종교적ㆍ정치적ㆍ지리적 환경에 따라 형성된 규칙과 관습이 있다.

먹는 여자, 만드는 여자, 먹히는 여자와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에 관해서
영화, 책, 그림, 역사, 사회, 경험을 통해 하는 이야기를 듣노라면
식탁에서 오가는 권력, 타파해야 할 폐습에 대해 묵직이 생각해 보게 된다.


p.251
부엌은 집의 심장이다. 가족 구성원이 골고루 드나드는 공간이어야 관계의 순환이 원활하다. 어느 한 사람이 부엌이라는 공간에 과하게 머물고 있다면, 식탁에 편히 앉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면, 집안의 관계는 어디에선가 막히기 마련이다.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의 권리를 생각하는 정치적인 식탁은 누구든 환대해야 한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동물적 존재에서 말하는 권리를 가진 정치적 인간으로, 나아가 타인과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랑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구속당한 입들의 해방이 권력의 구조를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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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미야가와 사토시 지음, 장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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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미야가와사토시 는 서른세 살 때 엄마를 병환으로 여의었다.
위암 말기 투병으로 엄마를 보낸 후, 넘치는 슬픔을 만화로 그렸다.

처음 볼 때 섬뜩 할 수 있는 책 제목이지만,
화장한 엄마의 유골을 보며, 도저히 그냥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서 엄마를 내 몸의 일부로 만들고 싶었다는 고백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슬프다.
더군다나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에서 오는 슬픔은 주체하기 어렵다.

돌아가신 지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엄마의 휴대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한 작가의 모습이 무척 공감이 간다.
엄마가 좋아하시던 음식이 볼 때, 이제는 먹을 수 없는 엄마의 요리가 생각 날 때, 곳곳에 남은 엄마의 흔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문득문득 몰려오는 작가의 슬픔이 나의 마음에도 파문을 일으킨다.

부모님과 이별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슬픔을 드러내 잘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깊은 곳에 묻어두는 사람도 있다.
표현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슬픔에 관한 만화이다.

p.155
네가 몹시 슬픈 이유는
틀림없이 아직 네 안에 '죽음'과 '외로움'이 뒤섞여 있는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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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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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를 쓴 #이케이도준 의 #일곱개의회의 .

494페이지의 제법 두툼한 책이지만 쉽고 재미있게 페이지가 잘 넘어가고, 휘리릭 빨리 읽지만 묵직한 화두가 있는 책.

영업부 정례회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위원회 임시회의,
두 사람만의 경영회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환경회의,
매달 계획과 실적을 보고하고 검토하는 계수회의,
고객 클레임 리포트에 무엇을 실을 지 정하는 편집회의,
사장이 참석하는 어전회의 등
일곱개의 주요회의가 벌어지는 직장에서 권모술수하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개인사를 옴니버스식 스토리로 엮었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하며 꽃길 걷고 있는 영업 1과.
발로 뛰며 백색가전 영업하는 지옥의 영업 2과.

영업부 정례 회의에서 영업1과 과장 사카도가 지난 실적을 발표하는 동안 만년 계장 핫카쿠는 그를 보좌해야 할 임무도 망각한 채 졸고 있다.

그 사건 이후 사카도는 핫카쿠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언성을 높여 심하게 질책하곤 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핫카쿠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위원회'에 사카도를 고발한다.

빛나는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 중인 사카도과장이기에 다들 기껏해야 시말서나 견책 정도로 끝나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회의 결과는 사카도의 '인사부 대기 발령'!!

이 미스테리한 결정 뒤에는 숨겨진 진실이 숨어있었으니...

중견기업 ‘도쿄겐덴’에서 발생한 이 미스터리한 사건 뒤에는 숨겨진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들와 폭로하려는 자들이 있다.


p.41
"그런 건 속임수예요."
하라시마의 가슴속 깊은 곳에 던져진 작은 돌 같은 말이었다.
"회사에 필요한 인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만두면 대신할 누군가가 와요. 조직이란 그런거 아닙니까."


모두들 각자의 방식으로 조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데, 회사의 구성원으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p.365
아버지가 말했다. "일이란 말이지, 돈을 버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도움이 되는 거야. 사람들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즐겁거든. 그렇게 하면 돈은 나중에 따라와. 손님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장사는 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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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과 탄광
진 필립스 지음, 조혜연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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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필립스 의 데뷔 장편소설 「 #우물과탄광 」은 이미 번역 출판된「한밤의 동물원 」보다 먼저 쓰여진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의 작은 탄광 마을인 카본힐을 배경으로, 단란한 무어 가족의 우물에 갓난아이가 버려지는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p.28
[테스]
개울가는 아무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반면 우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물 안에서는 개울의 냄새가 풍겨왔다. 바닥은 개울가 돌멩이처럼 미끄러운 이끼가 끼었겠지. 나는 우물 밑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어쩌면 목욕물을 긷는 중에 인어공주나 말하는 물고기가 딸려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종종 했다.
그런데 목욕물에 딸려온 아기라니.

p.35
[잭]
다만 아침에 집을 나선 아빠가 그날 저녁에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내가 가장이 되리라는 것도, 당시 내 또래의 몇몇 남자아이들은 이미 탄광에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빠는 나를 탄광으로 보내지 않았다.


미스테리소재가 도입된 #가족소설, #성장소설 이다.

모범적인 가장이며 언제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빠 앨버트, 늘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엄마 리타, 동네 남자애들이 모두 다 마음에 품어 볼 정도의 미모지만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찾아가는 큰 딸 버지, 무한한 상상력과 해맑은 미소로 주위를 비추는 작은 딸 테스, 막내지만 의젓한 잭.

앨버트 무어와 리타 부부, 버지와 테스 그리고 잭 삼남매, 각각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들은 우물사건 범인을 추적하는 한편, 너무나도 모범적인 가족의 소소한 일상, 역경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족과 이웃의 궁핍하고 고난한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흑인 인권,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과 1930년대 미국의 시대적 배경이나 분위기 때문에 하퍼 리의 앵무새죽이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끝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며 예측치 못한 곳에 다다르고, 1930년대 미국의 생생한 일상으로 가볼 수 있는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


p.67
[앨버트]
주변에 병충해를 입은 것들도 있었지만 다들 빨갛고 과즙이 풍부해 보였다. 과육이 터질 듯 부풀어오른 토마토들을 보고 있으니 입안에 침이 고였다.
하나를 따서 사과처럼 한입 베어 물자 과즙이 턱까지 흘러내렸다.
"이리 와봐라, 잭.''
입안에 한여름의 맛이 가득했다. 나는 턱수염 주변으로 토마토 씨를 잔뜩 묻힌 채 하나를 더 따서 잭에게 건넸다. (...)
이며 혀며 손이며 팔이며 온통 과즙으로 범벅을 한 채 재잘거리며 후루룩후루룩 토마토를 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토마토는 정말 행복한 열매 같아요. 그쵸 아빠?" 토마토를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테스가 물었다. "아주 신나고 즐거운 열매예요. 레몬은 뾰로통하고 복숭아는 바람둥이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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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클래식 1기쁨 - 하루하루 설레는 클래식의 말 1일 1클래식
클레먼시 버턴힐 지음, 김재용 옮김 / 윌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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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칼럼니스트, 방송 진행자인 저자 #클레먼시버턴힐 이 선곡한 클래식 음악을 1년 동안 하루에 한곡씩 들을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매월의 본문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QR코드가 있는데, QR코드를 인식하면 유튜브 채널로 들어가 책에 실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한 해 동안 오늘의 클래식 음악을 하루에 한곡씩 들으며 곡이 지닌 맥락, 곡에 얽힌 이야기까지 읽을 수 있어 클래식 음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240명 이상의 작곡가들이 쓴 366곡의 작품을 담았는데, 12세기의 철학자이자 과학자, 작가, 음악 신비주의자였던 힐데가르트 폰 빙엔부터 1986년생 밀레니얼 세대 여성 작곡가 알리사 피르소바까지,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너무나도 자주 누락되었던 40여 명의 여성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작곡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작곡가까지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작곡가부터 낯선 작곡가까지 폭넓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있어서 책을 펼쳐 음악을 듣는 매일 잠깐의 시간이 나에게 여유와 충만을 선물 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
오늘의 음악은 레날도 안의 '감미로운 시간'이다.
앙투안 바토의 그림을 보고 폴 베를렌이 영감을 얻어 시를 쓰고, 이 시에 레날도 안이 곡을 붙였다.

p.46
화려한 옷을 입은 젊은 남녀가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즐겁게 노니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하지만 이 모든 나른한 풍광의 근저에는 어딘가 우울한 모습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천국을 향한 황홀경이, 언뜻 나타나는 부드러운 선율이 이를 반영한다. 그야말로 '감미로운 시간'이다.

잠깐...그런데...레날도 안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의 뮤즈였다고??...

음악과 스토리가 있는 나만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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