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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안도현.장석남.하응백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p. 135

 

말 이전에 생(삶)이 있었다. 삶과 거의 동시에 시가 있었고 그 시는 말 이전의 언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인화지에 묻은 현상액, 그러나 아직 영상이 올라오기 이전, 한순간의 잠재적 언어의 상태. 곧 떠올라야 할 운명의 두근거리는 상태의 언어가 곧 시라는 이야기.

 

 

p. 40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

면서도 기다렸지요.

 

- 안도현 시인 <고래를 기다리며> 中

 

 

 

 

첫 페이지에 그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시를 가까이 하기도 전에 어렵게 느끼는 것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공부한 시 때문이라고. 시인도 풀지 못한다는 은유니, 직유니, 시적화자니 하는 것들로 시를 괴롭히고 시를 읽는 사람들을 괴롭혀 놓았으니 시가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겠냐고. 이 공감되는 말에 이끌려 나는 단 번에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마음을 살짝 열고 다가간 시였지만 생각만큼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가까워진 듯 하나 여전히 어려운 느낌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글'과 '시'에 대해 얕게나마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문학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말과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를 고백의 양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슴속에 묻어 놓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백지 위에 토해 놓으면 다 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는 자아도취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한테 빠져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검증해서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뒤따를 때, 비로소 시는 제대로 된 꼴을 갖추기 시작한다. 무한정 고백만 늘어놓을 일이 아니라, 세상과 사물을 묘사하는 법을 연마하는 게 중요하다.

 

 

 

 


 

 

 

'공식이 없는 세 가지 인생, 사랑 그리고 시'

 

시는 아픔인가.

책 속에서 언급하는 시에는 대부분 아픔이 서려있다. 외로움, 서글픔, 가난, 배고픔,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 등 긍정이나 낙천의 이미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어쩌면 감수성을 자극하는 시라는 것이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일기에서 부터 나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서 말하는 시를 쓴 시인들은 대부분 1950 ~ 1980년대의 힘든 시기를 겪은 사람들이라 그때의 감성을 글에 담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시를 거의 처음 접하는 나는 국어교과서에서 보았던 시 외에 지금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는 시가 책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더 좋지 앟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90년대를 옛날이라 칭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시인이 살던 시대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낭만을 느낄 수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 시대에는 또 그 시대만의 인생, 사랑, 낭만이 있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시가 어렵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에서는 벗어난 것 같다. 다만, 시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평론이다. 시와 글은 좋지만 여전히 그걸 요리조리 뜯어서 공식에 맞춰 분석하는 것이 난 썩 불편하다. 자세히 그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책 속에서 시인이 그랬듯이 시에서 '아름답다'라고 하면 그냥 '아름답다'로 받아들이고 싶다. 더 알면 다친다는 말에 살짝 뜨끔하긴 하지만, 굳이 마음을 울리는 시를  억지로 공부하듯 뜯어보고 싶지는 않다. 조금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시라면 '시'와는 담을 쌓은 듯한 21세기의 나와 같은 감정적으로 메마른 젊은이들도 조금은 감성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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