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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떠다니는 문구들이 눈에 콕 박혔던 기억은 셀 수 없이 많다. 호기심이 조금 일었던 작가여서 그랬을까, '지지 않는다는 말'이란 제목이 혹여 꼭 이겨야 한다는 내용을 담진 않았을까 조금 조심스럽기도 했다. "가장 천천히 뛴다고 생각하면 가장 빨리 뛸 수 있어"를 읽고 매일 뛸 수 있게 되었다는 작가. 이 책은 빠르게 달린다는 느낌보다 자기답게 걷는 법을 일깨워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 41 하늘을 힐끔 쳐다보는 것만으로

 

몰아치는 바람 앞에서도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꼿꼿하게 서 있다면, 그건 마음이 병든 나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매 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때 가장 건강하다. 단단할 때가 아니라 여릴 때. 나는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볼 때마다 내가 여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여리다는 건 과거나 미래의 날씨 속에서 살지 않겠다는 말이다.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그날의 날씨를 최대한 즐기는,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p. 203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내 인생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있는데, 내가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어."

-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나는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스무 살이 되고 싶지 않아요. 스무 살이라는 건 정말 끔찍했어요. 끔찍했다니까요." 맨해튼의 거리를 가로지르며 에리카가 말했다. "이젠 저도 알아요. 나이가 드니 상실을 맛보게 되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조금 더 걸었다. "하지만 있잖아요." 그녀가 조금 있다가 덧붙였다. "이상한 일이지만, 생각해 보면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묘하지 않아요?"

 

 

 

흔한 가요를 듣다보면 정말 내 얘기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어쩌면 딱 내 상황에 맞는, 내 기분같은 말들을 준비해둔 것 마냥 신기했다. 멈춰있을 때보다 흔들리고 있을 때가 유독 많았던 나는, 지금 또 흔들리고 있는 중인데 이런 내가 질리려고 할 때 그는 나에게 "날마다 그날의 날씨를 최대한 즐기는,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내가 꿈꾸던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일까?

 

자기계발서 느낌의 제목을 가진 김연수의 산문집은 밀거나 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걷고 또 걷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책이었다. 자유롭고, 긍정적이고, 위트있는 사람.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몇 배로 증폭되는 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 꽉찬 진지함 보다는 약간의 여유를 머금고 사는 사람. 각박한 청춘들의 마음에 1%의 여유를 심어줄 수 있는 이야기 책이 아닐까. 여리지만 누구보다 강한 사람. 김연수 작가처럼 나 또한 여린 사람임을 인정하며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고 싶다. 때론 쉬지 않고 흔들리는 내가 지칠 때도 있겠지만 결국,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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