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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 별로 책을 평가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별의 개수는 평과 무관하게 항상 5개로 표시합니다.
괴짜경제학
Freakonomics
이 책은 다른 원서를 검토하다가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이미 국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글을 쓴 것처럼 정말 재밌으면서도 통찰력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남들이 경제학자는 어떠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집대로 연구해온 저자 스티븐 레빗이 마음에 든다.
하고 싶은 걸 해서 얻은 결과는 보는 사람마저 유쾌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나 보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질수록 시시비비는 가리기 어려워지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복된다.
판단력은 수많은 변수를 요구하지만, 사실 진정 필요한 것은 그런 변수들이 아닐지도 모른다.
각 개인이 뚜렷한 판단기준을 세우고 지킨다면 어떨까.
스미스의 진정한 연구 주제는 개인의 욕망과 사회 규범 사이의 갈등이었다. 경제역사학자 로버트 헤일브로너는 그의 저서 <세속적인 철학자들>에서 인간의 이기적 행위와 위대한 도덕적 측면을 분리해낸 스미스의 능력에 경탄했다. "스미스는 제3자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인간은 그렇게 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립하고 (...) 사건의 시비곡직을 가린다." (33쪽 발췌)
그런 객관성을 확립하는 과정에는 분명 명확하고 타당한 근거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완벽한 근거란 없다. 사회 현상을 분석하면서 고려할 변수는 거의 무한하고, 변수끼리는 서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븐 핑거는 납득갈만한 근거들을 모아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던 사실들을 떡 하니 내놓는다.
그의 괴짜같은 주장들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하는 힘이 바로 그런 자료 분석을 통한 근거들이다.
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다'라는 가정 위에서 시작되었지만, '합리적'이란 말이 모호하기도 하고,
사실 매우 비합리적인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많이 아는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행동경제학 등의 책이 많이 출간되는데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경제학과는 차이가 있지 않은가 싶다.)
아무튼 사람이 합리적이라면 하지 않아야 할 행동들을 우리 주변에서 무척 많이 볼 수 있다. 아무 이득될 것이 없는 기부나 이 책에 등장하는 '무인판매시스템'의 예에서도 그렇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지난 번 2호선 지하철이 아침 출근 시간에 운행 정지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탄 버스에는 정말 미어터지도록 많은 사람이 탔는데,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힘든 틈에서도 버스 카드를 찍으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목격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라면 결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스미스가 발표한 최초의 저서 <도덕감정론>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정직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해도, 그의 본성에는 특정 원칙이 존재하고 있어 타인의 행운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어한다. 비록 자신은 타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75쪽 발췌)
나이가 먹을수록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을 일들이 많이 생긴다.
부동산 전문가, 투자 전문가, 차 전문가, 보험 전문가 등등...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가치와 서비스에 나가는 비용은 분명히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프로세스가 뒤에 숨어 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정보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무언의 지레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바로 공포심이다. (99쪽 발췌)
그렇다. 공포심.
이것은 교육 전문가, 방문 판매원, 단단계 판매원까지도 이용한다.
교육 전문가는 이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덜 떨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이용하고,
다단계 판매원은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갈 것이라고 암시한다.
그리고 더 심하게는 가족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 년 전에 만났던 사이비 종교인이 생각난다.
그는 굿을 하지 않으면 가족 중 한 명이 아플 거라고 했다. 무자비하게 공포심을 이용하는 전문가들을 조심하자.
사회적 통계는 가끔 부풀려지거나 축소되곤 한다.
범죄율을 높여서 사람들의 공포심 등을 자극하는 사회 단체도 있다.
사람들은 만들어진 이미지나 느낌, 캠페인 구호들에 자극 받는다. 진짜 통계를 찾아보는 사람도 드물고,
찾더라도 널리 퍼뜨리기 어렵다. 이런 것들을 보면 사실 통계적 자료나 근거들은 그냥 기본 자료로만 받아들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다난한 사회에서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가깝고 확실한 근거는 각 개인이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살면서 주변 환경을 통해 경험하는 것.
진화심리학이 오해 받는 것처럼 스티븐 레빗의 주장도 종종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낙태를 허용한 것이 범죄율을 줄였다면 낙태를 지지하는 것이냐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다.
학자들은(일부 정치적인 학자들을 빼고) 그들이 연구한 것을 발표한다. 그것은 연구 결과일 뿐이다. 어떤 도덕적 기준의 근거가 반드시 되야만 하는 게 아니다.
도덕이란 것은 사회 공동체가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이지 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뒤집어 질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은 경제학 책이지만 읽으면서 작년 말 출판계를 휩쓸었단 마이클 샌댈 교수의 <정의>가 생각났다. 법 제정을 위한 도덕 기준은 그야말로 사람마다 다른 주장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법 제정에도 스티븐 레빗의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실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결론은 생각만으로는 좋지만 실제적인 규칙을 정할 때는 너무 모호한 기준일 것이다. (나는 법 제정같은 분야와 관련이 없으니 그저 '다양성을 존중하자.'로 혼자 결론 내리고 있지만.)
특히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은 자녀 양육 부분이다. 어쩜 이리 재밌는지.
스티븐 레빗의 통찰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속도 시원하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육아 전문가 역시 자신에 대해 과도하게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개 문제의 한 측면에 깃발을 단단히 꽂아둘 뿐, 다양한 각도에서 충분한 논의를 펼치려 하지 않는다. 신중하거나 미묘한 주장을 펼치는 전문가는 종종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96쪽 발췌)
정말 그렇다. 출판계도 그렇고, 강하고 자극적인, 그리고 한 쪽으로 명백히 쏠린 주장이 관심을 받곤 한다. 사실 진짜 삶에 적용하는 방식은 고루하면서도 케이스바이케이스 식의 설명이 더 타당하다 해도...
다만 경제학뿐 아니라 세상의 비밀을 조금 더 알고 싶은 사회초년생에게 권하고 싶다.
왜? 재밌으니까!
그의 다음 책들도 정말 기대가 된다.
그가 부디 앞으로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경제학자로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