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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깊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 깊은 여행 시리즈 1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여행책자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의 취향이란 워낙에 다양하고, 나와 취향이 유사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여행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어디가 좋다든지 어떻게 여행하는 것이 좋다든지 하는 말들이 나에게도 적용될 확률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나 예상밖에 일어난 사건들이나 장소들과 함께 한다.

그럼에도 간혹 여행 관련 서적에 끌릴때가 있다.
누구나 새로운 곳, 낯선 곳에의 막연한 동경이 있게 마련이고,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여행에 관련된 서적에 손이가곤 한다.

그렇게 읽은 여행관련 서적 중에서 지금까지 인상 깊었던 것은 몇 권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런 책들의 공통점이라면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 아니라 나름의 주제를 가진 여행이라는 점이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 혹은 더불어 숲,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이건 특정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등, 책을 읽으며 감동받게 되는 것은 그곳이 어떤 곳이어서가 아니라 그곳을 여행하는 그들의 태도,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책들과는 약간 다르게 한 도시에 대해 '아! 가고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 한권 있었다.
'책 한권을 들고 파리를 가다'
사실 유럽이라는 곳이 궁금하긴 했지만 특별히 파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 책을 읽는 순간 여행이 가고 싶다가 아니라 파리가 가고싶다라고 생각했다

막 혁명이 끝난 중국에서 빅토르 위고의 "93년"이란 책을 들고 시민혁명의 중심도시였던 파리를 찾은 부부. 그들이 혁명의 흔적을 찾아 떠난 파리여행은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리란 곳이 어떤 곳인지 강한 호기심을 마음에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파리에 관한 책이라면 그 한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파리는 깊다'란 이 책을 보았을때 이 책을 통해 파리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예술의 도시 파리보다는 혁명의 도시 파리가 나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인 유혹이었고, 또한 이미 그 이후로 파리로의 여행을 다녀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읽은 이 책은 "생각보다" 괜찮은 책이었다. 우선은 저자 자신이 한 두번 파리를 다녀오고 쓴 글이 아니라 그곳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살았고, 여행했던 도시였기 때문에 그가 알고있는 깊은 파리에 대해 알려주려고 노력한 흔적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고, 나름의 주제(예를 들면 예술 혹은 파리의 까페 등)를 가지고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을 해주기도 했기 때문인데, 그런 점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점때문에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예술의 파리가 중심이긴 했지만, 다양한 파리의 모습을 언급하느라 주제가 분산된 느낌이었고 특히나 파리의 레스토랑 같은 편은 앞선 예술의 파리부분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여느 여행책자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예술이든 까페문화든 음식이든 짧은 여행에서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주제를 다 다루면서 다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파리에 좀 더 집중했다면 훨씬 더 알찬 책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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