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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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아프리카인이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그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문제는 거의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은 유럽의 식민 지배에서 원인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사실 서구의 식민 지배가 끝난지 50~60년 정도가 된 가운데 무턱대고 아프리카 문제의 원인을 전적으로 식민주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무작정 문제의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리는건 내부의 결함을 보지 못하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아프리카는 식민 지배를 겪으며 착취와 수탈을 당했지만, 해방 이후 UN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원조를 받았다. 대량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데는 내부적 요인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우선, 아프리카는 부패가 심각하다. 국가가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정부는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정치가, 엘리트, 공무원은 경제 발전을 위해 써야할 자본(주로 원조받은)을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사욕을 채우기 위해 횡령한다. 그로 인해 산업부흥을 위한 자본투자 안되니 국가 개발의 비전 따윈 전혀없다. 쉴새 없이 변화하는 약육강식의 아프리카 정계에서 필요한 건 단기 이익이지, 장기 이익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세계는 변화하는데 식민지 시대의 산업(면화, 땅콩 등)구조를 변화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업구조의 고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원료를 수출하고 완성된 상품을 수입하게 되고 만다. 만약 자원이 바닥나면 아프리카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부패 외에도 전통을 너무 중시하는 문제가 있다. 급격한 근대화로 인해 전통을 파괴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지만 산업이 변화하면 그에 따른 정치•사회 구조도 변화하고 결국 전통의 일정 부분은 파괴되는 숙명을 겪는다. 인도가 오랜 전통인 카스트 제도를 파괴하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전통을 너무 존중한 나머지 공동체 의식(우분투), 할례, 남성 우월주의, 미신 등 근대화의 저해 요소까지 그대로 답습한다. 다른건 다 제쳐두고 우분투 하나만 보자. 예전에 봤었던 아프리카인이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에서 저자는 우분투와 같은 공동체 의식이 아프리카의 전통이므로 사회주의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사회주의 체제는 실패하고 집단 농장 체제 역시 무너지고 평등은커녕 구소련의 노멘클라투라와 같은 특권계급만 창출했다. 아프리카는 인도(카스트제도), 중국(전족)처럼 전통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근대화에서 일정한 전통과의 단절은 숙명이다.

 

 내가 이 책에서 포착한 메시지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보다 내부에서 찾아라’였지만 그것 외에도 이 책이 전달하는 소중한 메시지는 많다. 아프리카의 피폐한 실상을 보고 있노라면 국가를 국민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생각할 때 어떻게 국가가 붕괴되는지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아프리카의 정치•경제는 나아지고 있고 서구에 의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곡된 정체성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신학적•인종적•역사적 편견을 고발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아프리카인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2장 빈곤과 저개발에서는 아프리카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 즉 부패•산업구조(농업위주) 문제•테러•독재•원조 등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모습을 가감없이 이야기 한다.

 3장 독재와 폭력에서는 서구의 식민지배 탓을 하면서 전횡을 자행하는 독재자의 추악한 모습과 이 독재자를 둘러싸고 북두의 권에 나올법한 세기말 모습을 현세에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적•이웃 국가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 장이 바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일 것이다.

 4장 심성과 편견에서는 아프리카의 종교, 전통 존중에 따른 문제점을 보여준다. 온고지신이라고 정말 아무 되도 않은 전통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5장 아프리카의 봄에서는 아프리카를 두고 패권을 다투는 서구와 중국의 상황, 재스민 혁명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장에 관심이 있다면 실크로드의 부활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랍, 아프리카를 두고 칼을 휘두르는 중국과 방패로 막으려는 서구의 전략을 다소나마 알 수 있다.

 

 이 책은 1장을 제외하면 역사책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실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보고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구 중심주의에 젖은 시각을 다소나마 반성하고 싶다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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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눔수업 - 자아존중감과 소통의 리더십을 키워주는 나눔교육 이야기
전성실 지음 / 착한책가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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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굳이 분류한다면 교육서 정도가 되겠지만 나는 읽으면서 동화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함께하는 가슴 따뜻한 내용이 많아서가 아닌가 싶다.

책의 내용은 나눔의 정의, 나눔의 대상, 나누는 방법, 나눔의 의의, 나눔 교육자료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개인주의와 배타적인 소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저자는 나눔교육을 실시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나눔 교육을 해야하는 이유와 효과를 재미있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의 독자층을 아마 나눔교육을 실시할 주체인 초등학교 교사를 상정하고 글을 썼으므로, 초등학교 교사가 아닌 독자들에게는 책의 내용이 유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노력을 들여 성실하게 썼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충실한 삽화, 실제 실시할 수 있는 교육 자료 및 서식, 교육 실시의 경우 유의 사항, 톡톡취는 아이디어(나만의 백과사전, 기부촌지, 재능나눔장터) 등 작가의 노력이 책 곳곳에서 배여나온다. 책을 쓰려면 바로 이렇게 써야 한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정보를 가지고 와서 그럴듯하게 전문적인 척 하는 자기계발서보다는 이런 책이 진정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의 나눔교육방법 중 어른에게 적용해도 괜찮을 만한 교육은 많이 있다. 실수 데이, 백만 가지 감자 이야기(스토리텔링), 화해전문가, 지식시장 등 내용을 회사 직무에 걸맞게 바꾼다면 성인을 위한 제법 괜찮은 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바로 지식과 감성이 적절히 어우러져 독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런 책을 쓰고 싶다. 별5개 만점에 5개 주고 싶다. 책의 내용 구성도 깔끔하고 1~2시간이면 읽을 수 있으니 자녀가 있는 독자라면 무조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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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적다 커넥트 - Extreme Novel
히라사카 요미 지음, 주원일 옮김, 브리키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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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라고 하는데 그냥 외전이라고 보면 된다. 코다카를 제외한 나머지 주변 여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요조라, 세나, 코바토, 마리아, 케이트, 리카, 유키무라는 물론이고 카시와자키와 하세가와 집안의 옛 이야기도 나온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캐릭터의 매력을 중요시하는 라노베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본편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다른 각도로 보는 것 뿐이니까 말이다. 이런 외전이 하는 역할은 본편의 이야기를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본편에서 소개되지 않은 각 캐릭터의 매력있는 세부사항(외모, 성격, 성적 매력 등)을 보여줌으로써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더욱 높이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친구가 적다 열성팬이라면 읽으라고 하겠지만 여러 라노베를 두루 읽는 독자라면 그렇게 강력히 추천해주고 싶진 않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와 애정이 떨어지는 독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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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 - 패자 없는 게임의 룰
이장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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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미우라 아츠시의 '하류사회'라는 책을 읽은적이 있었다. 저자는 일본에서 중산층의 붕괴와 하류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주목하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책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당시 저자는 중산층의 하류화로 인해 나타나는 사회현상과 앞으로의 미래상을 설명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일이고 하류화를 그나마 완화시키기 위해 하류층에 대한 교육지원이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책을 통해 주장하였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방법이 양극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하류사회는 사회의 구조를 개혁하기 보다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하류층을 교육지원을 통해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하류층 일부가 중산층으로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그에 비해 하류층으로 내려오는 중산층이 더 많다면 이는 개선책의 일부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로마 공화정의 그라쿠스 형제는 자국이 장기간의 전쟁으로 자영농이 자신이 경작하는 토지를 버리고 라티푼디움이라 불리는 대농장에 흡수되는 문제를 직시하였다. 그라쿠스 형제는 자영농의 몰락을 막기 위해 토지 소유한도를 정하는 개혁을 시도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정적들에게 살해되었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의 실패는 자영농의 몰락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 결과를 낳았고 이는 군대의 질적 저하와 세입감소를 초래하여 로마의 국력을 약화시키는데 일조하였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은 근본적인 사회 문제 해결은 사회 구조의 개혁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개혁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한국의 양극화는 마치 라티푼디움이 형성되는 공화정 말기를 연상케 한다. 양극화는 보이는 문제점에 대한 임시처방을 넘어 이제 전체적인 사회 구조를 개혁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임을 다수가 은연중에 공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반 성장이라는 개념은 양극화는 필연적이라는 체념보다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희망을 담고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양극화는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를 가리키지만 동반성장이 다루는 해결하고자 하는 양극화는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의 양극화를 말한다. 그러나 동반 성장이 계층 간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라고 한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바로 계층 간의 양극화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는 각기 기업에 속한 경영진과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를 크게 벌려 놓는데 이는 사회 계층 간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면 계층 간의 양극화를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발생한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첫 번째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너무 잠식한데 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는 이를 당연히 여긴다. 기업이 사업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를 추구함에 있어 당연한 일이고 소비자에게도 낮은 가격의 상품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사회 전체로서도 이익을 가져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대기업에게는 이런 생각이 정의이자 올바른 질서겠지만 이런 생각이 만연한 사회 구조에서 경쟁력이 뒤쳐진 중소기업은 붕괴되고 이 중소기업의 구성원들은 저임금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많은 동네 슈퍼가 SSM에 잠식당하여 결국 사업을 접는 것만 보더라도 대기업의 끝없는 사업영역의 잠식이 얼마나 무서운가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대기업- 중소기업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들 수 있다. 불공정 거래 행위는 종류가 다양하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 기술탈취, 일방적 거래 단절 행위, 계열사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등 그 방법은 끝이 없을 정도다.

 

 세 번째로 중소기업부터가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식이 부족하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 기술,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영향이 큰 것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과 개혁 의지가 빈약한 것도 큰 원인이다.

 

 

대기업 -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 번째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은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대기업의 고용부진을 놓고 사회 책임의식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책임의식 문제도 있겠지만 대기업은 소위 말하는 자본 구성의 유기화가 심화된 상태라 사회에서 기대하는 만큼 생산에서 차지하는 인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에 반해 생산에 상대적으로 노동이 중요한 곳은 중소기업이다. 결국 일자리 창출이 주로 일어나는 곳은 중소기업인데 문제는 중소기업이 창출해 내는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데 있다.

 

 두 번째로 대기업은 창의성 있는 사업에 생각보다는 적합하지 않다. 대기업은 게임과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생각보다 실력을 발휘를 못하는데 이는 회사의 능력 문제라기보다는 대기업의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 있는 분야에는 기동성과 모험심이 필요한데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기동성과 모험심에서 뒤처지는 편이다. 창의성 있는 미래산업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의 등장을 위해서도 대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은 한계가 있다.

 

 세 번째로 유기적인 기업 네트워크 형성과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의 양상도 단일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서는 각 개체의 건실한 역량과 신뢰가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건실한 네트워크 형성이 어렵다. 왜냐하면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각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건실한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내기 힘들어 네트워크의 역량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낳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반성장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통제형과 시장자율형의 혼합을 한국형 동반성장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동반성장에 대해 경제행위자의 자발적인 참여 이전에 강제적인 참여는 필요하며 결국 이는 정부가 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기업 독점방지, 중소기업 사업 영역확보 물품 구매 등의 지원을 해야한다.

 그 다음으로 경제행위자들의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불공정 거래관행 완화, 기업의 민주화, 정보 공유, 기술 혁신, 신뢰 구축 등 다양한 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소기업 역시 자신보다 더 작은 하청업체에 대한 동반성장과 윤리경영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탓만 돌리면서도 자신도 똑같은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으나 동반성장 자체는 정작 생각보다 오래 지속가능한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동반성장이 유지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세계 경기가 침체 되면서 무역보다는 국내 내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사업 영역 제한, 거래관행 등을 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대기업으로서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해서 당장 눈앞에 이익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그 이익이 동반성장을 안할 때 보다 높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은 자신이 희생만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동반성장이 저자가 말한대로 경제행위자의 자율성과 도덕성을 요청하는 패러다임인 만큼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무위로 돌리려는 노력을 하면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이는 동반성장 뿐만 아니라 양심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갖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기업은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무역 규모를 확대하여 물건을 파는 시장의 크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으로 자신이 진출할 수도 있던 분야의 시장을 잃었다는 피해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피해의식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그 만큼의 대기업을 위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이 사회의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동반성장을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은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해서 대기업과 같이 유기적으로 사업을 해나감과 동시에 대기업의 의존도를 점차 낮춰 겉보기에는 모순으로 보일수도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한 시혜적 관계가 지속되면 동반성장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동종업계의 중소기업간 유대를 강화시켜 일의 성격에 따라 대기업보다는 적합한 한 중소기업을 주요 주체로 두고 다른 중소기업이 이를 보조하여 상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보기 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대기업을 다소 견제하여 중소기업을 대기업에게 시혜를 받는 존재라기보다는 파트너로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극화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가 담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체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기도 하다. 향후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장하준 교수의 말처럼 아직까지는 자본주의가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 나는 믿는다. 동반성장은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형성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는 자본주의(소위 말하는 자본주의 4.0)가 정착하기 위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동반성장이 성공한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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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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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천하제일 비색청자라는 전시회에서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68호)을 본 적이 있다. 예술에 문외한인 나였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라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이 아닌 원래 간송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간송은 전형필 선생의 호를 말하는 것으로 현재 간송 미술관은 선생이 일제 강점기 동안 힘들여 모은 문화재를 전시·보관하고 있다. 선생이 수장했던 문화재는 중 국보·보물로 지정된 것만 22개일 정도로 방대한데, 개인 한 명이 이렇게 많은 문화재를 모은 것은 사연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에서는 많은 국내문화재가 여러 경로를 통해 해외(주로 일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강탈당하는 문화재도 있었지만, 조선인이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손에 넣고자 외국인에게 팔아넘기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런 사태를 걱정하고 왜놈으로부터 조선의 문화를 지키라는 춘곡 고희동 선생의 조언을 간송 선생은 받아들여, 문화재가 국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국내에 있을 수 있도록 가산을 털어 문화재를 매입하게 된다. 사실 선생의 문화재 구입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었지만 나라가 없으니 개인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선생이 많은 문화재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에서도 몇십명 안에 드는 부자인 양반가에 태어나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방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재산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더욱 축적시키는 길을 걸었겠지만, 선생은 문화재 한 점을 구입하고자 기와집 몇십채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길 서슴지 않는다. 마땅히 고국에 있어야 할 문화재를 가산을 털어 외국인에게 사오는 선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나라가 약하면 영토를 점령당하고 이민족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도 모자라 민족의 혼인 문화까지 파괴당하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선생이 매입한 문화재를 몇 가지 나열하자면 청자삼각운학문매병, 훈민정음, 금동삼존 불감, 혜원풍속도, 분청박지화문병을 들 수 있는데, 문화재가 속한 시대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이며 종류도 자기·서적·회화·글씨 등 다양하였다. 선생이 수장한 문화재를 빼놓으면 한국미술사를 논하기 곤란할 정도다.

 

 간송 선생이 한 일이 중요한 이유는 선생이 가산을 털어 문화재를 구입하지 않았더라면 많은 문화재를 보기 위해 외국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차라리 외국 박물관에서 볼 수라도 있는건 다행일 것이다. 적잖은 문화재가 사장되어 발견조차 안되는 일도 허다했을 것이다.

 

 선생은 문화재를 단순히 구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장한 문화재를 기쁜 마음으로 감상하고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박물관까지 건립하게 된다. 선생은 살면서 문화재 구매와 박물관 건립에 많은 돈을 써 풍족하게 살지 못했지만, 그 문화재 덕분에 역사에 이름이 남고, 박물관으로 자신이 살다간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어울리는 인생을 살고 싶다.

 

 선생의 전기를 읽고 나서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직지심체요절, 몽유도원도와 같은 많은 문화재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 여러 나라에 보관되어 있고, 특히 현재 160여점이 확인된 고려불화의 경우 국내에는 12점밖에 없지만 미국에는 16점, 일본에는 120점이나 된다고 한다. 간송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재를 구입하거나 타국에서 양도하도록 교섭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사장된 문화재를 찾아내는 일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문화를 지키기 위한 선생의 공로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운 마음이 드는데 동시에 마음 한편에 걸리는 것이 있다. 당시 일제에 협조하며 재산을 불려나갔던 많은 조선인과 달리 외로이 자신의 재산을 소진하며 문화재를 한 점씩 모아나갔던 선생이 살아계셨더라면 지금 한국이 사대적이라 할만큼 서양의 음악·예술·의류·건축 등 전반적인 문화를 모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싶어서다.

 

 선생이 모은 문화재를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는 분명 중국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고유한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문화를 반영하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취하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문물을 가리키는 단어만 보더라도 외국어를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떨 때는 한국 사람인데도 외국어를 그대로 표기한 한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우리 문화의 세계화는 서양 중심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외로 수출해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남겨야할 최소한의 고유한 특성은 남기고 문화 창조활동을 해야 한다. 코카콜라를 커코우커러(可口可樂)라고 바꾸는 중국의 노력을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나부터도 말을 할 때 필요없는 영어·일본어를 섞어 쓰는지 언어습관을 한 번 돌이켜 보고, 외래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있으면 사용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야 훈민정음을 베게 맡에 고이 모셔두고 좋아했던 선생한테 죄송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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