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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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 아프리카인이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그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문제는 거의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은 유럽의 식민 지배에서 원인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사실 서구의 식민 지배가 끝난지 50~60년 정도가 된 가운데 무턱대고 아프리카 문제의 원인을 전적으로 식민주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무작정 문제의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리는건 내부의 결함을 보지 못하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아프리카는 식민 지배를 겪으며 착취와 수탈을 당했지만, 해방 이후 UN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원조를 받았다. 대량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가 좀처럼 발전하지 않는데는 내부적 요인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우선, 아프리카는 부패가 심각하다. 국가가 발전하는 초기 단계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때 정부는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정치가, 엘리트, 공무원은 경제 발전을 위해 써야할 자본(주로 원조받은)을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사욕을 채우기 위해 횡령한다. 그로 인해 산업부흥을 위한 자본투자 안되니 국가 개발의 비전 따윈 전혀없다. 쉴새 없이 변화하는 약육강식의 아프리카 정계에서 필요한 건 단기 이익이지, 장기 이익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세계는 변화하는데 식민지 시대의 산업(면화, 땅콩 등)구조를 변화시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업구조의 고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원료를 수출하고 완성된 상품을 수입하게 되고 만다. 만약 자원이 바닥나면 아프리카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부패 외에도 전통을 너무 중시하는 문제가 있다. 급격한 근대화로 인해 전통을 파괴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지만 산업이 변화하면 그에 따른 정치•사회 구조도 변화하고 결국 전통의 일정 부분은 파괴되는 숙명을 겪는다. 인도가 오랜 전통인 카스트 제도를 파괴하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전통을 너무 존중한 나머지 공동체 의식(우분투), 할례, 남성 우월주의, 미신 등 근대화의 저해 요소까지 그대로 답습한다. 다른건 다 제쳐두고 우분투 하나만 보자. 예전에 봤었던 아프리카인이 들려주는 아프리카 이야기에서 저자는 우분투와 같은 공동체 의식이 아프리카의 전통이므로 사회주의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사회주의 체제는 실패하고 집단 농장 체제 역시 무너지고 평등은커녕 구소련의 노멘클라투라와 같은 특권계급만 창출했다. 아프리카는 인도(카스트제도), 중국(전족)처럼 전통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필요하다. 근대화에서 일정한 전통과의 단절은 숙명이다.

 

 내가 이 책에서 포착한 메시지는 ‘문제의 원인을 외부보다 내부에서 찾아라’였지만 그것 외에도 이 책이 전달하는 소중한 메시지는 많다. 아프리카의 피폐한 실상을 보고 있노라면 국가를 국민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생각할 때 어떻게 국가가 붕괴되는지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아프리카의 정치•경제는 나아지고 있고 서구에 의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곡된 정체성에서는 아프리카에 대한 신학적•인종적•역사적 편견을 고발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아프리카인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2장 빈곤과 저개발에서는 아프리카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 즉 부패•산업구조(농업위주) 문제•테러•독재•원조 등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인 모습을 가감없이 이야기 한다.

 3장 독재와 폭력에서는 서구의 식민지배 탓을 하면서 전횡을 자행하는 독재자의 추악한 모습과 이 독재자를 둘러싸고 북두의 권에 나올법한 세기말 모습을 현세에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적•이웃 국가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 장이 바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모습일 것이다.

 4장 심성과 편견에서는 아프리카의 종교, 전통 존중에 따른 문제점을 보여준다. 온고지신이라고 정말 아무 되도 않은 전통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5장 아프리카의 봄에서는 아프리카를 두고 패권을 다투는 서구와 중국의 상황, 재스민 혁명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이 장에 관심이 있다면 실크로드의 부활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랍, 아프리카를 두고 칼을 휘두르는 중국과 방패로 막으려는 서구의 전략을 다소나마 알 수 있다.

 

 이 책은 1장을 제외하면 역사책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실상을 정확히 진단하는 보고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구 중심주의에 젖은 시각을 다소나마 반성하고 싶다면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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