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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 ‘기억’보다 중요한 ‘망각’의 재발견
스콧 A. 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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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다는 말 난 싫은데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네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동안의 진심 어디엔가 버려둔 채"


- 언니네 이발관, <아름다운 것> 中 -


 프로이트는 <애도와 멜랑콜리아(Mourning and Melancholia)>라는 논문에서 애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무언가를 상실한 이후에 그 대상에 쏟았던 리비도를 이제 그만 거두고 다른 대상을 향해 주의를 돌릴 수 있도록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프로이트는 이 지점에서 잘 잊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에 나온 노랫말에서도 나오다시피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인 즉슨 내가 그동안 사랑했던 '아름다운 것'을 상실한 뒤에는 이제 그만 집착을 거두어야 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프로이트의 통찰과 상통한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애도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자칫 잘못했을 때 고통스러운 우울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엔 망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망각'의 중요성은 그동안 과학의 영역에서는 그리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보다. 저자가 말했듯이 "망각은 우리의 기억 체계가 지닌 하나의 결함이며 적어도 성가신 골칫거리라는 것이 이제껏 늘 일반적인 과학적 견해로 통했다"(p.12)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상적 망각'이라는 것이 없다면 지금 인류가 향유하는 많은 능력들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창의성이 그러한 능력들 중 대표적인 예시다. 아주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창의성이라 하는 것은 결국 망각을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들을 해체 및 재구성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망각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망각을 하기 때문에 지난 역사로부터 깨닫지 못하고 퇴행한다고 생각하지만, 되려 역설적으로 망각이 없다면 진보조차 못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PTSD(외상후스트레스 장애)의 경우를 살펴보면 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다. 20세기에 겪은 여러 전쟁 속에서 발생한 상이군인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트라우마 치료의 발전은 이러한 상이군인들의 거대한 PTSD 수요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들은 전쟁 순간에서 목격한 끔찍한 순간이 반복적으로 기억 속에 떠오르며 찾아오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고통받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망각은 온전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온전한 정신을 갖기 위해,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가족과 친구를 위해 감정적으로 충분히 잊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p.110)


 위 내용들은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실제로 책을 펼쳐보면 망각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과 통찰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35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억과 망각이라는 분야에 대해 아주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게다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그 유명한 에릭 캔들의 실험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에릭 캔들은 세포 내 기억과정의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00년도에 노벨상을 수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역시 뛰어난 스승에 뛰어난 제자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경력과 열정을 신뢰하고 책을 읽으신다면 더욱 좋으리라는 제안을 드리며 일독을 권장하는 바이다.

망각은 우리의 기억 체계가 지닌 하나의 결함이며 적어도 성가신 골칫거리라는 것이 이제껏 늘 일반적인 과학적 견해로 통했다. 따라서 과학은 뇌가 기억을 어떻게 형성하고 저장하고 인출하는지, 어떻게 기억의 스냅쇽을 포착하고 분류하는지 알아내는 데 일차적 초점을 두었다. 망각으로 얻는 이로움이 있을 것이라고 직감한 과학자도 몇몇 있기는 했다. 그러나 다락방에 처박힌 케케묵은 사진처럼 흐릿한 기억은 대체로 기록 장치의 기능 불량으로 간주되거나 엉성한 기록의 흔적으로 여겨졌다. - P12

우리는 온전한 정신을 갖기 위해, 전반적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가족과 친구를 위해 감정적으로 충분히 잊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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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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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피상적인 이야기에만 머무른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반야심경을 들먹이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틱 낫한이나 달라이 라마의 해설서를 보는 것이 훨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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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위대한 리더 - 자신에게 리더인 사람이 리더다
배철현 지음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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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리더라면 표절을 해야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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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신상규 외 지음 / 아카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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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넷에서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훌륭한 책을 소재로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어서 바로 지원해서 참여하게 됐다.

아카넷에서 적절한 때에 맞추어서 훌륭한 책을 내주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날이 갈수록 그 속도를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의 인공지능 기술발전의 시기에 걸쳐있는 때이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가짜 뉴스 바이러스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저자들 또한 모두 진심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선생님들이다. 대부분은 각 분야에 대해서 빠삭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라서 글로 잘 풀어낼 수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강연을 확장 및 심화해서 엮은 책들이기 때문에 내용 또한 풍부하다. 요즘 서점가에서 흔히 보여서 널리고 널린 '4차 혁명'을 소재로 한 조무래기 책들과는 그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책은 총 8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있다. 기계지능, 사이보그, 인공자궁, 소셜로봇, 가짜뉴스, 기본소득, 마이크로워크, 인류세의 순서다. 모두 지금 상황과 크게 동떨어져있지 않고 이미 다가온 미래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다시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 사이보그, 인공자궁이라는 상징적인 세 가지 기술을 통해서 주요 첨단기술의 특성과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들이 가지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했다. 2부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생기게 될 지를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이러한 포스트 휴머니즘 사회 속에서 우리가 끝끝내 결국에는 대면해야 할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살펴봤다.

모든 키워드를 언급하기에는 서평이 너무 길어지므로 1부부터 순서대로 선택적으로 이야기하겠다. 기계지능 파트에서 이상욱 선생님은 '지능(intelligence)' 개념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통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불필요하고 근거없는 오해를 정리하고 휴머니즘적 가치를 재검토하고자 했다. 우리가 여태까지 지능 개념에 대해서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이해를 했는지 다시 재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영의 선생님은 그 다음 사이보그 파트에서 이미 현재로 다가온 사이보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사이보그가 된다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반문을 제기한다. 지켜야 할 '순수한 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로 있는가? 애초부터 우리들의 '순수한 인간성'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잡종이었고 현재를 포함해서 앞으로도 기계와 결합되는 시대에도 잡종으로 남을 것이다. 순수한 인간도 순수한 기계도 아닌 우리들은 이미 사이보그다.

2부에서는 신상규 선생님이 소셜로봇을 통해서 기계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논의로 첫발을 떼었다. "로봇이 실제로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이 로봇을 대하는 방식과 더불어 그것들과 어떤 유의미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입각하여 도덕적 지위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는 입장은 꽤나 참신하긴 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러한 입장은 얼핏 보기에 비판받을만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기존 문화의 규범성에서 벗어나기 힘든 보수적인 도덕으로 빠지게 될 경향성이 크지 않을까? 혹은 너무 인간의 문화(강자의 문화)만을 위주로 도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왠지 성공적으로 발전하기에는 힘들 입장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든다.

그 다음으로는 지금 가장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다. 디지털 세계의 질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소수의 기술집단과 권력집단이 가짜뉴스를 통해서 시민들의 감정을 조절하고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이야기가 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은가? 그러나 이는 단순히 <멋진 신세계>나 <1984>나 <블랙미러>와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지금 여기의 실제 세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들은 시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자기들 마음대로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셈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그저 뒷짐지고 지켜만 보는 순진한 '바보(idiot)'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블랙박스 속에 감추어져있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논의와 참여를 통해서 공론화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법적·철학적 근거를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3부에서는 지금 포스트 휴머니즘 논제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류세'에 대해서 논의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점점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기후 위기를 포함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절대 다수의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에 따른 비정상적인 기온 상승의 문제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꽤나 흥미로운 구절은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라고 하는 과학철학자가 예전에 한참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이론이라고 비판받았던 '가이아 이론'을 빌려왔다는 점이다. 라투르는 예전에 그의 행위자 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이하 ANT)데닛의 지향계 이론을 비교하던 장대익의 논문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에도 마음이나 의식이 없는 인공물이나 생명체에게도 행위 능력을 부여하는 그의 ANT가 꽤나 급진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경우에도 이러한 ANT를 활용해서 가이아 이론과 접목시켜서 지구라는 커다란 시스템을 하나의 행위자로 보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이론이 어떤 귀결을 낳게 될 지, 그것이 과연 받아들일만한 이론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인류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도전해볼만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포스트 휴머니즘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개념들과 문제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하나하나의 문제들이 모두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업보가 한꺼번에 다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디스토피아적인 전망 속에서 좌절만 한다면 해결되는 것 하나 없이 힘만 빠지는 꼴이다. 분명히 가슴에 새겨두고 계속 기억해야 할 것은 '잠깐 멈추고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을 모르는 달려만가는 자본주의의 확장 속에서 우리들은 '중지'를 날려야 한다. 제발 이제는 좀 닥치고 멈추어서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알아차린 뒤에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이러한 양질의 책들이 시민들에게 알려져서 읽힌다는 것은 문제 인식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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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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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영재 시인의 첫 시집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을 감상하고 써재끼는 아무말이다. 시집은 전체적으로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과도 같은 분위기다. 건드리는 순간 의미가 왜곡되어 버리는 언어의 세계와도 같다. 그런데 시인은 <상태>라는 시에서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의 상태를 어찌할 수 없고, 어찌하고 싶지 않고, 어찌하지 않기로 했고, 어쩌겠나 싶고, 어찌하지 말자고,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서평을 하는 중의 아무말'을 어찌하지 말자고.


"아름다움이란 것은 대단해서 아름다움에 처하면 누구나 안쪽으로 휘말릴 수밖에 없다 너무 밝은 날, 밝음이 밝음에 육박한 날이었는데 아름다움을 넉 없이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 희고 아름다운 것이 분명 아름답지 않았을 텐데 어쩌다

아름다워졌을까 왜 굳이,

미화된 거지?"

- 이영재,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中, 『캐러멜라이즈』 부분 (창비, 2020) -


1. 그러게나 말이다. 저것들이 왜 굳이 아름다워졌을까? 왜 미화된 것일까? '저 희고 아름다운 것이 분명 아름답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름다움이란 것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것일까? 왜 굳이? 왜 굳이...


“아름다운 것에서 느끼는 미학적 즐거움은, 상당 정도는, 우리가 순수 관조의 상태에 들어설 때 잠시 모든 의욕함, 모든 욕망과 관심들의 너머로 고양된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서 우리 자신이 제거된다. 우리는 더 이상 끊임없는 의욕함을 위하여 인식하는 개인들이 아니다.”

- Schopenhauer, Arthur, The World as Will and Representation Vols I & II, trans. by E.F.J Payne (New York: Dover Publications, Inc., 1969), §68, p. 390; 김주휘(2008)에서 재인용 -


2. 그러고나니 갑자기 아름다움과 관련된 몇몇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일단 쇼펜하우어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미적 경험의 절정을 경험할 때 순수 관조의 상태에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일시적이지만 모든 의욕함과 모든 욕망과 관심들의 너머로 정신이 고양된다. 또한 일시적이지만 무아(無我)의 경지와 유사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목적은 '의지로부터의 해방'에 있다. 물론 그것은 잠시동안 맛보기처럼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의 철학은 불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요소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구원의 길은 오로지 삶에의 의지의 부정에 있다. 이는 불교적 용어로 보면 '해탈(解脫)'에 가깝다. 아무튼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이러한 해탈을 일시적으로라도 경험하게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3. 그런데 정말로 그러한가? 우리가 미적 경험을 할 때 정말로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것처럼 관조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재미난 설명('익스플레인 : 세계를 해설하다') 한 가지가 있다. 바로 'DMN(Default Mode Network)'에 대한 이야기이다. DMN이 켜지는 것은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몽상에 빠져 있을 때다. 쉽게 말해서 '멍때릴 때'다. 그런데 우리가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이러한 DMN이 켜진다고 한다. 관조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멍 때리는 상태와 유사한 뇌 상태가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발현된다는 것이다.



4.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DMN이 켜지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적 경험을 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은 각자 자기 자신의 자아를 돌아보게 해준다. 그리고 온갖 연상과 생각을 뇌 속에서 일으키게 한다. 다양한 생각들이 내 마음 속에서 붐비게 된다. 상상력이 한껏 발휘가 되어서 이러저러한 생각의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그나저나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되면 DMN이 반대로 덜 켜지게 되고 이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온갖 연상과 생각은 가라앉아서 점점 줄어들게 되고 마음은 차분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챙김 명상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되는 현상을 많이 겪는 이들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하는 이들일 텐데, 예술가들중에서 무언가에 미쳐있는 듯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이 많은 이유를 말해주기도 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아본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5. 아무튼 우리가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때 일시적인 '해탈'의 경지를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서는 신경미학이나 관련 학문들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에릭 캔델같은 신경과학자가 이런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책을 몇 권 쓴 것 같긴 하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볼 때 뇌에서는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 내가 알기로는 <어쩐지 미술관에서 뇌과학이 보인다>라는 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놓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다. 조만간 읽어봐야지.

6. 아무튼간에 이영재 시인의 첫 시집은 참 난해한 언어들로 이루어져있다. 나도 읽으면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면서 몇 번을 다시 읽어본 시들이 대부분이다. 현대 문예작품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래도 그중에서도 나름 괜찮게 읽은 것들이 있어서 블로그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다른 말을 하자면, 표지가 참 예쁘다. 아마도 한정판으로 나온 표지 디자인인 것 같은데, 연분홍과 하얀색의 절묘한 꽃무늬 조화가 잘 어울리는 표지였다. 책장에 꽂아놓고 전시하기에는 참 예쁘고 괜찮은 시집같긴 하다. 시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긴다면 이 시집을 같이 낭송해본 다음에 한 번 물어보고 싶긴 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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