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를 떼자
그가 옳다. 그저 지금까지 하던 식으로 계속하라는 말인데 그는런 식으론 결코 뭘 성취하지 못해, 누구에게나 눈을 보자기로 가기고 그것을 뚫어지게 보라고 격려해봐. 아무것도 못 볼 거야. 그에게서 보자기를 떼야 비로소 볼 수 있지. 바르나바스에게 필요한 건 도움이지 격려가 아니야.
목표는 있지만 도달할 방법이 없는 절망
K에겐 마치 이제 모든관계가 끊어지고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고, 다른 때라면 그에게 허용되지 않는 이곳에서 내내 마음대로 기다려도 되며 이렇게 다른사람이 얻기 어려운 자유를 획득한 것 같고, 그러니 아무도 그를 건드리거나 쫓아내선 안 되고 아마 말을 거는 것도 안 되는 것 같았지만 그런 확신도 강했다 —— 아울러 이 자유, 이 기다림, 이 불가침성보다 무의미하고 절망적인 것은 없다는 듯이 느껴졌다.
제발
한결같이 넓고 깊은 흙을 움켜쥐고 있다. 바닥을 치고딛는 힘이 강할수록 꽃도 열매도 실하다. 사는 게 어려울 때, 마음이 정체될 때, 옴짝달싹할 수 없게 이것이 내 삶의 바닥이다 싶을 때, 섣불리 솟구치지 않고 그 바닥까지도 기어이 내 것으로 움켜쥐는 힘, 낮고 낮은 삶 사는 우리에게 부디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
교차하는 순간 생기는 작은 틈, 공백이 공허하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는내가 버텨온 흔적이 있고,기쁨이 남은 자리에는내가 돌아보지 못한 다른 슬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