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4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박상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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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초반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의무감에 읽었던 책은 큰 감흥을 불러오지 않았다.
특히 노인의 무모한 도전이 새파란 청춘에게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 때의 내 나이만큼의 세월이 흐르고 다시 읽은 『노인과 바다』는 전과는 다른 책이었다.
예전 책을 다시 읽을 때마다 책은 그대로인데 독자인 나는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경험을 쌓고 성숙했음을 느낄 때 아쉬움과 안도감이란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지금의 이 앎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세월의 흐름이 그저 주름만 만들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어릴 때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꾸준히 공부하기 보다는 벼락치기로라도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했고, 일류 대학, 일류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으며, 삶을 어떻게 사느냐보다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했다.
나이가 들면서 거창했던 꿈이 좌절되고, 세상살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서 마음을 비우고 포기하는 법도 배우며 자의 반, 타의 반 겸손해져 간다.

노인에게서 내 모습을 본다.
잘 나가던 한창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운이 다한 패배한 것 같은 모습.
다른 점은 노인의 무모한 도전 정신과 그 어떤 고통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같다.
노인은 여전히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한 채 돌아왔으니까.
그런데 내 눈엔 달라 보인다.
아마 다른 이들의 눈에도 더 이상 꿈꾸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이와 노인은 다르게 보일 거다.
여전히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의 삶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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