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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읽고 싶은 책은 아니었습니다. 경제 및 경영 관련 도서들을 읽는다면 이런 책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택한 책입니다. 이유는 이 책이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서입니다. 아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환경문제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한 예로 저는 경제 부문에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 도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기억이 없습니다. 그만큼 환경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질 뿐,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겠죠.

 

 작년 겨울에 2016년까지 우리나라를 이끌게 될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2013년 4월에는 재보궐선거가 있습니다. 이 같은 선거에서 만약 어느 후보가 최우선 공약으로 이산화탄소 감소 같은 환경오염 관련 정책을 내세운다면 과연 당선될까요? 힘들겠죠. 저 역시 이 책을 읽었음에도 환경오염보다는 복지라던가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세운 후보를 뽑을 것입니다. 당장 내일이, 당장 내년이 걱정인 상황에서 환경문제를 걱정할 여유가 없죠.

 

 이 같은 이유에서 이 책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의 저자 요르겐 랜더스 교수는 앞으로 약 40년 후인 2052년의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주 겸손하게 말이죠. 즉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개의 바퀴가 이끌어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단기적인 이익을 좇거나 이해관계에 따른 의견충돌 탓에 빠른 의사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때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민주사회는 단기적인 자기만족에 따라 지도자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소비를 억제하려면 호의적이고 동시에 권위주의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이 방식은 중국이라면 몰라도 모든 곳에서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p.58)

 

 미래의 의사결정에서 단기적 관점이 우세할 것이라는 내 가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내가 젊고 현실 세계에 대한 경험이 적다면 감히 이 가정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40년에 걸친 현실경험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싸움은 내게 사회, 특히 민주사회가 가장 저렴한 해결책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 해결책은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이 가장 높고, 5년 정도의 시간대를 넘어선 비용과 편익은 무시한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비용 효율적인 해결책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이 해결책은 5년을 넘어서는 일이 드문 일반적인 관점에서 비용 대비 최고의 편익을 제공한다. (p.246)

 

 이처럼 저자는 현재의 민주사회와 자본주의로는 제때에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책 전체에 걸쳐서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바꾸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제때에 맞춰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환경오염으로 변화될 미래를 제대로 인식하자는 것이죠. 그럼 이에 따라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그리는 2052년은 어떨까요? 아주 간단히 말하면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는 없습니다만, 2052년을 지나 21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재앙에 가까운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2052년까지는 지금과 다름없는 날들이 계속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잦은 태풍과 폭우, 폭설, 폭염 같은 이상기후나 병충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 등은 점점 잦아집니다. 그러나 재앙 수준의 변화는 21세기 후반에 찾아올 것이라는 거죠. 즉 이 말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환경이나 에너지와 관련해서 내세운 목표를 제때에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이고요.

 

 현재 세계 각국의 정부나 기구들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2052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2080년에는 2.8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죠. 그런데 솔직히 이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도쯤이야 괜찮지 않나? 2도 상승하는 게 그렇게 심각한 일인가?’ 라는 생각 말이에요. 그런데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2012년까지 0.8도 상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바뀝니다. 게다가 1970년을 기준으로는 2012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0.3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지구 온난화’ 문제들이 터져 나온 것이죠. 유난히 잦은 태풍과 폭우, 폭염 같은 변화가 말이죠. 지난 17일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80년대 이후 지역별로 겨울이 최고 14일 짧아 졌다고 합니다. 서울이 20년 동안 8.1일이 줄었고 제주가 10.6일, 광주가 14일이 줄었다는 것이죠. 반면에 여름은 서울이 7.8일, 청주지역이 10.3일, 제주가 4.9일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름은 점차 길어지고 반대로 겨울은 짧아질 것이라고요. 2012년까지 0.8도가 상승했는데 이런 변화나 나타났다면, 2도 이상 상승하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반도의 겨울이 최대 14일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도 겨울은 짧아지는 반면 여름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진: YTN)>

 

 그렇다고 해서 세계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대응이 충분하지 않을 뿐이죠. 저자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잦은 피해로 자발적 투자와 강제된 투자 모두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죠. 여기서 자발적 투자란 ‘미래의 자원 품귀나 환경 피해를 피하고자 미래 대응하는 투자’이고, 강제된 투자는 ‘대처하지 못한 자원 및 환경 문제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사후 대응적인 투자’를 말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두 투자 모두 어쩔 수 없이 증가한다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고, 우리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는 2015~2050년에 ‘자발적인’ 투자가 GDP의 0퍼센트에서 6퍼센트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또 다른 10년 동안 변덕스런 기후와 심화하는 사회적 긴장을 겪기 전에는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시기 이후에야 미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상당한 선행 투자를 할 의지가 생길 것이다. 이는 열파, 홍수, 강풍, 해수면 상승에 따른 전반적인 피해가 유권자들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분명해질 때까지 걸릴 기간이다.

 한편 국제사회는 스스로 자연재해로 간주하는, 내가 보기에는 기후변화의 초기 증상에 해당하는 현상에 직면한다. 이에 따라 향후 40년 동안 GDP의 0~6퍼센트에 이르는 ‘강제된’ 투자가 증가한다. (p.136)

 

 이렇게 증가하는 투자와 2040년대 이후 감소하는 인구 등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대에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게 됨에 따라 2052년에는 전체 에너지 공급원에서 37퍼센트로 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러한 조치들이 충분하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지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대 초에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할 것이나, 배출량이 감소한다고 해서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죠. 따라서 지구의 기온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21세기 후반에는 극심한 기후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저자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이외에 다른 변화들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세계인구는 2040년대 초에 81억 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경제가 발달하고 도시화가 가속화 될수록 출산율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인구의 노령화와 경제적 불평등에 따른 사회적 마찰 등으로 생산성 증가율이 느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 GDP는 예상치(3배)보다 적은 현재의 2배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합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2052년에는 전체 에너지 공급원에서 37퍼센트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이어 석탄 23퍼센트, 가스 22퍼센트, 석유 15퍼센트, 원자력 2퍼센트로 이어지고요. 다음으로 2052년에도 식량은 충분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도시 확장,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으로 경작지는 감소하지만, 생산량이 향후 수십 년간 증가하고 예상만큼 수요가 늘지 않아 지금처럼 전 세계 사람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양이 확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식량분배와 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인해 굶주리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을 것이고요. 이외에도 기후변화와 경제적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면서 더 강한 정부를 지향하게 될 것이라든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와 같은 비물질적인 측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을 예측합니다. 많은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옮겨갈 것도 포함해서요.

 

 이 같은 저자의 예측 중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미래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중국의 미래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요, 요르겐 랜더스 교수는 중국의 미래를 ‘무척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2052년에 중국은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며, GDP는 미국의 약 2.5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게다가 미국을 포함한 OECD 회원국의 모든 GDP를 합친 것만큼 성장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 정도의 예측은 제가 접한 기사나 책 중에서 (중국의 미래를)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2012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명목 GDP는 15조 6,096억 달러, 중국은 7조 9,917억 달러입니다(출처: IMF). 저자가 언급하는 구매력 환산 기준 GDP로는 미국이 15조 6,096억 달러, 중국이 12조 3,870억 달러이고요. 그런데 미국의 성장이 점차 둔화하는 반면 중국은 약 4배까지 성장하여 미국에 2.5배에 달하는 경제 대국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얼마 전에 읽은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의 저자 해리 덴트의 이야기와는 크게 엇갈리는 전망입니다. 해리 덴트는 중국을 ‘시한폭탄’이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미래는 다소 비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차라리 인도의 성장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요.

 

<저자 요르겐 랜더스 교수는 2052년에는 중국 GDP가 미국을 포함한 OECD 회원국 전체의 GDP를 합친 것만큼 성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p.398)>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서로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듯,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에 관한 저자의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을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만 해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고,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한랭기(寒冷期) 또는 빙하기(氷河期)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지성인으로 꼽히는 기 소르망 교수도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입증할 수 없으며 입증을 위한 어떠한 증거도 댈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은 다소 지구 온난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확실한 것도 있습니다.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는 것과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것에는 다른 의견이 없죠. 그리고 이는 지금과 같은 방식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요르겐 랜더스 교수의 ‘겸손한’ 충고도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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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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