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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떠한 책을 읽을 경우에는 저자가 수백 페이지에 걸쳐 말하자고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항상 머릿속에 그려가며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 <전략퍼즐>이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라는 도서가 소설의 형식을 빌려 TOC(제약조건 이론 - Theory Of Constraint)을 명확하게 전달하려 한 것처럼 <전략퍼즐> 역시, 독자들에게 한가지의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1) 과거에 마케팅 수업을 듣던 도중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강의를 듣다보면 이런 생각 드시지 않으세요? 교수님들이 그렇게 경영에 대해서 잘 아시면 직접 사업을 해보시지, 왜 강의를 하시냐고.”

“…….”

“그런데요 여러분, 교수들은 어떤 전략이나 기업이 성공했을 때, 그게 왜 성공했는지 분석하고 정리하는 사람들이예요. 그렇게 결과를 놓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설명하는 것들은 잘해도, 어떤 전략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예측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도출해 내는 건 여러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2) 최근 몇 년간 ‘창의성’에 관한 책들이 정말 엄청나게 쏟아졌습니다. 하나하나 제목을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책이 출간되었고, 많은 독자들이 읽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책들 때문에 창의성이 향상됐다거나, 큰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책들이 창의적인 생각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서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독자의 창의성의 직접적으로 향상시키진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1)과 2)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이 책 <전략퍼즐>에서 저자들(제이 B. 바니, 트리스 고먼 클리포드)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론과 현실의 차이’입니다. 이론과 현실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를 알고, 구글이 성공한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최고의 기업으로 칭송받던 소니와 노키아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경영학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의 내용도 결국 이러한 결과론적인 ‘케이스 스터디’라는 것이지요. 필립 코틀러, 게리 헤멀, 데이비드 아커 교수처럼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고 하더라도 미래에 어떤 기업이 성공하고, 어떠한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과 이론 간의 차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배우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아무리 현실에 맞게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준비해서 교육한다고 하더라고 그 차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는 사업구조분석을 하고, 수익성을 고려해서 하나의 결과를 도출해 냅니다. 그리고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곧바로 전략을 실행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기업이라는 것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조직체이다 보니 사업부마다, 팀마다, 혹은 개인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많은 제약조건과 갈등이 존재할뿐더러 현실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실제로 <마케팅 불변의 법칙>, <포지셔닝> 등을 저술한 알 리스도 경영자와 마케터 사이의 갈등을 다룬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지요.

 

 이 책에서도 첫 장부터 그러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플라스티웨어라는 신기술을 놓고 석유가스부문과 연구개발부문, 그리고 포장부문의 전망이 엇갈립니다.

 

 “하지만 한 가지 신상품을 놓고 경영진이 그렇게 서로 다른 가정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그 사례 연구에서는 무엇 때문에 경영진이 그렇게 서로 다른 가정을 하게 됐나요?” (p.29)

 

 그 이유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사결정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어떠한 의도나 방식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된다는 것이죠.

 

 “산업구조분석이든 현재가치분석이든 이런 것들은 그저 도구일 뿐일세. 말하자면 망치 같은 거지. 망치를 그 목적에 맞게 사용법을 정확히 따라 사용한다고 해도 내구성 있고 아름다운 무엇을 만들기는커녕 고물덩어리를 만들 수도 있다네. 중요한 건 도구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거지. 분석 결과가 타당한지 결정하는 건 분석 도구를 사용한 사람이 갖고 있는 기술과 관심사와 동기라네.” (p.101)

 

 그럼에도 이 책의 주인공 저스틴 캠벨은 그러한 차이를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되어 문제가 됩니다. 바로 각 사업부의 의견을 묻고 조사하여, 그를 토대로 조직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려 했는데, 오히려 석유가스부문의 책임자인 스콧 베킷에게 설득을 당해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다른 사업부의 의견을 듣기도 전에 신사업은 투자 대상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A라는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고, B라는 상황에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기보다는, 각 상황마다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장의 마지막에 놓쳐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생각을 이끌어 냅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분명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현실에 비해 이론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이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어떻게 줄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어떻게 넘기는지를 주인공 저스틴 캠벨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죠. 게다가 각 장의 마지막에 제시한 질문에 대한 답변도 끝내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렴풋이 생각해낼 수도 있겠지만 답답함은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저자들도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수영에 관한 책을 읽는다 하더라도 직접 헤엄을 치기 전에는 수영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경험만이 답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경험이라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겪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더욱이 세상이라는 것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만지던 찰흙처럼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겪을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하느냐에 따라서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최소한으로 좁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현재 직장인 혹은 경영자보다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영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좀 더 유익할 거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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