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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사진1: ‘보이지 않는 손’의 애덤 스미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대학교 교재, 기타 경제관련 서적들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개념 ‘보이지 않는 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에 있어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라는 문구는 저의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최근, 아니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제관련 도서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책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도서들이었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터 누리엘 루비니 교수의 <위기 경제학>,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끝나지 않은 추락>, 니얼 퍼거슨의 <금융의 지배> 등등. 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최근에 시작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언제나,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다만, 2008년 사태 이후 신자유주의에 열광하던 사람들을 비추던 조명이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로 옮겨졌을 뿐.

 

 그렇다면 유토피아 경제학(저자의 표현을 빌려)은 이러한 비판들 속에서 어떻게 이른바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존 캐서디의 <시장의 배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배반>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1부의 내용이 바로 유토피아 경제학이 어떻게 주류 경제학으로 발전되어 왔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중 예를 들어보면, 정보의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정부에서 계획경제를 주도할 경우, 경쟁다운 경쟁이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러한 상태에서 어떻게 정부가 적정 가격을 알 수 있겠으며,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품을 얼마만큼 만들지 무슨 수로 알 수 있냐는 것이죠.

 

하이에크가 지향했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산 경제 체제에서 중앙의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은 사용할 수 있는 원료와 노동력을 어디로 돌릴지 결정하기 전에 우선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사고 싶어 하며 그것을 가장 싼값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지식은 개개의 소비자와 사업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계획 당국의 캐비닛 속이나 컴퓨터의 파일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생산량의 조절을 시장 체제에 맡기면 회사가 길거리로 나가서 소비자에서 무엇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야 하는지 직접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이에크는 지적했다. 그런 정보는 가격이 알려 주기 때문이다. (p.59)

 

 즉, 경제시스템에서는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가 적정 가격인지, 어떤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등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필요한데 그것을 정부가 다 관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로 과거 동구권의 사례를 통해 증명됩니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실직자는 언제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연실업률’이 있습니다. 공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있고, 보수가 더 나은 직장을 구하거나 다른 도시로 이사하기 위해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자연실업률’까지는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당시, 케인즈 학파 경제학자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좀 더 참아 낼 인내심만 갖춘다면 실업률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약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정부가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아래로 끌어내리면,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고 기업도 가격을 인상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초래된다. 악성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는 결국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로 복귀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에는 일시적인 상충 관계가 상존한다. 하지만 영원한 상충 관계는 없다.” 프리드먼은 그렇게 말했다. (p.107)

 

 이러한 주장들 외에서 수많은 이론과 개념들을 통해 유토피아 경제학은 발전해갑니다. 거기에 다양한 수학적 모델과 이론들이 더해지면서 이들의 이론이 ‘과학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높은 경제성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기존 경제이론을 뒤엎고 미국이 1990년대 인플레이션 없이 장기호황을 누리게 되는, 이른바 신경제에 접어들면서 유토피아 경제학은 정점에 올라섭니다.

 

 결국, 유토피아 경제학의 핵심은 1) 자기중심적인 개인의 이기적 행동이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2) 효율적인 시장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것, 마지막으로 3) 개인은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수행한다는 것, 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어긋나는 사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한 가지 사례를 들자면, 최근 한국의 담배시장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담배시장에는 K사와 P사, B사, J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B사와 J사 두 회사는 기존 2,500원의 담배가격을 2,70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유토피아 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들은 두 회사의 제품을 외면하게 되고, 두 회사는 다시 가격을 인하하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B사와 J사의 시장 점유율은 상당히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B사와 J사가 가격을 내리지 않고, P사가 가격을 올린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K사 마저도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요. 물론 담배시장이 시장참여가 자유롭지 않다는 특수한 시장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느 한 기업이 가격을 인상할 경우, 경쟁사들도 함께 가격인상을 선택하는 경우를 우리는 훨씬 더 자주 봐왔습니다.

 

 

 

<사진2: 자본주의 시장은 태생적으로 불안하다고 주장한 하이먼 민스키>

 

 2부에서는 이러한 유토피아 경제학의 대안으로 현실 경제학이 이어집니다. 2부 역시, 1부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론과 개념이 등장하지만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합리적 비합리성’입니다. 합리적 비합리성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 전체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는 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407 : 네이버캐스트를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레몬시장’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서 레몬시장이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저급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말합니다.)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정보는 늘 불완전하기 때문에(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문제는 시장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다.) 시장 실패는 언제든 경제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다.” 라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숨겨진 정보로 인한, 혹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시장은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불량품이 넘치는 ‘레몬시장’으로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합리적인 쏠림이나, 정보 폭포 이론, 휴리스틱스 등의 개념들을 통해서 개인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유토피아 경제학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사진3: 1999년 타임지 표지를 장신한 앨런 그린스펀(가운데), 로버트 루빈(좌), 로렌스 서머스(우)>

 

 이어서 이 책의 3부에서는 앞서 다루었던 내용들이 어떻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는 그동안 뉴스나 신문, 경제관련 도서들 등을 통해 자주 접했던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3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저자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습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룬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인으로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존 캐서디는 사람들의 탐욕도 중요한 원인이기는 하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시스템의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2006년 당시 미국 최대의 모기지 발행 기관이었던 컨트리와이드의 회장 겸 CEO인 안젤로 모질로의 경우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컨트리와이드는 1969년 설립된 이래로 프라임 대출만 발행하는 보수적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그들 역시 ‘매칭 전략’을 택했다. 경쟁사들이 어떤 상품을 제공하면 그들도 따라서 같은 상품을 제공하는 전략이었다. 다른 회사가 새로운 유형의 대출 상품을 내놓으면, 컨트리와이드도 따라서 했다. 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특정 상품을 내놓으면 그들도 그렇게 했다. 죄수의 딜레마로 말하자면 컨트리와이드는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p.312)

 

 결국, 2008년의 경제위기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은 유토피아 경제를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시장의 효용성뿐 아니라 그 한계까지 인정하고, 하이에크의 텔레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존재뿐 아니라 그것의 몰락 가능성까지 인정할 수 있는 경제 철학이 필요하다. 현실 기반적인 경제학은 바로 그런 철학을 제공한다. 현실기반적인 경제학은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실패 개념을 중심에 놓고, 인간의 상호 의존성과 합리적 비합리성이 시장 실패에서 맡는 역할을 인정한다. 더 이상의 재앙을 피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은 발상을 바꾸어 이런 실용적인 철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p.429)

 

 라고 주장하며 끝을 맺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항상 양극단에 서있었습니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어쩌면 이번의 경제위기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좋은 경험이 될지도 모릅니다. 해제에 실린 우석훈 박사님의 말씀처럼

 

어떤 경제학자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부분적으로만 옳고 부분적으로는 틀렸다. 마찬가지로 어떤 시장도 그 자체로는 절대 선이 될 수 없으며, 제도나 사회에 의해 보완될 때만이 파국을 면하게 된다. 그걸 모르는 경제학자는 없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잃어버린 것은, 같은 사건을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선이다. (p.470)

 

 오른쪽과 왼쪽만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디라도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반증과 비판이 자유롭게 오가는 사회, 우리사회가 그런 사회로 변화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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