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가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떠났다. 
나는 그를 돌려보냈다.

그는 내게 
자신의 미완성 원고를 남겨두고 갔다. 
나는 그것을 완성시키는 중이다. - P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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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는 머리를 하얀 담벽에 기댄 채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다. 
햇살이 눈부시다.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 어떻게 한다?"
"예전처럼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밤이 되면 자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오래 걸릴 거야."
"어쩌면, 평생 동안."
가축들의 울음소리에 루카스는 눈을 떴다.
그는 일어나서 그의 가축들을 돌보러 갔다.  - P198

.... 그 여자를 사랑하나?"
루카스가 말문을 열었다.
"저는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그 뜻을 모르는 것아닐까요?
당신이 하는 그런 질문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그렇지만 그런 종류의 질문이 
자네 인생에서 가장 흔한 질문 아니겠어?
때론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을걸."
"그러면, 당신은요? 
당신은 그런 질문에 한번 답해보세요. 
당신이 연설을 하면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더군요. 당신이 한 말들을
당신은 진심으로 다 믿습니까?"
"난 내 말들을 믿어야 하네."
"마음 속 깊이는 어떻게 생각하죠?"
"그건 나도 모르지. 
내겐 그런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네.
난 어려서부터 두려움에 시달려왔어." - P290

페테르가 나가자, 
아이가 루카스를 돌아보았다.
"페테르 아저씨에게 
무슨 불행한 일이 일어난 거지?"
"아니, 페테르 씨에게가 아니고, 
그의 친구 일인 것 같아."
아이가 말했다.
"마찬가지야, 그건 똑같이 나쁜 일이야."
루카스가 마티아스를 끌어안았다.
"네 말이 맞아. 그럴 수도 있지."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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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했다.
"우리는 선물 받는 걸 싫어해요.‘
"그건 또 왜?"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 P69

부자는 문을 열고, 
가난뱅이를 발로 걷어찬다. 
가난뱅이는 거리로 나가떨어진다.
부자는 문을 닫고 수프 접시 앞에 앉아
접시를 두 손으로 감싸며 말한다.

"주님의 모든 은혜에 감사합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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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도시에서 왔다. 
밤새 여행한 것이다. 
엄마는 눈이 빨개졌다. 
엄마는 커다란 골판지 상자를 들었고, 
우리는 각자 작은 옷가방을 하나씩 들었다.
아버지의 대사전은 너무 무거워서 
우리 둘이 번갈아가며 들었다.

우리는 한참을 걸었다. 
할머니 집은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소도시의, 역의 반대쪽 끝에 있다. 
거기에는 궤도 전차도,
버스도,자동차도 없다.
군용 트럭들만 오갈 뿐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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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쪼가리,
요리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

나는 네 살이다. 

전쟁이 막 시작됐다. - P9

뭔가 읽을 것이 있을 때면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나는 계속 읽고,
그러고 나면 울면서 잠든 밤사이에 
문장들이 태어난다. 

문장들은 내 곁을 맴돌다, 
속삭이고 리듬과 운율을 갖추고, 
노래를 부르며 시가 된다.

어제,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
나무들 사이의 음악
내 머리카락 사이의 바람
그리고 네가 내민 손안의
태양 - P34

나는 프랑스어로 말할 때 실수를 하고,
사전들의 도움을 빈번히 받아야만 
프랑스어로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프랑스어 또한 적의 언어라고 부른다.

내가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이유다. 
이 언어가 나의 모국어를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 P53

‘네‘
내가 읽은 베른하르트의 첫 번째 책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고 
이렇게 많이 웃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 책을 여러 친구들에게 빌려주었다.

그들은 끝까지 읽지 못한 채 
내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만큼이나 이 책이 그들에게는 ‘우울하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책의 ‘웃긴 점‘을 그들은 정말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책의 내용이 끔찍한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네‘는 
정말 ‘네‘이지만, 죽음에 대한 ‘네‘이고, 
그러니까 삶에 대한 ‘아니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작가이고 싶은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모범으로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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