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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1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길을 가야 했다.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야 했다. 성공에 대한 환상을 포기하고 이민자이면서 남의 나라 알파벳을 배우는 자신의 왜소함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삶을 허비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조롱거리가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각오를 하고 시를 쓰는 데 전념할 정도로 용감해져야 했다.(436페이지)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일까. 자유로운 사람이란 무엇일까.
<자유로운 삶>이란 글자를 치면서 내내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오탈자를 냈다. 결국 자유로운 삶이란, 내가 잘못 적은 자유로운 사람처럼 삶과 사람이 같은 것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잘못 적은' 글자인 사람이 주는 울림은 자유롭다. 자유롭다는 것은 잘못 간다는 것을 감안하는 것임이 분명하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내가 잘못 적은 '사람'이란 글자가, 나를 자유로움으로 이끌었다.
1989년에 일어난 텐안먼 사건이 무엇인지 몰라, 네이버 검색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나는 중국이 우리나라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운동을 벌였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텐안먼 사건으로 인하여,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했다는 작가 하 진. 이 책은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책이 될지도 몰랐다. 난 우가 겪은 것이 작가 하 진이 겪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난 우의 삶은 하 진의 삶과 귀결될 것이다. 안타까운 건, 텐안먼 사건은 민주화 운동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민주화를 위해 울부짖던 소리는 그럼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 책에서 보여지는 망명자의 삶은, 조국과는 절대 떨어질 수 없으면서도 살기 위해서 타국으로 와야 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난 우는, 미국으로 건너 오면서 조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했다. 하지만 텐안먼 사건이 그를 미국에 붙잡아두었고 아내가 오고 아들인 타오타오가 오면서 그는 미국에 뿌리를 내릴 생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민과 조국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보았다. 그들이 원한 것은, 자유로운 삶이었다. 중국 정부가 정해준 대로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두 다리로 굳게 이 땅에 서는 것이었다. 난이 그토록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던 것도 그런 삶을 위함이었다. 그는 시를 쓰고 싶어했지만 가족의 안정이 우선이었기에 대학원을 포기하고 경비 일을 전전하다가 애틀랜타에서 식당을 개업한다.
그는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면서도, 시를 머리에서 떠나 보내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그는 시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시를 쓰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당을 마련하고 자신만의 집을 가졌건만 정작 시에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었다.
첫사랑인 베이나에게 상처를 받은 그는 핑핑과 결혼을 하여 아들을 가졌지만 정작 그는 가정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인 타오타오가 미국에 왔을 때에 순수한 기쁨으로 차오르고 아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었지만, 자동자 운전면허를 취소할 위기에 처하자, 아들 앞에서 자기 자신을 쏴죽이란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가족에게 그 전부를 줄 마음은 없었던 듯하다. 그러나 핑핑은 달랐다. 그녀는 난과 타오타오를 위해 전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난을 보면서 상처를 받지만 그를 사랑한다. 그에게 헌신하는 강한 여성이다. 신기하게도 난과 핑핑의 관게는 공생적이라는 것이다. 난은 핑핑이 옆에 있으면 편안해지고 핑핑이 있기에 강해질 수 있다. 핑핑은 난을 사랑하지만, 난이 떠나리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결국 난은 가족이 전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중년이 되어서야 핑핑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을 얻기에 그는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다.
주위에서 보는 난 우의 인생은 성공적이다. 그에게는 그를 위해 희생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아내와 아들이 있었고 그와 아내의 명의로 된 식당이 있었으며, 그들에게는 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집도 있다. 주위에서는 그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아메리칸 드림은 실현하는 것이 아닌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 그가 지금까지 놓쳐왔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였다. 그는 핑핑을 다시 보았고 아들의 삶이 자유롭길 바랐으며 궁극적으로 그 자신이 시를 쓸 수 있기를 바랐다.
시를 쓰는 건 존재하는 것이다.(445페이지)
그의 삶은 시 위에 서 있길 바랐지만 결국 그는 나이가 들어서야 시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중국인인 그가 영어로 글을 쓰는 어려움을 봉착했을 때의 절망은 쉬이 짐작이 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지만 타국에 가서 타국의 언어로, 조국을 적어야 하는 고통은 짐작도 못하겠다. 그는 이민 1세대였다. 아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래야만 했을까? 타오타오가 미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길 바라면서 그들은 타오타오의 인생에 간섭을 했다. 영어는 물론 중국어를 배우게 하였으며 핑핑은 타오타오가 의사가 되길 바랐다. 그들은 아들에게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게 아닐까.
이루지 못하는 꿈. 이룰 없는 꿈. 꿈들은 그렇게 존재한다. 그 꿈을 움켜쥐고 앞으로 나아가는 다닝이나 바오 유안을 보면서 난 우는, 그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들을 가엾게 보기도 한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없다던 다닝은 오히려 더 불행하게 보이기도 했다. 돈을 많이 버는 화가가 되었지만 결국 바오 유안의 그림은 예전만도 못하게 되었다. 물질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그들 모두의 삶은 자유롭지 못했다. 자유로워지고자, 미국까지 왔건만 다닝과 바오 유안은 결국 조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나도 오래전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창작의 괴로움을 겪고 보니, 꿈이란 아름다울 때까지만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떠나 보낸 사람도 많았다. 내가 괴로움을 토해낼 때마다 사람들은 떠나갔다. 나는 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중얼거리면 그들은 나를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의 자유마저 앗아가려고 했던 것이다. 난 우의 걸음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지만,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려고 해서 빚어진 슬픔이었는지도 모른다. 꿈이란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절망에 빠트리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원하는 것을 위하여 살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꿈을 오래 간직하면 꿈을 다시 꺼낼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시를 적지 못했던 난이 다시 시를 적게된 것도 그 꿈을 버리지 않고 간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자유로운 사람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쓴다는 것이 존재한다던 난의 삶은, 이제 자유로워졌을까?
나는 그가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모든 것에서 해탈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기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