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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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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뽑은 90년 대 대표적인 책 100선'에 당당히 들어있는 책, '그림 아는만큼 보인다'의 저자 '손철주'님이 새로이 내놓은 책이다. 그가 썼던 '그림 보는만큼 보인다'까지 읽으면서 달콤한 꿀떡 넘기듯 넘어가는 저자의 감칠맛 나는 글솜씨에 홀딱 빠져버렸었던 나였는데 이 책 또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단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언제나 놀라게 된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그의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그가 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도대체 가늠을 할 수가 없다. 그 많은 한시와 문장들을 도대체 그는 어떻게 모두 기억하고 시기적절하게 인용할 수가 있는지 말이다. 거기에 그의 지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그의 유려한 글솜씨는 또 어떠한가. 머리 속에 들은 지식이 많다고 전달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을터인데 그는 그 전달력 또한 비상하다. 책 한 권을 쓰면서 한 두번쯤 같은 표현을 사용할 법도 한데 그는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참 잘난 사람이다. 

그런 저자가 풀어내는 우리의 옛그림. 기대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정말 멋지게 응답을 받았다.  

 사실 나같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 서양화가 더 편하다. 우리의 옛그림은 그 장르를 막론하고 왠지 너무 섭섭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손철주님의 해설이 붙으면 그야말로 가슴 한가운데 콕콕 박히는 그림이 되고만다. 

 - 흥선 대원군 이하응의 난초는 홑잎이다. 봉긋하게 솟은 난 잎의 자락이 요염한데, 봉오리가 뱀 대가리마냥 혀를 날름거린다. 매우 고혹적인 병치이다. 아래쪽 고개를 쳐든 풀은 지초다. 난초와 지초가 나란히 있으니 이른바 '지란지교'다. 벗과 벗의 도타운 사귐은 난초와 지초의 어울림과 같다. 그것도 모자라 대원군은 맨 아래에 공자의 말씀을 덧붙인다. '착한 사람과 지내는 것은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 다만 공자의 이어지는 말은 이렇다. '나쁜 사람과 지내는 것은 어물전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오래되면 냄새를 못 맡고 비린내에 젖는다.' 

 - 수박과 쥐는 16세기 신사임당도 그리고 18세기 정선도 그렸다. 그 쥐가 살아서 지금도 도둑질을한다. 나라의 혈세를 빼먹고 시민의 지갑을 턴다. 쥐가 얼마나 지독한지 꼼꼼히 보면 안다. 이 그림은 비단 위에 그렸다. 그 비단마저 어귀어귀 파먹었다. 

- 겸재는 물론 '어초문대'의 고사를 따라 그렸다. 속내평(속내) 모르면  심심한 노인네들의 대거리처럼 보일 그림이다. 좋은 음악은 반주가 귀찮고 그림은 핑계를 싫어한다. 속을 알아차려야 할 그림이다. 

인용문을 고르는데 이렇게 힘든 책도 드물지싶다.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을 버려야할지 정말 오랜 시간 끙끙거리게 만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 모든 글들이 모든 그림과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인지라 내가 오래전 부터 그 그림을 이해하고 있었던 듯한 착각을 하곤 했다. 

잘 익은 막걸리는 입안에 닿았을때 짙지않은 달큰한 향기로 만나고 목으로 넘길 때 시원함을 전해주고 다른 술과는 다르게 든든한 느낌으로 시장함을 덜어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느낌이 바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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