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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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야구의 진수

지난 달 24일 한국 시리즈 7차전의 주인공이 타이거즈가 되면서 2009년 한국 프로야구는 대망의 막을 내렸다. 그리고 뒤를 이어 양키즈와 자이언츠가 각각 우승을 거머쥐면서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도 시즌을 끝냈다. 신기한 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모두 역대 최다 우승팀이 올해의 챔피언에 올랐다는 사실!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두 자릿수 우승 횟수(10회)를 가진 팀이 생겼다. 짧은 야구 역사로 볼 때 아주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우승은 7차전까지 가는 엄청난 혈투 속에서 얻어낸 것이라 더욱 값져 보인다. 정규 마지막 타석에서야 비로소 승리팀, 아울러 우승팀이 가려졌던 2009 한국 시리즈는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토록 사람들을 강하게 매료시키는 야구. 과연 야구의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것일까? 아마도 홈런의 짜릿함, 피 말리는 승부, 극적인 경기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점차 이내의 점수라면 언제든 홈런 '한방'에 의해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홈 팀의 경우 9회 이후의 마지막 공격에서 '끝내기 타구'를 날릴 수 있다는 점도 야구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알다시피 끝내기 타구의 주인공은 그날의 영웅이 된다) 이런 기막힌 장면이 아니더라도 묘기에 가까운 수비라든지 빼어난 투구를 보여주는 피칭, 주어진 작전과 완벽한 수행에 따른 정교함 등도 야구장으로 자구만 사람들을 오게 만드는 야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야구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정해 놓고 구체적으로 파고든 책이다. 오랫동안 야구계에 몸담았던 그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이 책은 야구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성과물이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기록물과 기록에는 남길 수조차 없는 숱한 인상적인 장면을 모두 섭렵한 그가 남긴 이 책은 야구의 성스러운 고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원제목을 살펴보니 가이드라는 단어가 보인다. 생각건대 적어도 야구팬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할 거야'하고 조언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그는 모르고 봐도 재밌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을 야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야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항들을 담았고, 2부는 야구를 둘러싼 부차적인 일들을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3부는 야구에 관한 상식과 야구라는 스포츠의 비전을 담았다. 1부에 등장하는 내용은 타격, 피칭, 수비, 베이스런닝, 감독, 사인, 벤치, 지명타자, 심판원, 구장 등이다. 타격, 피칭, 수비는 야구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타격에서는 홈런과 같은 장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봉 서열로 볼 때 항상 상위에 있는 타자들은 대부분 장타자들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물론 미국의 데릭 지터와 같은 다방면에서 뛰어난 교타자도 좋은 대우를 받고 있긴 하지만 한방의 '결정력'이 있는 대형 타자들이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흥미롭게 봤던 주제는 바로 '지명타자'였다.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절반이 이 제도를 따르고 있다. 저자는 이 제도가 야구에 새로움을 주기 위해 도입된 것일 뿐 이 제도의 사용 유무에 따른 야구 판도의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인다. 내가 유독 이 부분을 집중해서 읽은 이유는 아직까지 미국에서 '지명타자'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안착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어서 일수도 있고, 전문적인 지명타자로 활약한 사람이 적어서 일수도 있지만 몇몇 기사를 통해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지명타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솔직히 저자의 글에서도 그런 게 좀 느껴졌다. 현재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리고 있는 역대 최고의 지명타자 에드거 마르티네즈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 이 때문에 더욱 궁금해진다.

2부와 3부는 야구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겨 있다. 시즌 중에 틈틈이 발생하는 트레이드나 4월부터 10월(요즘은 11월까지)까지의 대장정을 치르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스토브 리그(스카우트) 그리고 새 구장 건설, 구단의 존폐, 중계권료, 야구의 기록과 통계, 야구의 주변인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한 시즌동안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낸다. 기록은 팀과 선수의 운명을 좌우하므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보통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강하고 또 성적도 좋은 편이다. 올해 우승한 기아의 경우 홈런왕과 타점왕을 기록한 선수가 있었고, 투수도 10승 이상에 방어율도 준수한 선수들이 여럿 포진해 있었다.

<야구란 무엇인가>는 알면 알수록 더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되는 야구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야구가 던지고 때려서 점수를 올린다음 승패를 결정하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 - 투수와 타자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나 타자에 따라 수비를 달리하는 시프트, 그날의 베팅오더, 견제와 빈볼, 벤치 클리어링 등등 - 속에서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치는 흥미 넘치는 스포츠라는 걸 완벽하게 묘사해냈다.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야구를 즐길 수 있지만 만약에 읽는 다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야구가 재밌어질 것이다. 더 좋은 구장에서 멋진 선수들이 펼치는 야구도 물론 재밌겠지만 야구에 관한 상식 몇 가지를 알고 보는 경기 또한 그 못지않게 재밌을 거라는 사실을 이 책이 말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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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9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프로야구 개막 카운트다운에 해가 뜨고 지는 2월입니다!
야구 관련 도서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을 찾아다니다 들어왔습니다.:)
찌질하고 부조리한 삶은 이제 모두 삼진 아웃! 국내최초의 문인야구단 구인회에서 우익수로 뛰고 있는 박상 작가가 야구장편소설 <말이 되냐>로 야구무한애정선언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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