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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사냥꾼 - 유쾌한 과일주의자의 달콤한 지식여행
아담 리스 골너 지음, 김선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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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판을 만지기 전에 나는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었다. 그저께 받은 복숭아 한 박스에는 다섯개가 상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영 입에도 못댈 정도로 뭉글러져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퍼붓는 소나기에 복숭아수확에 애를 먹었을 농가의 시름도 떠올리지만 택배도중 치었든 원래 문제가 있었든 상한 게 3분의 1이라면 못마땅해지는 건 당연하다. 오늘 복숭아말고 먹은 과일을 생각해보면 사과, 포도가 더 있다. 

과일을 둘러싸고 준비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겨우 오늘 먹은 과일 정도 얘기일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과일을 주제로 한 글쓰기로 두꺼운 책 한권을 만들었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개인적으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기에 이 책도 기호에 맞는 책이라고 할 수 없었다. 끈기를 가지고 책의 마지막 장까지 갔건만 책이 왼쪽 바닥에 얼굴을 대고 뒤집어졌을 때도 머리속에 남아 떠오르는 내용이 없다. 딱히 책의 어떤 부분을 열고 한 단락을 읽어보지만 글은 단락이상으로 연결되는 접착제가 효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왠만한 과일 사랑이 아니라면 이렇게 중구난방의 진하고 게걸스런 수다를 늘어놓지 못할 것이다.  

컴퓨터 매킨토시가, 컴퓨터 회사 애플사가 왜 그런 이름을 달고 있고 그 회사의 로고가 한입 먹은 사과 모양인지 아마도 1777년 뉴욕출신의 존 매킨토시때문이 아닐까. 미국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설인 모양이다. 그는 돌리 어윈이라는 영국 왕당파집안의 딸을 사모해 그녀가 가족과 건너간 캐나다까지 쫓아가나 그가 도착하기 전에 죽은 돌리의 썩은 시신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다 온타리오의 한 지역에 정착했다. 그가 가시덤불을 제거하고 발견한 스무그루의 사과나무중 단 한그루만 살아남았지만 나무는 멋지게 열매를 맺고 그는 이 나무의 가지를 잘라 다른 나무에 접붙이기를 했다. 이렇게 태어나 20세기초에 널리 보급된 품종이 매킨토시 사과였다. 왜 매킨토시고, 애플이고 로고가 그 모양이었는지 ......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은 굉장히 점잖은 책이었다. 그 책에는 사과, 감자, 대마초, 튜울립의 몰랐던 놀라운 사실들이 아기자기한 이야기와 더불어 소개되고 있었다. 그 책은 식물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고와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은 획기적인 책이었다. 책은 이렇게 말했다. 정원의 식물들이 우리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이용해 종족 번식을 하고 있다고. 주객전도의 자연의 신비를 가르쳐주었다. 반면에 이 책은 시시콜콜한 과일탐험에 얽힌 사적 이야기와 함께 과일관련해 온갖 문헌의 지식을 열거해 놓았다. 그런데 저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꾸 'so what?'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이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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