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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모양의 마음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0년 9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책은 어릴 때의 나로 데려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설재인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도 그러했다. 중2 여학생 유주와 상미를 보며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리게 된다. 마음 둘 곳 없는 아이들의 외로움이 어린 나를 부른다. 너도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냐고. 내 속의 어린 내가 유주와 상미의 삐뚤고 가시 돋친 못난 마음을 이해했다. 솔직한 그녀들의 심정에 나도 이런 날카로운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상처받은 마음들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궁금해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중학생은 육체적, 신체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시기인 사춘기에 해당한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책임질 나이는 아직 아닌, 부모의 보호를 받지만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나이. 평범한 집에서 자라는 보통 아이도 사춘기 때에는 감정이 요동치고 예민하고 까칠해지는데, 주인공 유주와 상미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소녀들이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오히려 부모에게 거절당한 경험으로 가득한 유주와 상미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 진영이 나타난다. 매일 밥을 사주고 소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녀들과 놀아주는 진영, 그녀는 왜 유주와 상미에게 잘해주는 걸까.
<세 모양의 마음>은 이모저모로 일그러진 가정의 모습을 담아내는 한 편,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당연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결핍, 처음 받은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집착, 받지 못한 사랑을 베풀면서 깨닫는 사랑, 센 척하는 겉모습에 연약함을 숨기려는 자기애, 사랑으로 포장하려는 거짓, 주목받고 싶은 욕망 등. 여중생의 외로운 마음이 궁금해 읽기 시작했던 소설은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선의를 베푸는 내 모습에 나의 욕심이 담긴 것은 아닌지,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애써 참은 적은 없는지, 보상을 바라지 않는 친절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아직 농익지 않아 오해하고 서로에게 상처 주며 합해진 세 마음이 갈라졌다. 너무나 원했기에 상처를 주고 만 마음, 너무 늦지 않게 용서를 구하고 용서받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소설을 덮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