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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프의 오지랖 파이썬 웹프로그래밍 - Django(장고)로 쉽게 배우는
배프 지음 / 아이생각(디지털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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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나는 장고 프레임워크를 이용하여 프로그래밍 대회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개발보다는 기획에 가까운 포지션이었기에 팀메이트들이 대부분 설계를 해주고 나는 일부분에 대한 프로그래밍을 맡았었다.


이에 답답함을 느꼈고, 웹 프로그래밍에 대한 일정량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웹상에서 유명한 '장고걸스 튜토리얼'을 진행해보았다. 간단한 부분에 대해서 코드를 치고 따라하는 것에는 당연히 큰 문제가 없었지만, 깊은 이해나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와주지는 않았다. 말그대로 "튜토리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한권정도의 필요성을 느꼈고, django를 중심적으로 다룬 "배프의 오지랖 파이썬 웹프로그래밍"을 선택하게 되었다.기본적인 내용은 코드중심이기에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각 오브젝트 단위가 실행되는 원리와 이유에 대해 상당히 상세하게 적혀져 있어 입문서로 좋다고 생각했다. CRUD부터 시작해서 웹 작동원리까지 비전공자들도 아마 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django나 flask같은 웹 프레임워크는 앞으로도 더 중요하게 사용될 것이다. 특히 무겁지만 목적에 맞춰 사용하기 좋은 django는 배워두면 언젠가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은 그 길에 있어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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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 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안재하 옮김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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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공감. 많은 부분에서 요즘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기적으로 자신, 혹은 자신의 주변의 사람만의 성공을 바라고, 과정에서의 짓이김을 무릅쓰며 나아간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어떤 괴물들이 우리를 그렇게 하도록 시키는 것처럼. 프란스 드 발은 이러한 사회에 공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 본성인가, 교육인가, 진화의 부산물인가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데올로기는 지나가지만, 인간의 본성은 존속한다.” p.73

 

이 책의 본질을 뒷받침 하는 요소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실험이다. 우리의 본성은, 공감은, 사회는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교육 등의 외부적 요소에 의해 발생 된 규범적 신념체계의 이데올로기인가. 그에 대한 답으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감이란, 사회란, 이타성이란 비단 인간에게만 나타나지 않는다. 모성애와 같은 특수한 공감능력부터 시작해서, 연민, 타동족에 대한 애틋함등으로 타 영장류등에서도 나타나는 어떤 보편적인 형질이었다. 이 챕터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나 사회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먹이사슬을 올라왔지만. 그 능력을 누구보다 빠르게 상실해 나가는 중이라는.

 

혹은 집단 전체가 나른해지고 편안히 정착하면 당신도 나른해질 것이다. 기분전이는 행동을 조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이동하며 사는 종에게 아주 중대한 역할을 한다.” p.81

하품의 전염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 가까이에서 하품을 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하곤 했다. 그 전까지 하품에 전염에 대해 생각해본 정도는 그저 괜히 하는걸 보니 하고 싶어진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작가는 하품 전염을 우리의식 깊숙이 배어 있는 의식적인 동일화라고 한다. 마치 새 떼가 날아 오를 때 놓치는 순간 끝인 것과 비슷하게. 그리고 이 행위가 기분전이로써 인류가 혹은 생명체들이 결속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생각한 공감의 본질이 이에 가깝다. 타인과 나를 동화 시키고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이념과 사상, 신념과 지혜를 갖추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 마음을 드 발은 하품으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다.

상대방의 괴로움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남자에 한해서만 나타난다.” p.108


투쟁심, 경쟁심, 권력욕, 지배욕. 세계가 쓰여진 역사의 발자취는 대부분 남자에 의해서 일어났다. 때문에 여러 이념적 갈등을 최근에 빚고 있는 것도 더러 목격했다. 드 발은 이 점에 대해 본성으로 설명한다. 왜일까. 최근 예전에 진행되었던 한 연구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다. 남녀가 싸울 때 여자는 기억력, 사고등 이성적인 것을 주관하는 전두엽이 반짝거리고 남성은 본능적이고 지각적인 후두엽이 반짝 거린다는 것이었다. 물론 건너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인지는 판단이 되지 않으나, 어쩌면 인간은 지금 서로 다른 존재와의 공감을 갖추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주면 좋을 수도 있겠다는 걸 알아낸다.” p.160

 

역지사지 파트에 나와 있는 한 문장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호의를 느끼며 습관이 강화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면 좋다는 것을 알아 낸다고 한다. , Give & Take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감, 배려, 사랑, 호의. 이러한 단어들 역시 공감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 본성이라는 것도 좋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알아야 한다. 사회라는 유기체의 일부로 녹아들어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줘야 한다. 세상에 이념적 갈등의 희생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만약, 공감이 학습된 것이라면 희생자들은 자연선택적으로 탈락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 우리는 과거건 미래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같이 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느낀다.

<공감의 시대>이름부터 매력적이다. 언제까지 경쟁만 하기는 너무 고통스러운 삶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타인의 손을 잡고 손의 온기를 느껴보는 노력정도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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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시리즈 세트 - 전2권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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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로 보는 언어의 인문학

 

 우리는 살아가며 수 많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언어를 배우고 익혀 실생활에 사용한다. 언어는 아무렇게나 태어나지 않는다. 명확한 이유와 변화를 거쳐 우리의 머릿속에 도착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외우며, 배우고 사용할 뿐이다. 거기에 깃든 념이라던지 역사라던지는 그닥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소위 언어 천재라고 불리는 조승연씨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단어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대상에 따라 <이야기 인문학> <비즈니스 인문학>으로 나뉘는데, 두 책에 대해 간단하게 리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야기 인문학>은 이야기가 주 서술 관점인 책이다. 역사나 기록에서 있었던 일들을 통해, 단어의 뿌리를 비춰준다. 예를 들면, 'pretty'라는 단어의 경우, 그냥 예쁘다의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의미에서 파생되었다고 작자는 밝힌다. 이렇듯, 단어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야기는 사람을 품고 있고, 그 안에서 단어는 진짜 의미로써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기원을 알고 있는 단어는 무엇인가?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어두, 어미를 통해 보는 단어의 기원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품어 탄생하게 된 단어들의 의미 말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대로 단어의 시발점을 알고 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소위 철학이 를 찾아서 존재의 의의를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논한다. 하지만 철학을 논하기엔 삶이 너무 바쁘고, 머리 아픈 일은 피하고 싶다. 보다 가볍고 쉽게 단어로 역사의 뿌리를 엿보고 읽음으로써 철학이나 생각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에 적합한 책처럼 보인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비즈니스 인문학>은 말 그대로, 비즈니스의 역사와 관련된 단어, 그리고 그 안에서 파생되어온 이야기들을 다룬다.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로 왜 client가 사용되게 되었는지, 바쁨을 뜻하는 busy가 어떤 사회를 거쳐 business라는 단어를 만들었는지 등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과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분명하게 흥미로웠던 단어의 기원들이, 내가 원래 단어가 생성된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쓰고 있던 것들이 있었고 적음으로써 기억에 다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 책의 세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한 단어의 기원과 내용들을 설명하고 마무리를 지으며 다음 단어의 설명으로 마치 폭포수가 흐르듯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지식서적들이나 인문학책이 뜬금 없는 맥락으로 진행되어 읽기 어려운 부분들이 간혹 나오곤 하지만, 조승연작가의 인문학 세트는 그런 것이 없이, 마치 우리가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듣곤 했던 편안한 독서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상관없이 심지어 인문학이라고 하면 학을 떼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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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대문 2 : 노장과 병법 편 -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동양철학의 본모습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2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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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대문, 변하지 않는 진리의 지침서

 

노자, 장자, 손자. 모두가 한 번 쯤은 어디에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조금 더 관심있게 동양의 역사를 바라본 사람이면, 유교적 덕목이나, 병법서 혹은 도덕경등의 유명한 책의 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똑같았다. 한 때, 동양철학에 관심을 두고 보기 위해 도덕경을 비롯해 논어등의 책을 읽어 보겠다고 구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얼마못 가 그 책들은 책장에 고스란히 잠들게 되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가독성이 그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문으로 된 기본저서, 이에 대해 어려운 낱말들로 기록된 해석들, 추상적인 표현들. 이런 많은 것들이 섞여서 그랬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의 대문역시 그렇게 책장 속으로 꼽히게 될까 걱정을 했지만, 활짝 연 그 대문에서 나는 과거를 통해 현실은 비추려는 저자의 부던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고전의 대문 2권은 앞서 언급했듯 노자, 장자, 손자에 대한 내용들을 위주로 기재되어 있다. 물론 그들이 써내려간 역사의 일면에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필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리더쉽과 실천을 바라보고 거기서 더 나아가 현실을 비추어 우리에게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어떤 진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 p.38

 

첫 번째 단락에 등장하는 노자의 명언이다. 사실 이전에도 도가도비상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아마 무협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류귀종으로 대변되는 무협의 표현에서는 정,,의 끝은 하나로 통한다는 무공의 이치를 말할 때 도가도비상도를 썼던 것을 종종 기억한다. 책에서 작가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를 다양성의 인정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대해서 앞에 든 얘기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도가도비상도라는 단어를 가지고 수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였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고, 하나의 진리가 옳은 진리가 아니라는 문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견해를 가르고 싸움을 한다. 그 만큼 공부하고 깊게 아는 사람들에게 조차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더욱 정진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을 하라는 지침을 내려준 문장이었다.

 

절성기자, 절인기의, 절교기리, 소사과욕, 견소포박” - p.107

 

노자의 사람을 다스리는 이론은 작중에서 언급 된 현대식 표현을 빌자면 서번트 리더십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섬김의 리더십인데 이는 아랫사람을 존중하여 모두를 이끄는 리더십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 인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의 개성과 표현을 중요시 하자는 이야기이다. 위에 언급된 5가지는 그에 대해 노자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언급한 방법으로, 쉽게 요약하자면. 사익을 추구하고 것 멋에 치중하지 않으며 소박을 추구하고 순박을 보듬고 살라는 이야기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경영학도로써 누차례 들어온 단어이고, 지금에 와서는 보편적으로 리더의 이상향처럼 추구 되는 관점이다. 하지만 노자가 살아왔던 계급체계 기반의 사회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는 순수하게 놀랄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니,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가 채택된 이후로 삶은 더욱 각박해지고, 위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그렇지 못했고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필자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노자를 빗대어 내려오는 가르침을 제시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다.”

 

손자병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손자의 최대 논점이라고 생각하는 위의 문장은 전쟁에서 그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승리에 관한 짧은 요약이다. 적을 파악하고, 승리의 가능성을 산한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내용에서는 그에 관해 장군이 가져야 하는 덕목, 이기기 위한 실용적인 여러 맥락들이 적혀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숨겨라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군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군대라고 하였다. , 승리하는 방법은 나는 적을 알고 적은 나를 모르게 하라는 것이다. 이 맥락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은 숨기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솔직한 것은 일종의 이단처럼 취급된다. 상식적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면 성공을 위해선 분명히 필요한 자세이다. 하지만 승리가 아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숨기는 요즘 사회는 정상인가. 손자의 얘기는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내용의 흐름이나 단어가 어려워서라기 보단, 세 사상가의 방대한 철학의 내용. 거기에 친절한 작가의 해석과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해석까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말을 덧붙인다. 한 번만 읽어서는 어렵지만, 한 번만 읽기에는 아쉬운 책이다. 과거의 틀에 박힌 문장에서 끝나지 않고, 참된 나를 찾고 사회와 엮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작가의 주석이 있기 때문이다.

고전을 그 동안 꺼렸던 이유는 복잡했고,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진리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적기는 쉬워도 실천은 어려우며, 알고 싶어도 애써 외면해오던 참 된 인간으로서 추구해야할 본질이 적혀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우리는 고전을 읽고, 사람으로서의 뿌리를 들여다보며 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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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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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단언컨대, 지금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그의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시작으로 그의 문체에 강렬한 이끌림을 느낀 나는, 세간의 평이 어떠하던 그의 책을 구매하여 읽었고, 머릿속 어딘가에 폴더를 만들어 그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1Q84>이후 7년여의 공백을 깨고 그는 장편 소설을 출간하였다. 당연히 나는 역시 끌림에 의해 <기사단장 죽이기>를 살 수 밖에 없었고, 오늘 두꺼운 책장의 가벼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수 많은 이야기가 얽히고 설킨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헤어진다. 음악과 글이 장면을 만들고, 인물들은 위에서 열정적으로, 때로는 무감정으로 연기한다. 하루키의 책에서 항상 느끼는 점이다. 공통되게 느끼는 것은 딱 하나. “주인공은 어딘가 상실된 인간이라는 점 정도다. <기사단장 죽이기>역시 상식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자신의 주위 환경에도 쉽게 체념한다. 명백히 어딘가 상실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을 빗대는 걸까. 아니면 그 자신의 결핍감이 하나의 인간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주인공은 36세의 미술작가, 엄밀히 말해 초상화를 그리는 남자이다. 그는 6년간의 결혼 생활을 이어온 부인에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 받는다. 주인공은 상심하고 의문은 갖지만 거기서 끝이다. 안에서의 끝없는 질문과 고통은 안에서만 오롯하게 머무른다. 그러다 절친한(책 내용을 따르면 유일한)그의 친구가 유명한 화가인 자신의 아버지에 집에 머무는 것을 허락한다. 그의 아버지는 노환으로 요양병원에 가 있는 상황이다. 그 집에 머무르며 평화를 누리던 주인공은, 우연하게 어떤 그림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이후 그의 세상은 급격하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루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스토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느낌은 바로 이 갑작스러움이다. 딱딱 제대로 맞춰진 시계처럼 돌아가던 주인공이 어떤 물리적, 정신적 원인으로 인하여 무너지고 잃고, 회복한다. 이 플롯은 정말 소설로서 완벽한 구도로 나에게 느껴진다. 일상의 변화, 본인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행하며 벌어지는 내용 전개는 최대치의 설렘과 긴장감을 나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일단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남녀의 관계를 멈추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내가 말했다. 정말로 간단하지 않다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그것은 힌두교 교의에서 말하는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온갖 것을 숙명적으로 짓밟으며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비단 남녀의 관계만 그러할까. 모든 시작을 멈추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거대한 수레바퀴, 그것도 언덕을 구르는 수레바퀴처럼. <기사단장 죽이기>역시 그러하다. 주인공의 시작한 별 것 아닌 것 같은, 아주 사소한 행위도, 눈이 가득 쌓인 가파른 언덕에서 굴리기 시작한 작은 눈처럼 것 잡을 수 없이 불어나 모든 것을 삼킨다.

 

그 그림들은 모조리 폐기했다. 누가 발견할지도 모르고, 그런걸 보관해야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ᄁᆞ. 그래도 한 장쯤은 남겨뒀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정말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해.”

나를 돌아본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때문에 관계를 맺는다. 맺어진 관계는 느슨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강력하게 묶어져 스스로 푸는 것이 고통을 동반한다. 매듭의 단단함은 한 쪽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누군가 강력하게 풀고자 하면 나의 매듭은 금새 풀어지고 말 것이다. 나의 매듭을 떠올린다. 분명, 그렇게 세게 묶었다고 생각했건만, 어느덧 풀린 매듭 사이로 떠난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럴 때마다 느낀다. 과연 그들은 실존했는가. 아니, 매듭은 정말 세게 묶었던걸까. 사진을 찾아본다. 남은 사진이 없다. 기억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를 스쳐 흩어진다. 이 문장에서 조금은 답답하고, 크게는 아련했다.

 

<기사단장 죽이기>의 많은 평가들은 솔직하게 안 좋은 구석이 많다. 쓸 데 없는 스토리가 길다는 의견이나, 표현의 모호함을 짚는 의견이나, 풀리지 않은 많은 실마리들의 미결이나. 난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하루키의 책에도 나와있지 않은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호흡,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간의 현실적이지 않은 대사와 스토리의 진행들. 하루키의 소설을 일종의 환상문학이라고 여기는 나의 입장에선 <기사단장 죽이기>100점만점에 120점을 주어도 모자라다. 문장에 울림이 있다. 그 깊은 울림은 문장을 지나는 순간 아지랑이처럼 흩어진다. 중요한 것은 많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장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타인의 평가와 나의 느낌에 대해서, 그 극렬한 대척의 평가에서. 그래도 나는 이데아와 메타포. 그 두 가지만 있다면, 글쎄, 아무래도 나는 하루키를 결코 미워할 수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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