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전의 대문 2 : 노장과 병법 편 - 잃어버린 참나를 찾는 동양철학의 본모습 ㅣ 고전의 대궐 짓기 프로젝트 2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고전의 대문, 변하지 않는 진리의 지침서
노자, 장자, 손자. 모두가 한 번 쯤은 어디에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조금 더 관심있게 동양의 역사를 바라본 사람이면, 유교적 덕목이나, 병법서 혹은 도덕경등의 유명한 책의 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똑같았다. 한 때, 동양철학에 관심을 두고 보기 위해 도덕경을 비롯해 논어등의 책을 읽어 보겠다고 구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얼마못 가 그 책들은 책장에 고스란히 잠들게 되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가독성’이 그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문으로 된 기본저서, 이에 대해 어려운 낱말들로 기록된 해석들, 추상적인 표현들. 이런 많은 것들이 섞여서 그랬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의 대문”역시 그렇게 책장 속으로 꼽히게 될까 걱정을 했지만, 활짝 연 그 대문에서 나는 과거를 통해 현실은 비추려는 저자의 부던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고전의 대문 2권은 앞서 언급했듯 노자, 장자, 손자에 대한 내용들을 위주로 기재되어 있다. 물론 그들이 써내려간 역사의 일면에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하지만, 필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리더쉽과 실천을 바라보고 거기서 더 나아가 현실을 비추어 우리에게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어떤 진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 p.38
첫 번째 단락에 등장하는 노자의 명언이다. 사실 이전에도 도가도비상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아마 무협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류귀종으로 대변되는 무협의 표현에서는 정正,사私,마魔의 끝은 하나로 통한다는 무공의 이치를 말할 때 도가도비상도를 썼던 것을 종종 기억한다. 책에서 작가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를 다양성의 인정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대해서 앞에 든 얘기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도가도비상도라는 단어를 가지고 수 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견해가 옳다고 주장했다는 이야기였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고, 하나의 진리가 옳은 진리가 아니라는 문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견해를 가르고 싸움을 한다. 그 만큼 공부하고 깊게 아는 사람들에게 조차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더욱 정진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을 하라는 지침을 내려준 문장이었다.
“절성기자, 절인기의, 절교기리, 소사과욕, 견소포박” - p.107
노자의 사람을 다스리는 이론은 작중에서 언급 된 현대식 표현을 빌자면 “서번트 리더십”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섬김의 리더십’인데 이는 아랫사람을 존중하여 모두를 이끄는 리더십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인간의 존중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의 개성과 표현을 중요시 하자는 이야기이다. 위에 언급된 5가지는 그에 대해 노자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으로 언급한 방법으로, 쉽게 요약하자면. 사익을 추구하고 것 멋에 치중하지 않으며 소박을 추구하고 순박을 보듬고 살라는 이야기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경영학도로써 누차례 들어온 단어이고, 지금에 와서는 보편적으로 ‘리더의 이상향’처럼 추구 되는 관점이다. 하지만 노자가 살아왔던 계급체계 기반의 사회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는 순수하게 놀랄만한 요소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니,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가 채택된 이후로 삶은 더욱 각박해지고, 위의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그렇지 못했고 아직도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필자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노자를 빗대어 내려오는 가르침을 제시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승리다.”
손자병법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손자의 최대 논점이라고 생각하는 위의 문장은 전쟁에서 그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승리에 관한 짧은 요약이다. 적을 파악하고, 승리의 가능성을 산算한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내용에서는 그에 관해 장군이 가져야 하는 덕목, 이기기 위한 실용적인 여러 맥락들이 적혀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숨겨라’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군대는 “아무것도 모르는 군대”라고 하였다. 즉, 승리하는 방법은 나는 적을 알고 적은 나를 모르게 하라는 것이다. 이 맥락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은 숨기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솔직한 것은 일종의 이단처럼 취급된다. 상식적으로, 직설적으로 말하면 성공을 위해선 분명히 필요한 자세이다. 하지만 승리가 아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자신을 숨기는 요즘 사회는 정상인가. 손자의 얘기는 여러 생각이 들게 했다.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내용의 흐름이나 단어가 어려워서라기 보단, 세 사상가의 방대한 철학의 내용. 거기에 친절한 작가의 해석과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해석까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말을 덧붙인다. 한 번만 읽어서는 어렵지만, 한 번만 읽기에는 아쉬운 책이다. 과거의 틀에 박힌 문장에서 끝나지 않고, 참된 나를 찾고 사회와 엮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작가의 주석이 있기 때문이다.
고전을 그 동안 꺼렸던 이유는 복잡했고,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진리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적기는 쉬워도 실천은 어려우며, 알고 싶어도 애써 외면해오던 ‘참 된 인간으로서 추구해야할 본질’이 적혀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우리는 고전을 읽고, 사람으로서의 뿌리를 들여다보며 “나”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