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로 보는 언어의 인문학
우리는 살아가며
수 많은 단어들을 사용한다. 언어를 배우고 익혀 실생활에 사용한다. 언어는
아무렇게나 태어나지 않는다. 명확한 이유와 변화를 거쳐 우리의 머릿속에 도착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외우며, 배우고 사용할 뿐이다. 거기에 깃든
념이라던지 역사라던지는 그닥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다.
이에 대해
소위 ‘언어 천재’라고 불리는 조승연씨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단어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이야기를 서술하는
대상에 따라 <이야기 인문학>과 <비즈니스 인문학>으로 나뉘는데, 두 책에 대해 간단하게 리뷰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야기 인문학>은 이야기가 주 서술 관점인 책이다. 역사나 기록에서 있었던 일들을 통해, 단어의 뿌리를 비춰준다. 예를 들면, 'pretty'라는 단어의 경우, 그냥 예쁘다의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의미에서 파생되었다고 작자는 밝힌다. 이렇듯, 단어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야기는 사람을 품고 있고, 그 안에서
단어는 진짜 의미로써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기원을
알고 있는 단어는 무엇인가? 중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어두, 어미를 통해 보는 단어의 기원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품어 탄생하게
된 단어들의 의미 말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에
제대로 단어의 시발점을 알고 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소위 철학이 ‘나’를 찾아서 존재의 의의를 파악하는 학문이라고 논한다. 하지만 철학을 논하기엔
삶이 너무 바쁘고, 머리 아픈 일은 피하고 싶다. 보다 가볍고
쉽게 단어로 역사의 뿌리를 엿보고 읽음으로써 철학이나 생각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에 적합한 책처럼 보인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비즈니스 인문학>은 말 그대로, 비즈니스의 역사와 관련된 단어, 그리고 그 안에서 파생되어온 이야기들을
다룬다.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로 왜 client가 사용되게
되었는지, 바쁨을 뜻하는 busy가 어떤 사회를 거쳐 business라는 단어를 만들었는지 등 역사적 사실과 시대상과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분명하게 흥미로웠던 단어의 기원들이, 내가
원래 단어가 생성된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쓰고 있던 것들이 있었고 적음으로써 기억에 다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 책의 세트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한 단어의 기원과 내용들을 설명하고 마무리를 지으며 다음 단어의 설명으로
마치 폭포수가 흐르듯이 진행되는 것이었다. 지식서적들이나 인문학책이 뜬금 없는 맥락으로 진행되어 읽기
어려운 부분들이 간혹 나오곤 하지만, 조승연작가의 인문학 세트는 그런 것이 없이, 마치 우리가 예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듣곤 했던 편안한 독서환경을 만들어준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상관없이 심지어 인문학이라고 하면 학을 떼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