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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운하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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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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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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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했던 시야가 확장된 기분이다. ​난 나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참 ​멀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말해왔으면서도 ​사실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폭 ​내에서만 ​받아들여왔다는 ​걸 ​직시할 ​때의 ​충격이란. ​소수자 ​속에 ​소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그동안은 ​알지 못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난 ​대체 ​뭘 ​'다 이해한다'라고 ​말해왔던 ​걸까?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카피가 ​무슨 ​뜻인지 ​여실히 느꼈다. ​​소설이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바른 ​욕망'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아직은 ​명확히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과 ​고찰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누구라도 ​'체념'과 '포기'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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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정전
오가와 사토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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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 일본 SF대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등 내로라 하는 상들을 휩쓴 오가와 사토시 작가의 신작 <거짓과 정전>이 출간됐다. 전작 <너의 퀴즈>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고, 일본에서는 '오가와 월드'라는 새로운 작품 세계관을 구축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듯하다 :) 일본 SF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고 싶었는데, 충분히 만족스럽게 완독했다.


<거짓과 정전> 속 단편들은 시간을 테마로 한다. 또한 SF와 역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넓은 의미에서 미스터리도 살짝 맛볼 수 있다. 각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설정은 튀지 않으며 단정하고, 탄탄하며 치밀하단 점에서 평소 이런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호오가 심히 갈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시간과 문>이라는 단편이 제일 인상 깊었다. 다양한 시간축을 떠돌다가 종내엔 하나로 연결 짓는 작가의 스킬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표제작인 <거짓과 정전>도 마찬가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만남을 막고, 공산주의라는 역사를 없애버리고자 하는 미래인이라니.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시공간이 타인에 의해 180도 뒤바뀐다면 어떨까? 내가 현재 갖고 있는 기억이 정말 진실된 사실일까? 만약 역사가 한번 뒤엎어진 것이라면?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마저도 이 단편집이 사고의 확장을 이끌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ㅎㅎ 이 또한 작품의 연장선상인 것 같다. 한 편 한 편이 시리어스하면서도 감각적이고, 문장이 낭비되지 않고 정돈되어 여러 의미로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언어와 음악, 역사, 마술, 그리고 인연에 대한 오가와 사토시의 발상이 무척 신선하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현실의 모습도 드러난다는 점에서 더욱 절묘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 소설이었다. 이렇게 여러 장르와 신선한 설정으로 자신의 취향을 설득력있게 흩뿌리는 작가라니, 과연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SF의 신성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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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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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면 호러고 미스터리면 미스터리일지언데, '호러 미스터리' 장르라고?😮 이론만 따지자면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장르를 성공적으로 혼합한 것으로 유명한 미쓰다 신조 작가의 '모토로이 하야타' 첫 번째 시리즈, <검은 얼굴의 여우>를 감상했다. 500쪽이 훌쩍 넘지만, 검은 여우와 관련된 알쏭달쏭 수수께끼 그리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 등 스릴 넘치는 전개가 술술 읽혀 단숨에 완독한 명작 미스터리다. 


패전 후 일본, 건국대학 출신의 엘리트 청년 모토로이 하야타는 국가 재건에 얕게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 이 시대의 탄광업은 험한 일이면서도 경제와 산업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노동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우연히 만난 아이자토라는 남자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아이자토는 한때 가까운 관계였으나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조선인 정남선에 대해 지나가듯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해준다.


거칠며 신분을 알 수 없는 자들이 대다수인 탄광업에서 대학을 졸업한 미청년이라는 점이 하야타를 괴롭히는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그는 꿋꿋하게 자신의 몫을 다했다. 아무래도 닫힌 세계나 마찬가지이다 보니 탄광에는 여러 미신과 소문이 많았다. 친하게 지내던 난게쓰라는 남자에게서 '검은 여우 가면을 쓴 여자'에 대한 괴담을 듣는다. 여자를 만난 탄광부는 언젠가 실종된다는 얘기와 함께.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인 직원 몇 명이 연쇄적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죽음, 이상하게도 그들의 죽음에는 항상 탄광부들이 신성시하던 '금줄'이 옆에 있었다. 마을에는 검은 여우가 사람들을 죽이며 돌아다니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하야타가 발견한 정남선의 '수기'를 통해 일본의 탄광 산업에 조선인들을 강제로 징용해 무자비하게 핍박했던 일제의 만행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이는 과연 검은 얼굴의 여우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작품의 배경이 일제강점기 및 패전 후 일본인지라, 일본인 작가로서는 심히 부담이 됐을 것만 같은 스토리다. 일본 독자들이 잘 받아들였는지도 의문이고…… 일제강점기 시대 제국주의의 모순과 조선인 차별, 강제징용 등 예민한 소재가 한가득. 일본인으로서는 숨기고 싶은 역사적 사실이었을 텐데 이렇게 소설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줘서 호감 작가가 되었다 ^^ 꼭 이러한 요소뿐만 아니더라도, 앞서 말했듯 호러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돼 무척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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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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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개정판으로 나온 <덧없는 양들의 축연>!!! 개정 표지 너무 이쁘고. 진심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호러소설, 환상소설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묘한 이 미스터리 단편집은 과연 대작가라는 칭호가 걸맞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명저라고 할 만하다. 일본 명문가 아가씨들의 독서모임 '바벨의 모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기담을 한껏 음미해 보시라🤭


내로라 하는 명문가 집안의 기품 넘치고 아리따운 아가씨들과, 상류층 독서 모임과, 이에 어울리지 않는 끔찍하고 불행한 사건 사고들이 즐비한 이 소설집. 지나치게 매력적이다. 모든 작품이 충격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단편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와 네 번째 단편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가 기억에 남는다.


둘 다 주인 아가씨와 충성스러운 고용인 여성의 우정, 사랑, 집착…을 다룬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내가 이런 류의 관계성을 좋아하나 보다. 문득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생각나기도 하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묘사력이 뛰어나서인지 마냥 옛 시절도 그렇다고 현대도 아닌 근대 일본 풍경이 눈앞에 선명히 펼쳐져서, 이러한 시대적 배경도 참 신비한 감성으로 다가온 듯하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은 여성이며 내면에 보기 드문 섬세함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과연 그 사고방식은 평범한 사람으로선 감히 범접하기도 힘든데, 어쩌면 지나치게 특별한 가문에서 엄격한 교육을 가장한 억압적인 행위를 당하며 자랐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기이한 운명의 아가씨들은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이야기는 마치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 듯 기상천외한 형태로 전개된다. 어딘가 모호하고 상징적인 마무리는 어쩐지 잔혹동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각 단편들 모두 만족스러워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완독해 버렸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 하는 아주 우수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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