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인간과 함께 리플리컨트라고 불리는 복제인간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까운 미래. 편하게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리플리컨트를 만들었다가 자의식을 갖게 된 그들의 반란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인류는, 새로운 종류의 (순종적인) 리플리컨트를 만들어 남아 있는 옛 모델들을 제거하고 있다. 이른바 블레이드 러너들이 그 사냥꾼들이다.

     주인공 K는 그런 블레이드 러너 중 하나다. 어느 날 한 리플리컨트를 퇴역’(이라고 쓰고 살해라고 부른다)시키던 중 이상한 증거를 발견한다. 생식이 불가능한 그들에게서 아이가 태어난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 경찰에선 K에게 아이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한편 리플리컨트를 제작한 회사에서는 더 완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 자신이 그 아이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 K.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채로, 이제는 쫓기는 대상이 된 K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더 큰 진실을 발견한다.

 

 

 

2. 감상평 。。。。 。。。

     영화가 무척이나 길다. 대충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 시간. 이 긴 시간 동안 감독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걸까.

 

     영화 속 인간들은 자신들의 삶을 좀 더 쉽게 만들기 위해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만들어 낸다. 그러면 그만큼 인간들의 삶은 더 행복해지고, 세상은 좀 더 밝은 곳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웬걸 영화 속 분위기는 한없이 침울하고 어둡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영화 속 세계의 날씨를 자주 비나 눈이 내리는 곳으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뭐든지 만들어 냈지만, 정작 마주한 것은 디스토피아였던 것.

     단지 날씨만이 아니다. 영화 속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리플리컨트들이 자신들에게 도리어 위협이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두려움을 안고 있다. 일부러 그들을 찾아다니며 살해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속 동료 경찰들이 K를 보며 과장되게 깔보고 무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시는 종종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발달된 기술로 도시는 거대해졌지만, 그 거대한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건 거대한 광고 이미지들, 즉 허상들뿐이다. 가장 기초적인 안정감의 근원인 가정조차,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생각해 보면 그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인간들이 리플리컨트를 만든 배경에는 탐욕이기심이 깔려 있었다. 그들에게 리플리컨트는 그저 착취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들이 자꾸만 리플리컨트를 무시하려고 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런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들이 인간이 아니어야, 마음껏 착취할 수 있으니까.

     철저하게 탐욕 위에 세워진 사회는, 당장에는 이익이 되는 것 같으나 결국 그 구성원들을 타락시키기 마련이다. 타락한 세상의, 타락한 사람들이 누리는 타락한 즐거움. 그 끝 맛이 씁쓸한 것도 당연한 일.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여기에 전편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를 정확히 같은 역할로 다시 등장시킨 수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그 둘을 연결시키기도 하는) 이런 수법은 참 좋다. 물론 다시 등장한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영화를 그만큼 흥미롭게 만들었는지는 미지수지만.

     무엇보다 꽤나 느린 전개가 답답하다. 뭐 그렇게 늘어난 시간이 의미 있는 장면이나 내용으로 채워졌더라면 상관없을 텐데, 이건 뭐 텔레비전 연속극처럼 그냥 늘어진다는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드니...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 있는 가장 강력한 존재가, 사회의 안정을 추구하는 경찰조직이 아니라 복제인간 제작회사라는 점은 주인공이 하고 있는 투쟁의 의미를 좀 불분명하게 만든다. 사실 제도권에 대항하는 반란자라는 쪽이 훨씬 선명했을 텐데, 거의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니안더 월레스라는 캐릭터와 주인공은 정확히 반대되는 가치를 지향하는 게 아니었던지라 뭔가 좀 불분명해졌다.

 

     워낙에 길고, 여러 떡밥들이 던져졌던지라(일부는 충분히 회수가 되지 않은 것 같기도), 보고 싶은 대로 다양한 생각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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