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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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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미학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그리고 그 단순함을 위해서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를 해야만 한다. 그 단순함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선시에 대한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단순함은 고요함을, 고요함은 평안함을, 평안함은 무엇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가져온다. 모든 것을 다 비워버린 깊은 기쁨을 한 선시는 이렇게 표현했다. (352쪽)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 바닥까지 꿰뚫어도

물에는 아무 자국이 없네

물에 아무리 자국을 남겨도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우리가 최근에 자주 말하는 '힐링'이 바로 선가에서 말하는 그 고요함이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단순함'을 설명하기 위해서 버리고 세우고 지키는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 참고 자료와 인용된 내용에 놀라면서 저자가 이 책을 적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창업 문화에 대한 비교였다. '실패'를 하는 것이 도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부산물로 여기고 그것을 훈장과도 같이 여기는 미국의 창업 문화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창업을 한다는 것은 수 십 억의 빚을 생산할지도 모르고 그것을 떠안게 될 다른 가족에 대한 위험부담이라는 요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패해도 그것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미국의 가치관이 정말 부러웠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높은 편인데, 이러한 미국의 가치관을 우리도 넓은 마음으로 인정하게 된다면 성적이나 다른 이유로 삶을 비관하는 슬픈 소식이 줄어들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실패나 남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 그래서 나, 즉 정체성을 세우지 못하는 이유, 다시 말해 단순해지지 못하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남과 비교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내가 부족해 보인다. 지지 않으려는 마음에 이것저것 내세우니 절제는 더욱 어렵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따라쟁이'가 된다. (203쪽)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들이 많았다. 나 또한 남과 전혀 비교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답할 수 없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게 남을 의식하는 나 자신을 나로서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어리석은 자신을 나무라 보지만 소용이 없기도 하다. 이런 게 바로 자신을 수양하고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이에 대해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용기를 끌어모아 자신의 길을 갈 때 그 결과가 항상 산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난관에 부닥치고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포기한다면 나중에 너무나 많은 날을 후회에 몸부림치며 살 수 있다고 윈프리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지 않고 살았더라면 과연 내 삶은 어땠을까?'라고 말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192쪽)

이 책에서 대전에 있는 '선병원'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대전에서 900병상이 있는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실력은 서울 일류 병원에 뒤지지 않는 병원이라고 한다. 이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의 평가에서 430개 기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암수술 잘하는 병원 1등급, 뇌졸중 치료 1등급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이 병원의 실력은 외국인 환자가 많이 찾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증명된다. 이 병원의 원장인 선원장은 환자 각자마다의 취향을 반영하고 환자들을 따라 다니며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병원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이 책의 지적 유희가 즐겁게 느껴졌다. 하나 하나 곱씹고 다시 생각해 볼 말이 많았다. 경영인들이 자신의 실패를 통해서 전해주고 싶은 말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문구들이 많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함'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 우리가 뼈를 깎는 고통과 수행을 통해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인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단순함의 미학을 이해하고 내 삶에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 즉, 문을 발견한 느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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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3 0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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