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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불황 10년을 버텨내기 위한 우리의 선택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유행시킨 우석훈의 새 책이다. 이번 책도 우울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가 <88만원 세대>를 쓴 것은 2007년이었다. 그리고 벌써 7년의 세월이 흘렀다. 88만원 세대는 조금 더 나아졌을까? 지금 세대는 7년 전의 세대를 부러워할 것 같다. 어쨌든 88만원 세대는 그나마 정규직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아무리 좋은 일을 갖다 붙여도 시간제, 선택제 등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더 이상 없고 비정규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더 많이 일하고 싶어도 단순한 일밖에 할 수 없고, 비정규직으로서 열심히 일해봤자 그만한 대우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더 이상 명목상으로 있던 정년조차도 없이 매번 다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이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불황 10년...... 그 이후에는 불황을 탈출해서 나라 경제가 튼튼해지고 우리의 삶도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이었다. 하지만 불황 10년보다 더 생각하기 싫은 것은 그 10년 후에 우리가 더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힘들어지고 더욱 절망하고 아파하며 아무런 희망도 없는 사회 속에서 버둥거리다 자살을 하게 되는 극단적 상황에 몰리는 것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작자도 지금은 그저 현재 상황을 버티고 버티며 방어를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었다. 지금 현재는 비싼 값의 집을 사서 하우스푸어로 사느니 앞으로 부동산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월세로 사는 게 오히려 낫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리고 전세난의 대안으로 땅콩집과 코하우징 같은 방법을 제안하고 있었다. 땅콩집은 전에 책을 본 적이 있어서 그 내용이 새로웠다. 친한 친구와 돈을 모아 집을 짓고 함께 살면 좋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불편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친구랑 산 것을 후회하고 더 멀어지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은 신중해야 할 문제 같았다. 그리고 코하우징 같은 제도는 그런 곳이 있다면 나도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하우징은 다세대 주택 같은 곳인데 조금은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었다. 현재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런 형태도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의 예를 들어 그들의 20, 30대가 오히려 저축률이 높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 또한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 국가는 가난하지만 일본 국민 개개인은 부자인 나라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소비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계속 대출을 많이 하게 된다면 국가도 가난하고 국민 개개인도 가난한 나라가 되어서 결국 다른 나라들 처럼 대규모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를 했다. 그래서 수익률이 아무리 좋은 금융 상품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원금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면 조금은 적더라도 실제 돈을 차근차근 모아나가는 것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라고도 했다. 요새는 경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어디에 투자해도 원금까지 잃을 위험이 큰 것이다. 그래서 재테크 책에 자주 나오던 말, 소비를 불편하게 만들고 저축을 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창업에 성공한 벤처 기업을 몇 군데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제법 흥미로운 곳이 많았다. 전에 케이블 TV에서 우석훈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런 인터뷰 중에서 인상깊게 남은 몇 군데를 소개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다. 그런 벤처 기업들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특히, 농촌 펀드로 소개한 '맨땅에 펀드'는 다음에 나도 가입해 보고 싶었다. 이 펀드는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받고 유기농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걸 계속 보여주며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 다른 기업으로 굽네치킨은 아이를 낳으면 일시불로 1000만원을 주고 매달 4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한다고 한다. 셋째 아이를 낳으면 일시불로 2000만원을 준다고 하니 생각보다 좋은 기업들이 우리나라에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어느새 우리나라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사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상생하는 기업 마인드를 가진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나는 기업 문화가 만들어져서 일이 재미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에 부풀어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에 대해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 열성적으로 성토하고 있었다.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이었다. 그가 얼마나 화가 나 있고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글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나도 저자의 생각에 많이 공감을 했다.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아직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이 얼마나 희생되고 고통을 받고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껏 뛰어놀 시기인 초등학생이 학교 성적을 고민하며 자살을 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조금 더 공부를 잘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아이들은 불행해 진다는 생각을 부모님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미래의 알 수 없는 행복을 위해 현재를 모두 희생하라고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행복하지 않는데, 과연 미래에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저자는 아빠가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그보다는 먼저 부모님의 의식 구조, 즉 가치관이 바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옆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바뀌기는 힘든 부분이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에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우리는 정치가 실패한 나라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정치는 더 이상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과 권력층, 즉 상류층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정치에 기대지 말고 우리 각자가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저자의 말에 절실히 공감하며 불황 10년을 견디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서둘러 해보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모자라는 은유로 불황을 설명하자면, 자기 머리 위레 모자를 좀 더 얹으려고 하다가 딱 하나 있는 모자마저 빼앗기게 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모자 빼앗기가 아니라 모자 지키기의 시간, 그게 10년간 계속될 것이다. 아빠든, 엄마든 혹은 혼자 사는 솔로이든, 모자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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