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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치 있는 정보의 판별과 분석

 

 

이 책에서 전문가의 예측은 고슴도치보다는 여우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였다. ‘고슴도치와 여우’이사야 벌린이 러시아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에 대해 쓴 에세이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따온 표현이다. 벌린은 이 제목을 그리스 시인 아르킬로코스가 쓴 ‘여우는 사소한 것을 많이 알지만 고슴도치는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안다’라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을 하나 알고 있는 것보다는 사소한 것들을 많이 알고서 그것에서 자료를 분석해 내는 것이 더 신뢰롭고 가치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고슴도치거창한 생각 즉 세상에 대한 지배적 원칙, 물리학 법칙이자 사회의 모든 상호작용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거대한 원칙을 믿으며, 긴장하고 성급하며 경쟁적인 ‘A형 행동양식’ 유형에 속한다. 칼 마르크스와 계급투쟁,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무의식, 말콤 글래드웰과 티핑 포인트를 생각하면 된다.

 

여우는 이에 비해 수없이 사소한 생각들을 믿으며 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관심이 사방팔방으로 뻗치는 산만하기 짝이 없는 유형이다. 여우는 뉘앙스의 차이, 불확실성, 복잡성, 대치되는 의견 등에 좀 더 관대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슴도치가 언제나 큰 녀석을 노리는 사냥꾼이라고 한다면, 여우는 무언가를 부지런히 줍고 다니는 채집자다.

 

여기서 여우와 고슴도치의 태도를 비교해 보면, 고슴도치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대범하게 생각하고, 고집스럽게 생각하고, 질서정연한 것을 생각하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이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고슴도치는 더 못한 예측자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여우는 여러 분야에 걸쳐서 생각하고, 자기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복잡성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서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경험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여우는 더 나은 예측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혁신가는 전형적으로 매우 크게 생각하고 매우 작게 생각한다. 새로운 발상은 때로 문제의 가장 미세하고 구체적인 데서, 즉 보통 사람들은 귀찮아서 피하려 드는 데서 비롯한다. 또 ‘왜 세상은 지금 이 모양으로 되어 있을까? 현재의 지배적 패러다임을 대체할 대안은 없을까?’ 같은 가장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생각을 할 때 새로운 발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람들이 대부분 안주하려 드는 편안하고 따뜻한 곳에서 새로운 발상이 나타나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적절한 공간에서 새로운 발상과 정보를 좀 더 자주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도구와 습관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그 발상과 정보를 일단 포착하고 나면 이를 ‘승리 또는 패배’로 이끌어줄 기량을 연마하는 일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170쪽)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즉 야구 선수 연봉과 시합 결과, 허리케인, 지진, 전염병(신종플루부터 에이즈까지), 체스, 포커, 주식, 지구온난화, 테러 등 다양한 사례에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중요성을 제시해 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특히, 허리케인이나 지진, 전염병, 지구온난화, 테러 등의 재앙은 우리의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재앙이 발생할 때, 우리는 그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는다. 주변에서 목격하는 혼돈을 설명하고 세상을 다시 정연한 질서 아래 묶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복잡한 과정들은 충분히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질서와 아름다움을 낳는다. 필자는 이 책에서 전자공학에서 나온 신호와 소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공학자들이 인식하는 소음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백색소음은 종 모양의 곡선을 따르는 무작위 분포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넓은 주파수 범위에서 거의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갖는 특정한 청각 패턴을 보이지 않는 소음이다. 적색소음은 복잡한 체계와 연관된 것으로 브라운의 소음으로 계곡의 물소리처럼 한결 부드럽게 들리는 소음이다. 이러한 소음 속에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적절한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자료가 엄청난 소음으로 물들어 있는 경제 분야에서는 통계적 추론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 중에서도 주식 시장은 사소한 소문으로도 주가가 변동할 가능서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소문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기 때문에 그러한 소음 공해에 더욱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제 예측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유명한 경제 전문가의 예측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평균적 예측이나 총합적 예측에 눈을 돌려야 한다.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평균적인 예측은 전문가보다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전에 소의 무게를 맞추는 실험에서의 결과에서도 나타난 사실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체스의 최고라고 할 수 있었던 카스파로프와 슈퍼 컴퓨터인 딥 불루의 대결이었다. 그들의 대결을 예전에 얼핏 신문 기사로 본적은 있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몇 년 동안 몇 십 번에 걸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사실은 몰랐기 때문에 그들의 대결이 재미있었다. 이러한 슈퍼 컴퓨터의 버그가 결국 카스파로프의 판단 착오를 일으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는 사실이 더욱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이것이 얼마나 정보 분석과 해석이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예측의 좀 더 폭넓은 문맥에서 볼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어떤 모델이 예상하지 못했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를 내놓을 경우는 버그로 판단하는 게 대체로 옳다는 것이다. 소음을 신호로 착각하기는 너무도 쉽다. 버그는 뛰어난 예측가들이 힘들여 구축한 성과도 손쉽게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책 속의 주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듯 했다.

 

우리의 사회는 너무 많은 자료가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자료 속에서 내게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그 정보를 올바르게 분석하고 해석해 내는 것이 현대 사회의 험난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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