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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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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의 확장된 관계적 의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화폐'의 의미는 '교환의 매개 수단이며, 가치의 저장 수단이며, 일방적 지불(지급 결제) 수단이며, 가치 척도(계산 단위)'이다.(9쪽)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잉햄은 이것이 잘못된 고정관념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1부에서는 화폐에 대한 개념과 이론을, 2부에서는 화폐에 대한 역사와 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제프리 잉햄은 오늘날까지 버티고 있는 정통 경제 이론인 화폐수량설, 상품화폐론 등을 분석적으로 비판한다. 그리고 화폐의 추상적 가치에 대한 접근을 조금이나마 시도하고 있는 독일 역사학파의 국정화폐론, 케인스, 포스트케인스주의 이론, 현대의 신증표화폐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제프리 잉햄은 화폐에 대해 사회학과 연계되지 못하고 경제학에서만 분석을 시도하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제학의 측면에서만 화폐를 다뤄 왔기 때문에 화폐의 의미가 교환의 매개, 가치 저장, 결제, 계산 단위 등으로서만 분석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2부에서 화폐의 역사적 기원과 형태, 자본주의적 신용화폐의 발전을 다루면서 20세기 후반에 발생한 통화 무질서의 사례를 들면서 새로운 화폐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긴 것과 유럽의 단일 통화이다. 

'시장과 상품 교환이 화폐를 만든 것이 아니라 화폐가 시장 및 상품 교환을 만들어 낸 것이라는 정반대의 발상 전환'(429쪽)을 이루고 있다고 이 책의 옮긴이인 홍기빈은 밝히고 있다. 홍기빈은 이 책의 중요한 의의를 '화폐의 본성은 사회적 관계요, 화폐의 현실적 작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여러 사회 세력들의 갈등과 협력이라는 지극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과정을 중심적으로 보아야 한다'(435쪽)는 점을 들고 있다.  

옮긴이가 이 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정성들여 번역을 하고 있는 점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중요한 부분이나 핵심적인 단어마다 옮긴이는 강조를 하기 위해 굵은 글씨를 해 놓았고 어려운 경제 용어에 대해서는 친절한 배경 지식과 번역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첨부해 놓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옮긴이의 말'도 번역한 사람의 단순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 대한 학문적인 접근으로 분석을 시도하고 있어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옮긴이의 관심과 정성은 '상품, 화폐, 자본 세 범주 각각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의 방식을 담고 있는 저작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성공적인 것들이라고 생각되는 책들을 3부작으로 번역해 보겠다는 시도'로 나타난다. 그 첫 번째는 '상품이라는 범주를 마르크스와는 다른 틀에서 설명하고 그것이 지구적 자본주의의 전체와 역사의 역동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거시적으로 설명한 책'인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적 경제적 기원>이다. 두 번째는 '화폐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를 담은 책'인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이다. 세 번째는 '자본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적 이론을 담은 책'인 닛잔과 비클러의 <권력으로서의 자본: 질서와 창서에 대한 연구>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세 권의 책을 읽고 홍기빈의 바람처럼 상품, 화폐, 자본의 세 범주에 대한 대안적인 이해 방식에 조금이나마 접근해 보고 싶다.

옮긴이의 친절한 번역으로 이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나 또한 화폐에 대한 정통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고정관념 그 이상을 생각해 내지 못 했기 때문에 제프리 잉햄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지적인 재미를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옮긴이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의 한계가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 책의 저자인 제프리 잉햄도 논의를 종결하자고 또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그것은 화폐의 본성을 정통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중립적이고 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로서 형성되는 추상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 내며 딱 들어맞는 예를 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념적인 이론으로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이론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실례의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이론적인 논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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