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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읽는 9가지 시선 - 형태로 이해하는 문화와 예술의 본질
한명식 지음 / 청아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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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접근하는 다양한 통로 

역사, 철학, 과학과 같은 학문을 포함한 문명의 모든 요소들은 결국 자연이라는 큰 알레고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이 만들어 낸 어떠한 심오하고 문명적인 요소들도 결국은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래서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공포로부터 예술이 탄생했다. 예술이 생물학적으로 진화한 인간 본성의 한 부분이라는 것, 예술이 정상적이어야 하고, 자연적이어야 하고, 필연적이어야 함은 여기에 있다. 

위에 인용된 말은 예술뿐만 아니라 인간의 문명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이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관계되어있다는 점을 한 마디로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진중권의 미학 관련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속에서도 진중권의 책을 인용하기도 했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그만큼 역사, 철학, 과학 등의 여러 분야의 지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작가 본인의 나름대로의 논지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진중권은 미술 회화 관련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지만 한명식은 그림 외에도 조각, 진화, 모나드, 디자인, 조형 등으로 예술을 더 세부적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곳은 <디자인> 부분으로 '예술의 전락인가, 예술의 대중화인가' 라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었다. 재미있다고 느낀 이유는 산업과 미술의 만남에서 '추상'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새롭게 해석해 내고 있다는 말은 조금 잘못이 있을지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추상'의 의미가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였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시대에 방직물 등의 물품을 대량 생산하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 장인들이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만든 물건들과는 다르게 질이 떨어졌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술을 끌어들이기로 함으로써 현대적인 의미의 '디자인' 개념이 발달하게 되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미술 디자인을 물건에 적용한 방법에 있었다. 그 전의 장인의 방식대로 하나의 물건에 많은 정성을 쏟을 수 없으므로 많은 사람의 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형태를 단순화, 더 상위의 개념으로 '추상화' 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미나 국화처럼 종류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꽃'이라는 것만 알 정도로 형태를 단순화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미적으로 완성되는 것은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상상했을 때 이뤄진다. 한 마디로 산업혁명 시대의 '추상'의 의미는 물건을 될 수 있으면 일반적인 형태로 단순화 하고 소비자가 그 단순한 모습에 덧붙여 자신이 원하는 형태를 상상해 넣는 것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에 미술이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산업에 종속되는 관계를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 이후로 '바우하우스'에서 내세운 여러 디자인 혁명들이 현대 디자인의 모든 영역에 '실용'이라는 바탕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친 것도 알 수 있었다. 

일곱 번째 시선의 <미술> 영역을 보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인상주의까지 서양의 미술사를 간결하면서도 한 번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부분이 정말로 좋았다. 이집트 미술이 그리스에 어떤 영향을 주고 그리스나 로마 미술이 이집트 미술을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시켰는지 말하고 있다. 전에 신간서평단에서 읽게 된 미술론보다는 원인과 결과를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서양에서는 이상적인 미를 상징하는 고전과 그게 아닌 것과의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특히,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을 구체적으로 구분해 놓은 부분은 그 미술사가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반가웠다. 그리고 이 다음에 나오는 미술이라는 형태를 완전히 뒤집은 장르라고 하는 '인상주의'에 대한 설명은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인상주의 이후에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지나면서 예술 분야에서는 그 전처럼 어떤 커다란 흐름을 찾기 힘들었던 이유를 인상주의와 관련해서 설명하고 있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다소 생뚱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영역도 있었다. <모나드>라고 하는 영역으로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실체를 찾아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형태인 원자나 모나드에 대한 개념을 얘기하는 부분이었지만 읽으면서 도대체 이게 '예술' 자체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그 영역이 이 책에서 흥미를 떨어뜨리게 하는 부분이라 아쉬움도 들었다.

조금은 이상한 영역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대체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접근 방식들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서 작자의 철학, 미술, 과학 등의 다양한 사고 영역을 넘나드는 지적 유희가 재미있게 펼쳐지고 있는 책이라 말할 수 있었다. 책도 쉬운 말로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쓰여 있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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