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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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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누구나 수학여행으로 경주나 여러 박물관을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에도 누구의 무덤이나 어떤 탑이나 건축물, 유물 등을 봐도 그저 무심하고 담담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로 세계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 보면 첨성대는 그냥 서 있는 게 아니고 불상의 옷 자락 하나도 그냥 흘러내리고 있는 게 아니고 손가락 하나도 아무렇게나 놓인 게 아닌 걸 아는데, 왜 그때에는 몰랐을까.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그때는 아무런 마음도 들지 않았을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뛰어난 예술품을 감상한 뒤 받은 흥분에서 생기는 현상으로 '스탕달 신드롬'이 있다. 예전에 미술관에서 고흐의 미술 작품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뛴 적이 있다. 그것은 그냥 사진이나 도판으로 봤을 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직접 작품을 마주 대하고 캔버스에 두껍게 덧칠 된 붓질 자국이 선명한 걸 보자 그제야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이다. 여기 있는 게 '진짜' 작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흥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작품에 대한 '흥분'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것일까? 그게 고흐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내가 평소에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런 감정의 동요가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일례로 보면 클림트도 좋아해서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갔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 내 마음속의 감정을 느낄 사이가 없었다.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는 그 당시 내 마음의 감정 상태도 중요한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에 예술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일 것이다. 여기서 '좋아하는 마음'은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드는 걸 말하는데, 어떤 대상을 보다보면 항상 새롭고 친근해서 '정'이 드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 책은 '평소에' 한국 예술 작품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준다. 할머니가 손자를 무릎에 눕히고 가만가만히 해주던 옛날 얘기처럼. 여기에다 여러 유물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도판까지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많이 소외되었던 가야와 발해의 유물을 얘기하고 있는 점도 좋았다. 단지 도굴당하거나 다른 나라 땅이 돼서 유물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 그만큼 연구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각 장마다 우리가 일본에 어떤 영향을 주어 어떤 문화가 꽃 피우게 되었는지 간략하게 다루고 있는 점도 의의 있었다. 우리가 중국이나 다른 먼 나라에서 영향을 받고 더 높은 수준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듯이 그러한 영향 관계를 나름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여기서 좋았던 점은 책 뒤에 불교와 관련된 부록이 짧게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불교에서 여러 보살의 의미와 불상의 수인에 대한 상징성에 대한 내용까지 간단하게 나와 있는데, 삼국시대의 여러 불상의 모습과 비교해서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저자가 하나의 장에 백제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점이 반가웠다. 고구려다운 웅장한 기상도 멋지고 신라의 화려한 금속공예도 멋지기는 하지만, 유물이 많이 없는 우아한 백제의 문화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고분이 쉽게 도굴당하기는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백제금동대향로'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 작은 뚜껑에 얼마나 많은 조각이 있고 그 뒤에 숨은 곳에는 구멍이 몇 개나 뚫려 있다니, 오늘날의 기술로도 재현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닐 것 같았다. 그 당시 백제의 예술 수준과 기술이 얼마나 차원이 높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한국 미술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웠다. 내 몸에도 그들의 미의식이 조금이나마 담겨있기를 염원했다... 신나고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다고 술렁술렁 책장이 넘어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기서 나온 유물들을 직접 마주 대할 날이 왔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고려와 조선 시대의 유물에 대한 내용도 기대가 되었다. 

(윽, 아프다... 열심히 쓴 게 한 순간에 날아가 버려 다시 쓰는 건 역시나 맥이 풀린다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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