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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드라큘라에 관한 수많은 버전의 이야기들로 인해 친숙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직접 읽어보니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제작했던 1992년 영화 <드라큘라>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 충실하게 제작된 영화이지만, 드라큘라 백작과 첫사랑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지 않으며, 런던에서 미나와 드라큘라 백작과의 만남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관객의 영화에 대한 흥미 유발을 위해 주요 등장인물간의 관계와 갈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였다보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는 원작 소설의 핵심적인 사건들이 잘 구현되었음을 소설을 읽음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드라큘라 역의 게리 올드만, 미나 머레이역의 위노라 라이더, 조나단 하커역의 키아누 리브스, 반 헬싱 교수 역의 안소니 홉킨스 등이 보여주었던 연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원작 소설이 존재하는 여러 버전의 영화나 연극, 뮤지컬 등은 역시 원작 소설을 꼭 읽어봐야 함을 소설 <드라큘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 <드라큘라>는 날짜별로 주요 등장인물들의 일기 혹은 기록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기록한 인물들의 심리적인 상태를 알게 해준다. 소설 초반에는 화자가 한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여서 이야기의 흐름이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등장 인물들간의 연결된 관계를 통해 한자리에 모여지게 되는 장면을 통해 그 동안의 흐름이 이해가 되었다. 1897년에 이 책을 쓴 브램 스토커의 흥미진진한 전개방식에 대한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는 기독교적 가치관, 과학적 사고와 함께 흡혈귀에 대한 미신 등이 뒤섞여 등장하는데, 책의 맨 뒤에 실린 역자의 소개를 통해 소설이 쓰여진 19세기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당시 영국의 남성관과 여성관도 엿볼 수 있다. 여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당연하며,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하려는 의지는 당시 상류층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신사관 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니었다 싶다. 여주인공 미나를 남성의 두뇌와 여성의 심장을 지닌 여성으로 칭찬하는 장면을 통해 이상적인 여성관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2가지가 있다면 첫째는 정보를 얻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하나같이 목이 말라했다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의 목을 축이게 해주기 위해 약간의 댓가를 지불한 이야기는 당시의 비공식적인 관행이 어떠했는가를 유추해볼 수 있는 것 같다. 또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책의 110쪽에 등장하는 아서 홈우드와 퀸시 모리스가 Korea에서 잭 수어드를 만나 사귀었다는 장면이다. 19세기 말의 영국에 한국이 알려져 있었고, 저자 브램 스토커도 알고 있었고 소설에 그 지명을 넣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드라큘라>를 읽고나니 1992년 영화 <드라큘라>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얼마 전에 브로드웨이 버전의 뮤지컬 <드라큘라>가 한국에서 초연을 시작했다고 하니 이것도 챙겨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원작소설을 읽고 영화와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재구성되어 재탄생되었는지 비교하는 즐거움을 만끽해봐야겠다.
<드라큘라에 대한 묘사>
<퀸시 모리스, 아서 홈우드, 잭 스위드가 조선에서 만나서 알게 되었다는 구절이 등장>
<반 헬싱 교수의 등장>
<믿음이란, 우리가 사실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 것을 믿게 하는 능력이라는 반 헬싱 교수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