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역사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강성률 / 살림터
제목보다는 부제를 봐야 책에 대해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 한국영화로 탐험하는 근현대사. 저자가 상정한 이 책의 목표는 한국의 근현대사를, 영화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애초에 책이 가고자 하는 길을 굉장히 명확히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딱딱한 느낌도 든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를 제시한다. 의미 있는 시도이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어오면서 영화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화는 한국이 자발적으로 들여온 것이 아니었고, 따라서 일본과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 된 한국영화의 초기 모습은 매우 암울했다. 단순히 선전용으로 혹은 치정과 신파로만 뒤덮였던 한국영화가, 칸느 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인정받는 현재의 수준까지 이른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1장에서 한국영화사를 한국의 근현대사와 적절히 아울러 요약한 것을 읽으며, 현재 한국영화의 행보에 감탄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 초창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갖지 않았는지를 반성하며 생각보다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이 꽤 기대할 만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의 흐름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아니, 전혀 예상치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2장부터 마지막 6장까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저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테마들, 군부독재, 분단, 일제강점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들을 모아 '소개'한다. 작은따옴표 안의 단어가 이 책이 큰 실망을 안겨준 이유다. 단순히 관련성이 있는 영화들을 모아 놓는 것, 이것은 의지만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저자는 영화에 대해선 꽤 전문가이므로 보통 사람들보단 나은 점이 있겠다. 하지만 이 책에 있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론 또한 그리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근현대사와의 연계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의식이 지나쳐서인지 평론 자체도 질적으로 매우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편적인 비판 혹은 찬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차라리 여러 영화끼리의 비교를 통한 분석이라도 세밀하게 파고들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영화를 수단으로 삼아 근현대사를 조망할만큼 저자가 근현대사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다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저자가 갖고 있는 역사관 또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문장들을 통해 볼 때 일관되게 드러난다) 독자가 알게 모르게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분명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보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잘 알 수 없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일관되게도 책의 마지막까지 계속된다.
한국영화와 근현대사의 접목이 신선한 시도라는 것과 나름의 새로운 문제의식을 촉발했다는 측면에서는 책의 의의를 찾아볼 수는 있겠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너무나 많은 한계점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쉽고 편하게 이해하도록 하느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독자들의 수준을 과도하게 저평가한 또 다른 새로운 책임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