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홍준 / 눌와  


책을 받아드는 순간, 두텁고, 묵직한 책의 질량감이 느껴지면서 '아, 미술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책이나 도록에만 주로 쓰이는 특유의 맨질맨질한 종이 질감이란. 슥 훑어 보기만 해도 사진과 글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왠지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이상한 부담감도 느껴졌다. 어느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리상자 속의 오래된 유물들을 차례로 마주하다가, 예의 미술관용 길쭉한 가죽 의자에 엉거주춤- 앉아서 두리번 거릴 때 옆에 놓여 있을 것 같은, 그런 책을 너는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낸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당당히 대답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어떤 미술 책이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한해서만큼은 불필요한 부분까지도 꼼꼼히 보고 넘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은 과감히 스킵하고 넘어가는 작품편력(?)을 자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작품집의 경우에도 그러한데, 하물며 미술사 책의 경우에는....... 부끄럽지만 제대로 보고 넘어갔다고 자신할 만한 책이 없다. 특히 서양 미술사에는 어마어마하게 세부적인 유파들과 작가들과 작품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그 주제가 인상주의, 낭만주의 등에 한정되어 있다고 해도, 책의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전부 다에 눈도장을 찍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난 지금, 좀 달라졌다. 아무래도 자국의 미술사라는 데에 유리한 점이 있었던 것일까? 음,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나는 자기나 장신구보다는 회화랑 고분이랑 건축물을 더 좋아하고, 미술사를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각 장 앞부분에 서술해 놓은 한국사 파트에서는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이 책의 흡입력은 독자가 왜?라고 질문할 수 있을 법한 부분을 선수쳐서 미리 그 답을 상세히 서술한 데에 있는 것 같다. 어찌보면 너무 미세한 디테일일 수도 있지만, 여태 읽었던 대부분의 책에서는 이만큼 신경쓴 흔적을 보기는 어려웠다. 대놓고 우리나라의 유물들이 최고라며 빵빵 소리치기 보다는 사근사근 유물들의 미학적인 측면을 묘사하며 잘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말하는가 하면, 여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역사적 맥락에서의 의미를 전해주거나, 학계에서 논란이 있는 부분은 학설들을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동시에 전체적인 흐름도 놓치지 않고 있고, 사진 자료도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배치되어 있다.
  
아무래도 미술사 또한 역사의 한 갈래이므로, 취향에 따라서 이 책이 본인에게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책보다는 한국미술에 대해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저자가 서문에 밝혀놓은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의의를 읽으며 '한국미술사를 서술한 책'에 관한 금쪽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한국인이라면 기본적인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고 한국미술사의 상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다들 책을 통해서 이 부분만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국사 공부를 꽤 깊게 했었던 점(한국사능력시험도 2급까지 땄었지...물론 지금 그 지식이 온전하다고 볼 순 없다. 하하), 더 정확하게는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유물 사진을 보며 이름을 매치하고 외우는 작업을 했던 게 머릿 속에 희미하게나마 남아 책 읽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아무래도 이 책은 한국미술사 통사로서 집필되기 시작했으니, 고등학교 교과서보다는 자세한 것이 당연하니까. 기존의 지식을 좀 더 풍부히 하는 느낌이라서 빠진 퍼즐 맞추듯이 읽어나갔다. 막 수능을 끝낸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엄청난 교양을 갖출 수 있을테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라딘신간평가단 2010-11-2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heartbeatin님. :)
리뷰를 페이퍼로 작성해 주셨네요.

이후로는 '마이리뷰' 메뉴에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성실한 리뷰 고맙습니다.

heartbeatin 2010-11-28 00:40   좋아요 0 | URL
글 올릴 당시 오류가 나서 일단 페이퍼로 올렸었습니다!
리뷰로 수정해서 올리려고 했는데 옮겨지지가 않네요 ㅠㅠ
담부터꼭 리뷰로 올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