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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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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주제에 <하루키 잡문집>이 출간됐다는 사실을 친구가 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눈길을 사로잡는 강렬한 주황색에 '우화집'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 귀여운 토끼와 쥐 그림. 꼭 하루키가 아니었더라도 책을 집어들게 했을 만큼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그의 글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음악, 음식, 마라톤, 고양이, 번역... 바로 이러한 것들, 하루키가 평생을 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말해왔던 것들을 보다 자세히 풀어놓은 책, 소설이나 에세이에서 못다 한 말들을 꺼내놓기 위해 만든 책이 이 <잡문집>이다.

 

내가 하루키 작품을 처음 읽은 게 언제였더라. 아마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빌려본 게 첫 경험 아니었나 싶다. 그를 알게 된 계기와 소설을 알게 된 계기 모두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나 역시 그와 그 책의 명성 때문에 부러 찾아가서 빌려봤던 게 아닌가 짐작된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받은 느낌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노르웨이의 숲>보다 <태엽 감는 새>를 읽고 엄청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은 난다. 세 권짜리 낡은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기가 싫어 끙끙거렸던...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하루키도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다가는 '하루키가 이렇게 늙다니!'라며 혼자 놀라기까지... 그의 글이 식상하고 고리타분해졌다는 게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감각과 문체에 변함이 없어서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는데, 대체 이 늙은이가 무슨 술수를 부리길래 여지껏 이렇듯 젊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감각을 유지하고 있느냐, 그 말이다.

 

이 잡문집은 하루키가 젊었을 때, 30대 때 쓴 글부터 포함돼 있어 내가 그를 알기 이전의 그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가질 수 있다. 그가 그토록 음악에 대해 말하는 이유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며, 그가 글렌 굴드나 짐 모리슨, 바흐 등의 음악과 함께 어떤 추억을 쌓았는지, 재즈가 너무 좋아 하루 종일 재즈를 듣기 위해 시작했다는 재즈 카페를 어떻게 운영하고 꾸려나갔으며 거기에서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도 포함돼 있다. 또,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의 글들을 그가 어떤 생각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게 됐는지, 굵직한 사회 현상과 소소한 삶의 모습들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그걸 어떻게 글로 풀어내게 됐는지도 그는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대단한, 동경의 대상이기만 하던 세계적인 소설가가 수줍은 미소와 어눌한 말투를 지닌 보통 아저씨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는 느낌, 그 몽글몽글하면서도 푸근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 이 책을 읽는 건 즐거웠다.

 

만약 하루키의 팬이 아니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도 없을 테고, 설사 읽는다 해도 그리 재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관심 없는 사람의 사생활 따위 알고 싶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하루키의 팬이라면 소설가로서의 그, 그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그를 엿본다는 사실에 짜릿한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내가 하루키와 친해졌다(심적인 친밀감을 느낀다는 게 아니라 그가 정말 나와 친한 사람이라는)'는 근거 없는 느낌을 가지게 될 만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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