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ubble - 아트버블, 거품이 꺼진 현대미술의 민낯
심상용 지음 / 리슨투더시티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조영남 대작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이후, 온갖 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미술사학자 심상용 교수의 칼럼, “조영남이 무시한 회화의 오래된 진실을 읽고, 이 문제를 현대 미술의 초자본주의적 작동 방식을 통해 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간질간질한 호기심에 이끌려 이 분의 저서들을 뒤지던 중, 집어든 책이 이 책, <아트 버블>이다. 이 책을 읽고 이 희대의 사기극이 미술의 시장화라는 전 지구적 추세와 맞물려 예술품이 주식처럼 평가되고 투기 대상이 되는 국지적 현실 속에서 출현하게 됐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단숨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은 저자의 질문, 분석틀, 분석내용이 미술사 문외한인 나에게 상당히 흥미로웠기 때문. 비판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개념인데, 저자가 제시한 시장근본주의개념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처음부터 현대 미술 영역의 진리 탐구를 위해서는 미술과 시장의 만남 혹은 짝짓기가 아니라, ‘미술의 시장화를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의 창작, 감상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자본제적 수익창출과 교환가치 체계로 수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31). 저자는 시장근본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미술에서 이윤 논리가 도덕적 헤게모니를 차지하여 미술의 모든 것이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질서에 대한 의심이나 도전이 불가능한 현실을 설명한다.

 

신화는 매우 빨리 제조되고, 제조되자마자 즉각적으로 소비되었다. 그것 때문에 피카소가 고민해야 했던, 자신의 미적 정체성이나 노선의 일관성 따위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때로 현대 작가들은 오히려 구설에 휘말리거나 스캔들을 일으키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행동한다.” 164.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미술사에서 시장근본주의가 이식되어 진화해 온 과정을 조명한 부분, 그중에서 아트 스타의 진화를 설명한 내용이다. 책의 7장은 19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 등의 유명 작가들이 미술의 시장화와 공명하며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중 인상적인 내용은 파블로 피카소의 사례에 대한 설명. 작품 자체보다는 작가의 캐릭터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됨으로써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각종 혐오 발언을 일삼던 개그맨들이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현상이 시장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 창출이 지배적 문화논리가 될 때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도덕적 해이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마저 스타의 캐릭터가 되고, 몸값을 올리는 계기가 되는 게 아닐까. 마치 조회 수가 높은 기사가 좋은 기사로 간주되는 인터넷 언론 시장의 현실처럼 말이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했던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황당하고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들 속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 한 가지. 그동안 몰랐던 인재들, 좋은 학자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엄혹한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나 할까, 이런 분들을 통해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무엇이며,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서 이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지혜를 얻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블라인드 전시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아트페어가 눈에 들어왔다. 출신 대학, 전시 횟수, 수상 경력, 현재 직업 등 경력이라는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작품성만을 볼 수 있는 블라인드(Blind), 이화아트페어를 전시 기간 마지막 날 알았던 것. 모든 작품의 규격을 통일하고 26만원 균일가로 팔았던데, 아쉽다. 다음에 이런 기획이 있으면,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