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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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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그 시기에 딱 맞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될 때가 있다. 내게는 이 책이 그러했다. 아직도 2024년 12월 3일에 멈춰 있는 것만 같은 지금에 어울리는 책이었다. 그날을 기준으로 이전에는 대통령이 무엇을 읽고 보는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따로 찾아 본 적도 없다. 그런데 그날 나는 도대체 이 사람은 무엇을 보고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내 머리로는 다시 태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답답했고 그저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더 힘들었다.

제목은 대통령의 독서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직업만 대통령이 아닐 뿐 다 각자의 세계가 있으니까. 그 세계가 만들어지는 데에 책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말하고 있는 거니까.

예전에는 책을 단순히 '멋'으로만 여기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한테는 책이 첫 번째 친구이자 가족만큼 소중한 것이다 보니 더 잘 다뤄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라도 책에 관심을 가져 준다는 사실이 좋다. 그 마음이 점차 커져서 나처럼 누군가에게도 어떠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의 세계를 넓히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좋은 책 한 권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쉽고 간편한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지만, 다시 깨닫게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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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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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보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면 아득하기만 하다. 어떻게 그 시간이 다 지나고 지금이 왔을까. 가끔 멍하니 있다 보면 어제가 수험 생활을 하던 때 같고, 시험을 망쳐서 울었던 날 같고, 찍은 문제를 다 맞혀 의외로 점수가 잘 나왔던 날 같다. 매일매일의 기분이 공부에 달려 있었다. 내가 특별하게 공부를 잘했다거나 열심히 해서라기보단 그때 나를 달려 나가게 하는 것이자 동시에 나를 가로막는 게 공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하루 중 가장 오래 머물러 있는 공간인 학교가, 그곳에서의 일이 나를 만들고 바꾸고 멈추게 했다. 집에서 아무리 행복한 일이 있었더라도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날은 망한 날. 집에서 우울해도 학교에서 즐거웠다면 나름 괜찮은 날. 사실은 학교랑 공부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하고 싶었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알아서 찾고 싶었다. 싫을 땐 싫다고 하고 싶었고 좋을 땐 좋다고 하고 싶었다. 만약 누군가 내게 학창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준다고 하면,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내가 이전보다 더욱 '나'다운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아지진 못해도 최소한 그때보다 더 후회하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만약 학창 시절에 돌아가게 해 준다는 제안에 이 짧은 소설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이 현실이 되어 다른 교육 현장 속에서 지낼 수 있다는 조건까지 붙는다면, 다른 환경 속에서의 나라면, 과거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제 와서 내가 보낸 시간을 후회해 봤자 나는 그때가 아닌 지금에 있을 뿐이다. 앞으로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할 순 있어도 과거의 나를 바꿀 순 없다. 갑자기 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거나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이 생겨 정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닌 이상. 어쨌든.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할까? 이미 다 지나갔는데 무슨 소용이냐는 말뿐이어야 할까? 그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지나온 시간을 똑같이 겪을 존재들에게 무관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그 시간을 통과해 온 만큼, 좋은 걸 더 좋게 만들기 어렵다면 적어도 안 좋은 건 덜 안 좋게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게 결국 내가 나를 후회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르는데.

"행복을 뒤로 미루지 마. 지금 행복하고 싶으면 지금 행복해지는 일을 해." (225쪽)

이 대사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거나 수험생의 자세가 아니라거나 단지 소설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거나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행복하고 싶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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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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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가장 궁금했던 이유는 내가 미술과 철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딱 이름만 듣고 보면 막연하게 '어렵다'라는 감상이 드는 두 주제인데, 이 책으로 그 생각이 무너지길 바랐다. 그리고 내 소원처럼 책을 다 읽은 지금의 나는 왜인지 미술과 철학을 좋아한다고 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건 책의 난이도이다. 이 책은 정말 쉽고 재미있다. 여기서 쉽다는 건, 페이지를 빨리 넘길 수 있다기보다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님과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혹은 처음 만났는데도 말이 잘 통해 몇 시간을 카페에 앉아 있을 때의 느낌. 작가님이 풀어주는 이야기들은 자극적이거나 빠르거나 마냥 간단하지 않는데도 재미있었다. 자기 전 할머니가 해 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래서 미술과 철학 그리고 여성에 대해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적어도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읽어 보았으면 한다. 작가님은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주제를 책 속 적절한 위치에 놓아두었다.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꾸준히 상기시켜 준다.

"산다는 것은 동사다. 어딘가에 가만히 놓여 있는 명사가 아니라, 걷고 달리고 고꾸라져 넘어지고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서서 발을 내딛는. 그렇다면 이렇게나 무수한 동사로 이루어진 삶을 사는데 어째서 근육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일까. 딸들에게 울퉁불퉁한 근육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너희는 가만히 명사로 살아가라는 얘기다. 나는 세상의 딸들이 몸을 쓰고 움직이며, 휘두르고 걷어차며, 내뻗고 달려가며, 삶의 희열을 느끼기 바란다. 한껏 최선을 다해 다양한 동사로 살아보기 바란다. " (43쪽)

작가님은 그림을 가지고 설명을 하다가도 넌지시 위와 같은 말을 우리에게 건넨다. 그림에서 시작해 철학으로, 철학에서 다시 문학으로, 문학에서 결국 우리에게로. 이렇게 차근차근 순서대로 이어지는 이야기 끝에 오는 위로에서, 나는 밑줄을 따라 그을 수밖에 없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저절로 미술관에, 전시회에 가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신 이전처럼 감상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태도로. 오래도록 바라보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콩스탕탱 브랑쿠시의 <키스>(1916년)와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 Ⅱ>(1928년)을 같이 보며 나와 너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고 위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작품을 감상한 게 아니라 그저 보기만 했을 뿐이라는 걸 인정하고야 말았다.

책을 나름 빨리 읽는 편인데도 이 책은 평소보다 천천히 읽혔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고 싶은 마음이었던 걸까.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걸까. 책을 마무리하며 작가님은 이야기를 들어주어 감사하다고,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내게는 그 말이 책을 읽고 얻은 에너지로 부지런히 살아서 이 책처럼 내 이야기를 멀리멀리 나아가게 하라는 것처럼 들렸다. 세상 곳곳에 있는 딸들에게 그런 용기를 건네는 책이었다.


#언니네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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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
김창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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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부터 문창과를 준비하고, 대학에서 사 년 동안 문창과를 전공하면서 정말 많은 글을 썼다. 정말 많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따지고 보면 매일 여러 SNS를 사용하면서도 무언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으니 적지 않은 양일 것이다. 내가 주로 쓰는 글은 문학적인 글이다. 다른 이름을 가진, 책 속에서 등장하는 저널리즘 글쓰기나 논술 같은 것을 쓴 적도 있다. 그런 글들을 완성하고 나면 왜인지 모르게 항상 문학적인 느낌이 났다. 시와 소설을 쓰던 습관 때문일까. 하지만 그런 느낌을 지우고 쓰고자 하면 갑자기 문장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거나 글이 밋밋해 보여서 결국 다 지워버리곤 했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글'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고,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설득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 등 글의 성격에 맞게 구조와 문장을 쓰는 방식을 가르쳐 준다. 적절한 예시가 참고 자료로 나와 있어서 방법만큼 중요한 감각도 눈으로 직접 읽고 와닿게 해 준다.

내가 가장 좋다고 느꼈던 것은 문학이 아닌 글의 매력을 알게 한다는 점이다. 꽤 두꺼운 데다가 글쓰기 교과서 같은 느낌에(맞긴 하지만) 끝까지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는 글쓰기의 수업... 그런데 작가님이 가져온 글들이 재미있어서 그 예시들을 보기 위해 마지막 페이지까지 붙잡고 있었다. 지금은 장르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으려 노력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것만 찾아 읽었다. 특히 비문학은 학교 수업 자료나 과제에 참고하기 위해서가 아니면 잘 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비문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예시를 작성한 사람이 잘 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이 알려 주는 방식이 더욱 믿음직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

작가님은 재능이 아닌 연습과 꾸준함을 강조했다. 글을 좋아하고 시작하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나처럼 문학적인 글만 써 봐서 감을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문학적이지 않아도 되는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은 언제든 있고 자주 내게 찾아온다.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스타일을 넘나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속 이야기들이 유용하게 쓰이는 순간들이 분명 올 거라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난 이 책을 읽은 걸 다행이라고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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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과 시 일상시화 2
박소란 지음 / 아침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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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버스에선 정류장마다 누가 올라타고 내리는지 본다. 이동 중일 땐 창밖이나 승객들의 뒤통수를 보며 멍 때린다. 그래서 나는 뒷자리나 가장 앞자리에 앉는 걸 좋아한다. 실내에선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와 흘러나오는 노래, 배치된 가구들,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바깥의 풍경을 본다. 그 공간과 사람들은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지 보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거리를 걸을 땐 주로 어떤 건물이 있는지 살핀다. 가게의 이름이나 높이, 다른 건물과의 생김새 차이 같은 것을 말이다. 간혹 통유리로 되어 있어 내부가 보이면 그 안에서 사람들은 무얼 하나 궁금해서 한 번씩 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왜 자꾸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궁금해서 보는 건 아니다. 궁금해지기 전에 이미 고개가 돌아가 있다. 고개가 돌아간 다음에 궁금해지는 것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은 너무 따스한 것이다. 모두 웃고 있는 것이다. 조금의 결락도 없는 것처럼. 꼭 그런 것도 아닐 테지만." (p.18)

"지나치게 생생한 것들이라. 구체적인 존재들이라." (p. 30)

"빌딩은 이상하다. 이미 충분히 익숙하지만 막상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마음인지……. 그게 꼭 사람 같다. 나 같다." (p. 30)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이 익숙한 화두를 수시로 되뇌는 것. 도시에 산다는 건 원래 이런 것일까. 도시의 빌딩 안에서 살림을 꾸리고 자신을 돌본다는 건." (p.46)

내가 주위를 둘러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책 속에서 발견했다. 드디어 알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삶이고, 삶이 아닌 게 하나도 없어서, 내 삶도 삶 같았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다들 살아 있어서 이렇게 우리가 잠시 스쳐 지나가는구나.

박소란 시인이 말하는 빌딩은 말 그대로 빌딩이기도 하겠지만, 내겐 '한 사람'의 다른 말로 다가왔다.

빌딩 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한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빌딩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거리를 걸을 수 없는 것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나선 이 책이 마치 작고 얇은 빌딩처럼 느껴졌다.

그 안에 있는 여러 공간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 기분이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각각의 이야기를 보았다.

맞은편에 빌딩이 세워진 공원 벤치에 앉아, 오래도록 그것을 바라보다 집에 돌아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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