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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 - 기아와 미식 사이, 급변하는 세계 식량의 미래
이주량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4년 10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첫 소감은 일반 우리 도시민은 농업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농업을 생각하면 벼농사짓는 밀짚모자를 눌러쓴 햇볕에 그을린 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저소득으로 살아가는데, 힘들게 일한 것에 비해서 너무 나 적은 수입에 가난하게 살고 있다. 마트라고 불리는 유통할인점에서 사 먹는 쌀을 비롯한 수많은 식료품이 떠오르고, 복잡한 유통구조로 인하여, 농사의 실질적인 생산자보다는 유통을 담당하는 중간 상인들만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직접 농촌체험을 해보면 그래도 도시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미국의 초대형 농장에서 초대형 농기계로 농사를 짓는 모습이 유튜브 같은 미디어에 나오는 영상을 볼 때면, 우리나라의 농업은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고, 쌀은 과잉생산되어서 남아돈다는데, 정치권에서는 양곡 법을 가지고 한참 입씨름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농업분 야은 뭐 제대로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 일반인들의 생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을 읽고서는 많은 부분이 바뀌게 되었다.
이 책에는 농업을 포함한 땅에서 나는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으며, 역사적, 과학적, 경제적 관점에서 요약적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농업이 나아갈 바를 기술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되어 있으며, 경제규모로 봤을 때는 세계 10위권에 든다고 하는데,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농업이 주된 산입이었고, 그마저도 주식인 쌀의 자급자족이 어려워 항상 식량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어렸을 때 들었던 '통일벼' 혁명으로 인해 쌀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통일벼 또한 우리만의 독자 개발이 아닌 필리핀과의 공동 개발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상황이다. 1962년 필리핀에 설립된 국제미작연구소 (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에서 함께 개발했다고 한다. 나의 아버지 세대의 경우는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이지만, 나는 혼분식 장려를 마지막으로 격은 세대이다. 그렇지만 한 번도 통일벼를 직접 먹어보지는 못했다. 통일벼는 생산량은 많았지만 인디카 품종을 기반으로 개량된 바 전통적인 자포니카 와는 달랐다. 우선 배고픔을 양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질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했다. 통일벼로 쌀의 자급화에 성공한 이후에는 정부의 주력 정책이 공업화에 방향을 맞춘 거 같다. 책에서는 통일벼를 국산 자동차 "포니"에 비유했다. 포니의 성공은 단순히 완성차를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통일벼로 대표되는 1970년대 녹색혁명을 통해서 벼농사 시스템을 구축했고 1980년대 백색혁명을 차례로 성공시키며 쌀을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고, 토지 생산성과 노동 생산성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향상시킨 나라가 되었다. 이 부분은 우리가 많이 잊어버린 내용이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도 대한민국 농업은 통일벼 이후로는 제자리걸음이라는 혹평을 한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한다.
먹거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결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가 없다. 6.25전쟁 후 굶어 죽는 나라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기까지 ‘한강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성장 뒷면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농공 병진 정책이 있었다. 1962년 농공 병진 정책을 채택한 이후 농업의 성장 속도가 공업을 능가했고 농업에서 나온 잉여 노동력과 자본이 상위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제조업의 성장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고픔의 기억은 뒤로한 채 공업, 제조업의 발달에만 찬사를 보냈다. 기본적인 주식량의 확보 문제가 해결되자 곧 이는 당연시 받아들여졌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농업의 발달은 잊혀갔다. 하지만 지금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자국의 농업을 발전시키지 못하여 아직도 굶주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독립을 했지만, 농업보다는 유럽처럼 빨리 공업국가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자국의 토양에 맞는 이렇다 할 작물을 발전시키지 못하여,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는데 농업이 불안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먹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데, 더 고차원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국토가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보다 작아서 상대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작게 느껴지지만 우리나라의 농업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질적인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쌀", 서양인들이 먹으면 감탄한다는 딸기, 사과 등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좁은 농지와 열악한 토양, 기후조건,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단시간에 이 정도의 농업을 일구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며 이는 곳 한국의 농업기술 수준이 높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제 우리의 농업을 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주곡인 쌀에 집중된 농업정책을 바꾸어야 하며, 정치권에서도 농업과 농민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쌀의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농업을 다각화하여 쌀보다는 축산과 원예를 더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2005년 81kg였던 연간 소비량이 2023년에는 56kg로 줄었다고 한다. 30% 이상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기 쌀 생산량은 476만 톤(2005년)에서 370만 톤(2023년)으로 22% 정도 감소에 그쳐 구조적인 생산과잉 상태에 있다. 쌀에만 집중하는 사이에 우리는 세계에서 3번째로 곡물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다. 현재 구조상 필요한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식량안보 측면이 아닌 농업 선진화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세계는 이미 80억을 돌파하여 2050년이면 100억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농지의 면적의 감소세, 물 부족 같은 기후변화 등의 환경변화를 고려하면 2050년에는 현재기준 50~60% 정도 더 많은 식량생산 및 효율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많은 글로벌 식량 기업들은 발 빠르게 현재와 미래의 위기를 사업의 기회로 삼아 성장 중이다. 농업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이지만 절대 없어지지 않을 산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농업을 구조적으로 산업적으로 보는 시각을 기를 수 있어서 좋았다. 농업이 단순히 1차 산업이라는 피상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갈 바를 알게 된 점이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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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저자/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