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집 - 갖고 싶은 나만의 공간, 책으로 꾸미는 집
데이미언 톰슨 지음, 정주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이런 일도 생긴다. 데이미언 톰슨이 지은 <책과 집>은 책과 함께인 집의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을 채워 보려 샀던 책이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지도 않던 인테리어 책을 읽게 된 셈이다. 책 인테리어 라는 용어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집의 구석구석을 인테리어 함에 있어서 책의 효용을 제대로 드러낸다.

 

책이라기 보단 잡지를 읽는 느낌이 강했다. 사진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에 대한 설명이 뒷따르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기는 아주 편하다. 이백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불과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론, 사진 하나하나, 글귀 하나하나를 곱씹어 보며 읽는다면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굳이 그런 수고를 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집의 일부분인 거실, 서재, 부엌, 침실, 현관, 계단과 복도 등이 책과 잘 어울어진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책을 집의 인테리어 소재로 잘 활용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읽었던 책, 혹은 읽기 위한 책으로 집을 채우고 싶은 나의 욕심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책은 결코 아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를 집짓기가 끝나면 나 역시도 그 속을 책으로 채울 심산이다. <책과 집>에 소개되어 있는 것처럼 거실이나 서재, 작업실은 물론, 부엌과 침실 등 활용 가능한 공간이 있다면 그 어디든 책이 놓여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나에게 좋은 영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저 머릿 속에만 맴돌던 상상들이 이 책의 실례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는 데 큰 만족감을 느꼈다. 나의 부족한 감각과 상상력으로 생긴 큰 틈새를 매꿔주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테리어의 소재로 전락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그것 역시 거짓말이다. 누군가에겐 책이란 것이 가장 훌륭한 장식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책만큼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이 씌어진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뭐 어떤가. 책이 인테리어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한들, 그렇게라도 사람들과 책이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꿈꾸는 책으로 가득한 집이란 것 또한 다른 사람들의 허영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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