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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평점 :
글쓰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다.
그런데 쉽게 마음먹은 대로 포기하지도 못한다.
왜냐하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글쓰기를 넘어 말하기까지 연관되는
그야말로 의사소통의 모든 과정에 깊이 있게 관계되어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잘하고 싶고
잘해야하고
잘해야만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소재를 독자가 열광하는 스토리로 바꾸어주는 특급 글쓰기 코칭
<퓰리처 글쓰기 수업>
퓰리처상 심사위원으로 글쓰기 코칭을 하면서
다수의 퓰리처 수상자와 전미 장편 작가상 수상자들을
길러낸 작가 잭하트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쌓은 자료와 실제적인 성과들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논픽션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준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은
두께만큼이나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내가 바랐던 대로 작가들도 이 책의 실용적 가치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나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책에 쓸 예문을 골랐다. 예문의 출처는 내 도움을 요청했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이다. 그들은 시시콜콜한 디테일이 아니라 기사로 보도하고, 사용할 장면을 고르고, 등장인물을 묘사하고, 무엇을 빼고 남길지 선택하는 문제로 도움을 청했다. _ 책 중에서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갖는 전문성이 느껴진다.
스토리, 구조, 시점, 목소리와 스타일, 캐릭터, 장면, 액션
대화, 주제, 취재, 스토리 내러티브, 해설 내러티브, 그 밖의 내러티브, 윤리 의식.
총 14개의 장으로 구성된 내용들은
각각 하나의 영역만 다루기에도 충분히 깊이가 있고 많은 분량이다.
이 책은 그 모든 내용들을 한 권에 담아두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실제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예문들로 구성되어있어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단순히 이론에만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적인 수업이라고 볼 수 있다.
독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힘, 틀을 짜는 능력
이야기를 구조화하는 부분에 나오는 내용은
글을 구성하고 실제로 작성하기 전까지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해야하는 지와
내가 지녀야하는 능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짚어준다.
설계도를 제대로 그리게 해주면서
이를 통한 헛걸음도 줄이게 해준다.
나는 스토리의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으면 그 즉시 작가와 마주 앉아 설계도 그리는 작업을 아주 오랫동안 습관처럼 해왔다. 예상치 못한 일에 부딪히면 언제든 도면을 수정하면 된다. 건축 시공업자들은 늘 그렇게 한다. 그래야 쓰지 않을 자료를 수집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않는다. 메리 로치는 "나는 항상 스토리에 구조가 있고, 모든 것이 그 구조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해요. 그래야 쓰이지 않을 자료를 수집하는 헛고생을 면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_ 책 중에서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는 내용들은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직접적으로 그릴 수 있게 이끌어준다.
수업보다는 개인 과외, 코칭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얼개가 내러티브의 골조라면
여기에 피와 살을 붙여 생명체로 빚는 것은
장이 아니라 장면이다.
결국 모든 글은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다.
장면은 픽션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이며 논픽션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그 장면에 대한 이해는
글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해나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었다.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장면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건을 통해 인물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의 열망과 욕구가 플롯을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끌고 간다. 이렇게 장면을 옮길 때마다 각 장면에 담긴 메시지가 모여 전체 스토리의 메시지를 완성한다.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오랫동안 글쓰기 코치를 해온 폴라 라로크는 장면 설정은 선물의 포장지일 뿐 그 속에 든 선물은 스토리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혹은 브로드웨이에서 명성이 높은 조지 사이먼 코프먼의 말처럼 장면은 흥얼거릴 수 있는게 아니다. _ 책 중에서
장면이 중요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스토리.
책은 중요하다고해서 중심을 잃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와 동시에
장면을 살리는 묘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디테일을 드러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룹의 특징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설정 숏과 질감 등
구체적인 방법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대화는 말이 아니라 액션이다. 사람이 서로에게 하는 행위다.
대화는 논픽션 과정에서도 많이 쓰이는 요소이다.
그렇다고 말만 그냥 늘어놓으면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그래서 더 잘 사용해야하고
잘 사용한다면 빛을 발할 수 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화의 힘은 인물이 하는 말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대화는 어떤 장면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장면에서 일어나는 다른 액션 역시 의미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어떤 장면을 지켜보며 대화 그 이상의 것을 기록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지아 여행에서 굴삭기 기사가 언제 자세를 고쳐 앉았은지 기억하는가?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에서 키더가 어떤 식으로 폴 파머의 상기된 얼굴을 언급하며 이 인물의 성격을 드러냈는지 눈치챘는가? 마음 따뜻하고, 인정 많은 파머는 아이티인 친구와 잡담을 나누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말을 듣고는 어쩔 줄 몰라 한다. _ 책 중에서
내러티브 논픽션의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준다.
단언컨대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글귀는 바로 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러티브 논픽션의 마스터 클래스.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마스터 클래스이다.
평범한 소재를 모두가 열광할 수 있는 스토리로 바꾸어주는
작가의 특급 글쓰기 코칭은
초보에서 전문작가들까지 모두에게 인사이트를 줄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 수업은
단언컨대 글쓰기를 해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