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1세기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기 위해 건축과 인간이 공진화한 유전적 계보를 살펴보는 책이다. 어떤 과정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공진화의 수레바퀴는 어느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 <공간 인간>, 유현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3802a4156184443 - P15
역사가이자 문명 비평가인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 같은 부류의 역사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를 ‘충돌’의 관점에서 읽어 낸다. 도전과 응전이라는 키워드로 읽는 토인비의 관점은 제약이 나타나면 갈등이 생겨나고, 그 갈등을 창조적으로 이겨 낸 소수의 창조자가 그 위기를 극복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건축적 발명들은 그 소수의 창조자가 만들어 낸 건축적 해결책이다. - <공간 인간>, 유현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3802a4156184443 - P15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홍영남·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에 따르면 인간의 실질적인 조정자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고, 인간은 DNA가 기생하는 숙주일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후손을 만드는 것은 DNA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을 담아서 보호하고 있는 숙주의 복제인 후손을 계속 만들게 한다는 이야기다. 더 많은 숙주 개체를 재생산할수록 DNA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도 존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숙주 생명체는 환경에 최대한 적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 - <공간 인간>, 유현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3802a4156184443 - P18
인간과 건축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DNA고 건축이 숙주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숙주인 건축을 진화시키고 재생산한다. 생명체는 진화 초기에 꽃병 같은 모양의 세포 덩어리인 해면동물에서 시작해 수억 년을 거치면서 자포동물, 연체동물, 척추동물로 진화하였다. 마찬가지로 건축도 주어진 환경에 맞추면서 진화해 왔다. 해면동물이 동굴이라면, 척추동물은 엘리베이터 코어가 있는 마천루 건물이다. 각 시대에 맞추어서 진화해 온 건축물들의 목적은 하나다. ‘이기적인 인간’을 다음 세대에도 이어서 살리기 위한 진화의 몸부림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적인 ‘건축 숙주’는 아파트다. 아파트 숙주는 아주 효율적이었기에 지나칠 정도로 엄청나게 번식한 거라 볼 수 있다 - <공간 인간>, 유현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3802a4156184443 - P18
몽골 민족은 유목민이어서 텐트만 치고 이동하기 때문에 건축 문화가 없었다. 건축물이라는 구심점이 없었기에 거대했던 몽골 제국은 빠르게 쪼개지고 와해되었다. 반면 건축을 잘 이용한 로마 제국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이렇듯 건축과 그 건축이 만드는 공간은 사회의 조직을 견고하게 하는 데 필수적이다. 건축은 사회의 규모를 증가시키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해 주는 하드웨어다. 건축의 혁신은 그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져 왔다. - <공간 인간>, 유현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f3802a4156184443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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