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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우리는 피터팬을 부른다 (총4권/완결)
전후치 / 동아 / 2020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정말 너무 사랑하는 작품입니다. 연재본으로 다 읽고 전자책도 샀으니 종이책으로도 나오면 좋겠네요ㅠㅠ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인 이플이는 어쩐지 슈퍼히어로처럼 느껴지는 존재인데 그럼에도 소설이 히어로물이 아니라 학원일상물로 느껴진다는 점이 신기해요. 아마도 이플이가 거악과 싸우는 영웅이 아니라 교란과 유희를 통해 균열을 일으키는 리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플이가 완벽한 성녀나 영웅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이고 미숙한 부분도 있는 인물인 점도 짚고 넘어가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사실 우상 같은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런 점 때문에 거부감은 최소화되고 결국 이플이를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천이플의 다른 친구들처럼요.
프롤로그에서 이미 주요 결말을 제시하고 나서 이야기의 시작으로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매력 때문에 계속 다음 편으로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맥거핀처럼 사용되는 장치도 있고, 이야기 초반부터 불길한 암시를 드러내는 커다란 사건이 이야기 후반에 언급되죠. 중후반부터 소설 속 소설이 연재되고 있는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함께 엮이면서, 1인칭 관찰자로서 아정이 부각됩니다. 엑스트라가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관찰자로서요. 앞부분에 이입했던 인물들이 이렇게 컸구나....하는 감상을 가지면서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나요.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코 천이플이지만, 사실 천이플로 인해 영향을 받은 (어쩌면 인생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를) 여러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군상극이기도 해요. 우리 사회와 전혀 다르면서도 너무나 비슷한 배경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작중에서 다뤄지는 차별과 인물들의 분노, 좌절, 희망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짧은 외전이 뒤에 있는데 본편과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본편은 완결된 이야기예요. 외전은 이플이가 그 사건에서 죽지 않았을 경우(예상과 달리 이플이의 죽음이 필연은 아니었거든요.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그게 더 슬픈 지점이긴 한데) 그 사건으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았을 시점에 일어났을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본편과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외전을 통해 본편에서 인물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행동했을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요. 똑같이 즐겁고 귀엽고 다소 슬퍼요. 가장 슬퍼지는 지점은.... 이플이가 없는 세계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이플이가 존재하는 세계의 시간이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는 부분입니다. 소설 속 소설이 연재되는 시점은 그 사건으로부터 몇 년 뒤이고, 외전은 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