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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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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은 글쓰기, 숫자와 함께 최초 대규모 사회를 일구어낸 기반, ‘화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그 과정은 ‘화폐’를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일방적 지불, 계산이라는 가치 척도로 보는 정통 현대 경제학 이론들의 고찰과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 잉햄은 화폐가 더 이상 가치중립적인 도구가 아닌, 특정 이해 집단이 자기들만의 것으로 전유해 버릴 수도 있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것에 주목한다. 경제학자들이 화폐에 대한 이론적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은 반면, 사회학자인 그가 ‘화폐’를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 지난한 과정은 저자가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밝힌 ‘사회 현상으로서의 화폐의 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론적이고 전문적이다.  


저자는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가 어디서 생겨나 어떻게 사회 속으로 들어오는가? 화폐는 어떻게 가치를 얻고 또 잃는가?에 초점을 맞춰 책을 2부 9장으로 구성하였다. 1부는 개념과 이론 2부는 역사와 분석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화폐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로 ‘화폐’ 자체가 이미 사회적 관계 ‘약속’의 결과로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믿음을 담보로 잡고 무엇인가 꾸어준 사람이 그 대가로 갖게 되는 일정한 권리)이라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에서 물물교환에 바탕을 둔 실물경제에 있어 ‘화폐’가 단순히 실물 교환비율을 상징한다는 말도 이해가 가고, 저자가 주장하는 ‘화폐’가 사회적으로 논의될 ‘약속’의 결과라는 사실도 십분 이해된다. 전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후자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화폐’의 본성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굳이 학문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약속’이라는 말을 통해 사회성과 또 일정부분 어떤 한정된 국가영역에 권력을 상징한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사과를 십원의 가치를 매길지, 만원으로 매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이미 부여된 가치에 대한 해당 댓가를 지불할 지에 대한 결정은 순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낱 개인이 이미 부여된 화폐가치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은 경제, 금융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다만, 누구도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 뿐.  


문제는 물건의 가치보다 ‘노동력’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 것으로부터 온다. 누가 청소를 하는 일보다는 서류작업을 하는 것이 더 많은 화폐가치를 가진다고 정의할 것인가. 직접적 물물교환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계산적 화폐로서 불합리와 불평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문제는 현대 거시경제학이 교환가치로서만 화폐를 다뤄 화폐의 생산과정과 그 이면의 불평등한 관계를 표출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위계화, 서열화한다는 사실을 묵인한다는 것이다.  

 

 

화폐는 더 이상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쉽게 깨질 수 있고 또 현실 또한 은폐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 책이다.  


경제학자인 옮긴이의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해야 할 만큼 이 책은 전문적이고  학문적이다.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등 초학과적이며 여러 국가의 화폐 현상과 제도를 다룰 만큼 광범위한 연구결과다.   

 

 

따라서, 책을 쓴 목적이 독자의 읽고자 하는 목적과 부합한다면 한권의 책으로 실질경제에 있어 화폐의 본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깊이 통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책이 해당 분야 지적, 언어적 수준과 함께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적수준과 관심사가 맞지 않을 경우 책은 저자가 노력한 만큼 독자가 얼마나 지식을 얻어갈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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