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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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두 번째 읽는다. 후속편인 [시노부 선생님 안녕]까지 이미 읽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찬 시노부 선생님, 어수룩한 신도, 똑똑한 변태 우루시자키만 생각났다.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인물만 기억이 나다니. 왜일까? 이래서 독후감을 써야 한다니까.

 

 그리고 다시 읽고 나니 왜 그런지 깨달았다. 이 소설의 단편들은 작가가 힘을 빼고 가볍게 쓴 것들이 때문이다. 독자들한테 추리를 위한 힌트를 완벽하게 주지 않는다. 다른 단편 들은 짧은 분량이어도 굉장히 치밀한 전개를 보여준다. 그에 반해 이 소설은 인물들의 군상극에 가깝달까?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이런 글도 잘 쓴다.

 

 이 소설의 제목은 낚시에 가깝다. ‘소년 탐정단이 어떻게 활약할까!’ 라고 기대하고 보게 되지만, 시노부 선생님이 맹활약한다. 내용에 맞는 제목은 ‘오사카 탐정 시노부’ 정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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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1 달기지 살인사건 - 달기지 알파 1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1
스튜어트 깁스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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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에 가서도 살인이라니, 정말로 인간은 본성이 악한 존재일까? 아니면, 너무나 이기적이라 자기중심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일까? 낯선 상대에게 지레 겁을 먹고 적대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까지 범인은 대체 누구일지 고심했다. 존재감이 공기 수준이었던 사람이라 아쉽긴 했지만. 중간에 혹시 대시가 혼자 망상을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자꾸 대시가 혼자 있을 때 나타나는 요원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그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고. 작가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를 보여준다. 사실 범인의 정체보다 이쪽이 더 놀라웠다.

 잘 쓴 SF 미스터리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마냥 가벼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아니, 청소년 소설이라고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느 소설보다 흥미롭고 긴장감 있는 전개다.

 과학적인 고증과 묘사도 훌륭하다. 만약 달기지 알파의 생활을 허무맹랑하게 묘사했다면 금방 실망했으리라. 작가는 공이 아닌 알맞은 ‘상상’을 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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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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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SF 로맨스 소설?


소설 속의 세상은 자유롭게 과거의 기억을 만들고 지울 수 있는 세상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억을 의억이라고 한다. 주인공 치히로는 과거를 지우고 싶어 ‘레테’를 복용한다. 그러나 그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원하지 않았던 소꿉친구와의 기억이 생겨났다. 그가 기억을 지우려 찾아간 클리닉은 그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그린그린’을 보냈다. 바라지 않은 가상의 기억에 괴로워하던 그에게 존재할리 없는 도카가 나타난다. 대체 그녀는 누구지? 도카를 인정하지 않던 치히로가 어느새 그녀에게 마음을 연다. 존재하지 않는 그녀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치히로와 도카의 추억 속 LP의 A와 B처럼. 치히로가 도카를 인정하고 기억하게 되자, 도카는 치히로를 잊는다.


오늘 내가 눈을 떠 떠올린 어제의 기억이 만들어 진 것이라면 어떨까? 내가 그런 기억이 있다고 ‘인식’만 할 뿐이지 실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머리에 주입한 기억과 이전의 경험을 구분할 수 있을까? 관념론은 세계을 내가  ‘인식’해야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는 조금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서 없어져도 분명히 세상은 존재할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믿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사랑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랑한다고 믿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


사랑은 믿음이다. 그렇다면 이 또한 사랑이다. 도카는 치히로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마치 실체를 알 수 없는 운명처럼.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 사람이 나를 알지 못하지만 끊임 없이 설득하고 노력한다. 아직 세상에서 얻지 못한 자신의 결락을 찾으려는 것처럼.


둘은 소외되고 결핍되었다. 둘의 부모는 어릴 적 부터 제대로된 애정을 주지 않았다. 친구도 없었다. 그렇게 결핍된 둘이어서 결핍을 메울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운명이라고 느낀다. 현실이 추억 속의 이야기 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만날 수 있었기에. 처음에는 기억과 환상속에 존재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꼭 닮은 서로를 발견하고 인정하고 사랑한다. 너무 늦게.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거짓말 처럼 슬픈 현실. 도카도 치히로도 슬픈 진실 보다 아름다운 거짓 덕에 행복했다. 아무것도 없는 나를 위한 서로의 이야기 덕에.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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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의 함정 - 금태섭 변호사의 딜레마에 빠진 법과 정의 이야기
금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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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쉽게 답할 수 없는 경계를 다룬다는 점은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와 유사하다. 그러나 문제를 더 얕게 다룬다. 대신 더 넓게 다룬다. 책에 굉장히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작가는 법을 수호하는 사람은 선입견과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썼다. 작가가 전하려는 바가 내게 잘 전해졌다. 제시하는 사례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그래서 더 다양한 관점에서 곱씹어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각 글이 잘 엮여서 큰 생각으로 정리되거나 더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책을 덮으며, 내가 가진 이념이나 가치관이 항상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책의 제목처럼 확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겠다. 그것이 옳든 아니든. 그것이 사람이 잘 어울려 사는 지혜이고 다수를 위한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법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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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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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호흡기를 때면 심장이 멈추고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생전에 연명 치료를 거부했다. 가족도 이 사람의 뜻을 존중한다. 이럴 때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에게는 자기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가? 의식도 없고 깨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존엄사를 인정해야 할까? 나는 대체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안락사는? 편하게 죽을 권리도 있을까? 잘 모르겠다. 자살은? 나는 반대한다. 그런데 이 죽음의 방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인이 자기 죽음을 선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이런 것들이 많다. 경계에 서 있는 문제들.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도덕은 개인의 양심에서 나온다. 각자의 자유가 충돌하다 보면 사회에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법은 결국 이런 문제들을 적당한 울타리로 둘러싸 놓은 것이 아닐까? 법과 도덕은 차이가 있다.

 

 법을 지킨다고 해서 도덕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때도 있다. 삼성의 순환 지배 구조는 문제가 있다. 재벌이 자신의 부를 편법으로 승계한 좋은 예다. 그러나 법리로 다투어서 처벌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법의 허점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친다는 마음으로 개선되기는 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아직도 여러 방법을 통해 증여세를 회피하여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준다. 주식회사라는 간판을 달고 부끄럽게도. 그들이 양심에 따라 행동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그들만이 알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렇게 법과 도덕은 다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인들이라면 왼쪽 뺨을 맞고도 상대를 사랑하며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인이 아니다. 기본권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 권리에 우위가 없다면 사회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교육 기관은 사립이더라도, 설립자의 자유 보다 교육 기관의 공적인 기능이 우선 되어야 한다. 물론 이사진의 자유를 알맞은 의사 결정 구조와 정책으로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법은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법이 곧 도덕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가진 가치관, 도덕관과 문화를 보여준다. 얼마 전 대법원은 태아 낙태를 합헌 불일치로 판결했다. 나는 이 결정에 찬성한다. 태아가 생명인지는 윤리의 영역이다. 내게 낙태가 옳은 일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하겠다.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이라는 중요한 두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나는 이 문제는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온 판례들은 후에 대법원에서 판결할 사건의 기준이 될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법이 그저 과거를 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를 반영하고 사람들의 양심을 반영하여 미래를 바꿔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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